北, “핵 무장 확고히 해야” 내부 강연회 지시

“남조선 고위 대표단, 흰 기 들고 평양 방문… 우리의 핵 정당성 증명”

김정은이 비핵화 의지를 표명하면서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한 남북, 북미 등 관련국들의 정상 외교가 가시화 되고 있는 가운데, 북한 내부에서 “핵 무장을 더욱 확고히 해야 한다”는 내용의 간부 교육 방침이 하달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김정은이 지난 5일 문재인 대통령의 대북 특별사절단과의 면담시 “비핵화는 선대의 유훈”이라며 비핵화 논의 의지를 밝혔다는 것과 정면 배치되는 것이다.  

평양 고위 소식통은 19일 데일리NK에 “핵 강국으로 더욱 확고히 무장해야 한다는 내용의 간부 강연회를 3월 중에 진행하라는 지침이 내려왔다”고 전했다. 이 강연회는 당 청년동맹 근로자 학습반 강연회로 각급 도·시·군 당 책임비서 이상의 간부를 대상으로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소식통은 “이 같은 지침이 대북 특사단이 방북하기 전날인 지난 3일 하달됐다”고 밝혔다. 때문에 김정은이 대북 특사단과 만나기 전부터 대외적으로는 ‘비핵화’ 언급을 통한 남북 및 북미 대화를 이끌어 내고, 내부적으로는 핵 무력을 강화하려는 이중 셈법을 가지고 있었던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이 소식통은 또 “남조선(한국) 고위 대표단이 우리에게 흰 기를 들고 평양을 방문하는 것은 우리 당의 핵 병진노선의 정당성을 증명하는 일이며 이것은 역사에 길이 남을 대승리라는 내용을 포함해 내부 선전선동 사업을 적극적으로 진행하라”는 구체적인 지시가 있었다고 밝혔다. 우리 측 대북 특사단이 북한을 핵 보유국으로 인정하면서 항복을 의미하는 흰 깃발을 들고 왔다며 이를 선전선동에 이용하고 있는 것.

실제로 노동신문 등 북한 매체들은 비핵화에 대한 이 같은 북한의 이중적 태도를 뒷받침하고 있다.

노동신문은 대북 특사단의 방북 다음 날인 6일 특사단과 김정은의 면담 및 만찬 소식을 집중 조명하면서도 논의의 핵심이었던 비핵화에 대한 김정은의 언급은 일절 전하지 않았다.

오히려 같은 날(6일) ‘미제의 반인륜적인 핵 범죄 력사를 끝장내야 한다’는 제목의 논평을 통해 “우리의 핵 무력은 미국의 극악한 핵 범죄 역사를 끝장내기 위한 정의의 보검”이라며 “미국의 핵 위협 횡포가 계속될수록 우리 군대와 인민은 핵을 더욱 억세게 틀어쥐고 조선반도의 평화를 굳건히 수호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한반도 비핵화 의지에 대한 남북 합의 조항이 나온 7일에도 노동신문은 ‘조선의 핵 보유는 정당하며 시비거리로 될 수 없다’는 사설을 실으며 “우리는 국가의 최고 이익을 수호하기 위해 정정당당하게 핵무기를 보유했다”고 밝혔다.

이런 가운데 김정은이 특사단과의 만남에서 “비핵화는 선대의 유훈”이라고 언급한 것과는 달리 북한 당국은 당 간부 대상 강연회에서 “핵 무력은 대원수님(김일성)께서 창조하시고 계승하신 위대한 업적”이라며 핵 보유를 김 씨 일가를 찬양하는 데 이용하려 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한편 김정은 정권은 최근까지 진행된 일련의 남북 접촉 및 회담 사실을 가공해 대(對)주민 교육자료로 활용할 것으로 보인다. 소식통은 “북한 당국이 평창 동계올림픽을 계기로 이뤄진 김여정 등 북한 고위급 대표단의 방남과 남측 특사단의 방북 과정을 ‘위대한 령장을 모시여’라는 제목의 영상 기록물로 담아 3월 중으로 전당, 전군, 전민 강연에 활용할 것”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