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전파 탐지 기기 자체개발 주장… “도감청 장비로 활용 가능”

스펙트로 분석기
‘전국정보화성과전람회2019’에 공개된 스펙트럼분석기. /사진=조선의 오늘 유튜브 캡처

북한이 ‘전국정보화성과전람회 2019’의 10대 최우수정보기술제품으로 선정한 ‘스펙트르(스펙트럼) 분석기’가 주민 감시 수단으로 활용될 수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스펙트럼 분석기는 주파수 성분에 따른 신호 크기를 화면에 보여주는 장비로 전자 장비 설계 및 제조에 필수적인 측정기기 중 하나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이 장비가 특정 무선 통신 신호를 추적 이용될 수 있어 주민들의 무선통신장비 신호를 추적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전파전문가는 25일 데일리NK에 “기본적으로 스펙트럼 분석기를 이용하면 무선 신호(주파수)를 감지하고 추적할 수 있다”면서 “기술의 발전 수준에 따라 다르지만 고도화될 경우 휴대전화 내용도 감청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고 말했다.

현재 기술 수준을 파악하기는 어렵지만 향후 개발 수준에 따라 도·감청 장비로도 충분히 활용이 가능할 것이라는 관측이다.

실제, 북한 선전매체 메아리는 지난 22일 “(분석기는) 강력한 교정기능을 가지고 있어 어떤 조건과 환경에서도 측정의 정확성을 믿음직하게 담보하는 이 설비는 임의의 주파수대역에서 신호를 고속기록할 수 있다”면서 “각이 하게 변조된 음성 신호들을 복조하여 실시간 음성재생도 할 수 있게 제작됐다”고 말했다.

북한은 이미 해외에서 여러 대의 도·감청 장비를 들여와 주민들의 무선통신 장비 설치를 감시해왔다.

본지는 지난해 북한 사정에 밝은 대북 소식통을 인용해 북한 당국이 최신형 전파 방해기와 휴대폰 감청기 구매에 1500만 위안(한화 약 24억 5천만 원)을 사용했다고 보도한 바 있다.(▶관련기사 바로 가기 : “북한, 지난 5월 전파방해·감청 장비 구입에 24억 썼다”)

해외에서 들여오던 장비를 자체개발해 조달할 경우 주민 단속의 정도가 강화될 가능성이 있다. 여기에 북한이 비슷한 시기에 인공지능(AI) 동영상 감시체제를 공개한 바 있어 주민 감시가 한층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이 전문가는 “스펙트럼 분석기를 제작하는 것은 이미 상용화된 기술로 특별히 어려운 기술이 요구되는 건 아니다”면서 “다만, 높은 주파수를 탐지하려면 특수 부품이 필요하기 때문에 개발하는 데 난항이 예상된다”고 설명했다.

한편 해당 장비는 전자 장비 연구, 설계, 생산에도 활용 가능하다. 김정은 체제로 들어서면서 북한이 정보기술 및 첨단과학 분야 육성에 큰 노력을 기울있는 만큼 해당 기술을 관련 분야 발전에 활용할 가능성이 있다.

메아리는 이날 “일부 나라에서 스펙트르 분석기를 개발하고 있지만 그 값이 매우 엄청나 현실에 광범히 리용(이용)하지 못하고 있다”며 “모든 것을 우리 식으로 새롭게 착상하고 설계로부터 제작에 이르기까지 100% 우리의 기술과 힘으로 개발했다”고 말했다.

이런 방향은 김 위원장이 강조하는 자력갱생, 국산화 정책과도 일맥상통한다.

고가(高價)인데다 대북제재로 인해 전자 장비를 들여올 수 없는 상황때문에 분석기를 자체 개발했을 것으로 분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