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잠수함미사일 발사 시험이 주는 함의

일본이 북한의 미사일을 두려워하는 진짜 이유는? 정답은 도대체 어디로 떨어질지 몰라서이다. 우스개 소리처럼 들릴지 모르지만 일본 열도를 향해 날아가는 북한 미사일이 동경시내 안으로 떨어진다고 가정하면, 오차 범위가 커서 도대체 어디로 떨어질지 예측을 할 수 없어 문제라는 얘기다.


군사분야에서 미사일 표적 오차가 2km를 넘는 미사일은 제대로 공인(?)받지 못한다. 그럼에도 바다를 건널 수 있는 북한의 탄도미사일은 엉성해도 더 위협적이라는 역설이 성립한다.한국과 일본처럼 육지가 좁고 인구밀도가 높은 나라가 이웃이기에 더 그렇다. 중동의 어느 국가라면 상황이 다를 텐데 말이다. 조악한 무인 정찰기나 열등해 보이는 미사일이라도 일관되게 자기만의 첨단(?) 무기체계를 갖춰가는 북한의 전략적 계산은 지정학적 특수성이 고스란히 반영된 계산의 결과다. 북한 군사력의 비밀은 이미 구조적으로 갖춰진 셈이다.
 
북한이 추구하는 최첨단 현대식 무기체계는 그것이 국제수준에 한참 떨어진다해도 남한과 일본에는 직접적인 위협이 된다는데 위험도의 질적 차별성이 있다. 이라크 전쟁 당시 탱크 등 막강한 재래식 지상군을 가진 이라크가 미사일과 공군력을 앞세운 미국의 현대 무기체계 앞에 형편없이 무너졌던 사실은 비대칭 전력의 중요성을 각국이 인식하는데 크게 기여했다.
지난 25년간 핵 추구에 몰입하며 간간히 미사일 실험을 병행했던 북한이 이번엔 미사일계의 지존 잠수함 발사형 탄도미사일이라는 최고 수준의 카드를 꺼냈다.
 
북한의 핵 보유가 기정사실화되고 핵 협상이 교착상태인채 물 밑으로 가라앉는듯 싶자 미사일이 수면 위로 떠오른 것이다. 이미 2012년 12월 ‘은하 3호’로 불리는 대륙간탄도미사일 로켓발사가 성공한 이후 잠수함 발사형 탄도미사일이 성공했다는 보도는 북한이 이제 거의 모든 것을 다 가지게 됐다는 인상마저 준다.
 
도대체 미사일과 핵은 어떤 관계인가.


동전의 양면과도 같다. 핵무기 체계는 핵탄두와 그것을 운반할 운반수단(means of delivery)의 확보로 완성된다. 과거에는 부피가 크고 무거운 핵폭탄을 실어 나르기 위해 군함과 전폭기가 운송을 맡았다. 핵무기가 소형화 경량화된 오늘날에는 가장 속도가 빠르고 멀리 날아가며 정확도가 높은 미사일이 그 자리를 대체했다.
 
미사일이 대량살상무기(WMD)의 보편적 운반수단으로 안착된 것이다. 1980년대 이란-이라크 전쟁시 이라크의 미라쥬 전투기가 테헤란을 공격하기 위해선 650km의 거리를 45분간 비행해야 했으나 이라크의 알 후세인 탄도미사일이 테헤란 상공 위에 도착하는 데는 불과 8분밖에 걸리지 않았다. 대비할 시간이 거의 사라진 것이다.


이것이 암시하는 바는 무엇인가.


억지(deterrence)의 개념이 바뀌게 됐음을 의미한다. ‘억지력’의 기본 논리는 내 공격을 받아내고 들어오는 상대의 보복공격에 대한 이성적 신뢰도다. 북한의 미사일이 북한핵과 함께 동북아에서 군사적 도발로 간주되는 이유는 북한의 핵미사일 개발이 상호 억지에 의해 담보되는 군사적 충돌의 회피라는 전략적 안정을 깨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북한의 미사일 능력은 핵탄두의 완성을 암시하는가. 그렇지는 않다. 핵탄두의 개발과 운반 추진체의 개발은 병행적이지 순차적이진 않기 때문이다. 다만 미사일로 운반가능한 핵탄두의 조립능력을 적어도 80% 수준은 갖췄다고 볼 수 있겠다.
 
전략적으로는 핵폭탄 능력의 향상(수직적 핵 확산)보다 효율적인 운반수단의 확보(수직적 미사일 확산)가 우선시 될 수밖에 없다. 엉성한 핵폭탄(일명 dirty bomb)이라도 운반수단을 갖춰야 실질적 위협이 되기 때문이다.


북한의 미사일은 어떻게 개발됐을까?
 
핵 기술의 경우 파키스탄으로부터 몰래 들여왔다며 미사일 개발은 역설계 방식으로 발전했다는 것이 정설이다. 이는 미사일 완제품을 수입한 후 해체, 재조립, 역설계하여 필요 기술을 습득하는 방식이다. 북한의 노동미사일과 대포동미사일은 1980년대 이집트로부터 수입한 스커드미사일의 역설계를 통해 완성됐다. 핵확산처럼 미사일 보유국이 수적으로 증가하는 것을 수평적 확산이라고 한다. 마찬가지로 미사일 성능이 개선되는 것을 수직적 확산이라고 한다.
 
이번 잠수함발사형 탄도미사일(SLBM) 실험은 북한은 이미 수평적 확산을 넘어 수직적 확산의 최종 단계에 들어섰음을 보여준다.


이것에 내포된 의미는 무엇일까.


북한이 일관되게 추구하고 있는 군사노선이란 것이 공격형 전력을 극대화하는 것임을 짐작케 한다. 미사일 성능향상(수직적 확산)의 핵심은 공격능력을 개선하는 일이다. 공격능력의 개선이란 미사일이 날아가는 사거리와 운반할 수 있는 탄두증량의 증대를 말한다.
 
아이러니하게도 이 둘은 상충된다. 반비례한 것이다. 그래서 대부분의 국가는 탄두중량은 줄리고 사거리를 늘리는 방식(곧 추진력을 높여 날아가는 거리가 늘어나는)으로 미사일을 발전시켜 왔다.


지상에서의 미사일 기지는 적의 레이더에 고스란히 노출돼 있다. 그래서 선제적 응징(preemptive strike)이 이론상 가능하다. 상대의 선제적 공격을 불확실하게 만들려면 다양한 이동식 발사체를 갖추고 있어야 한다. 그 중 잠수함에서 발사되는 탄도미사일이야 말로 최고 수준의 이동식 발사체에 속한다.


깊은 물속에서 발사되는 미사일이라니 수면 위로 날아오르기 전에는 포착하기 가장 어렵지 않겠는가. 즉, 어디서 핵폭탄이 날라올지 모르게 되는 것이다. 일본을 위협하는 북한 지상 미사일의 위험도가 어디로 떨어질지 모른다는 불확실성(낮은 정확도)에 뿌리가 있는 반면, 잠수함 발사 탄도미사일의 공포는 미사일 발착지를 모른다는 불확실성에서 극대화된다.


북한의 전략은 이 점을 정확히 파고들고 있다. 형편없는 수준일 거라고 짐작되는 북한의 과학기술 체계가 지향하고 있던 지점은 가장 높은 수준의 군사적 우위를 점하는 것임을 잠수함 발사형 탄도미사일 실험은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북한 군사력에 관한 한 세계 최고 중 한명인 버뮤데즈 박사는 이번 잠수함 실험은 진짜 잠수함이 아니고 물속에 잠가둔 바지선에서 발사한 것이라고 평가절하했지만 말이다.
 
미사일이 그토록 핵과 밀접하게 연결된 문제라면 NPT로 대표되는 핵레짐처럼 미사일 분야에서도 의 수평적-수직적 확산을 규율하는 국제규범은 없을까?
 
핵 레짐은 간단히 말해 핵을 추구하는 온갖 필요(일명 핵 수요)를 각종 인센티브를 통해 완화(대체)해주고 핵무기를 완성할 수 있는 핵물질과 기술의 이전(핵 공급)을 외부서 통제하는 구조다.


비슷한 방식으로 미사일 분야도 ‘미사일기술통제체제(MTCR)’나 ‘탄도미사일 확산방지를 위한 헤이그 지침(HCOC)’같은 다자레짐이 존재하기는 한다. 그러나 이는 미사일 기술이전을 통제하기 위한 신사협정에 불과하다. 미사일의 폐기나 확산방지를 법적으로 규율하는 규범은 사실상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 이유는 한마디로 국가 간 합의가 어렵기 때문이다.


이는 국가마다 미사일에 대한 견해차가 크고 각국의 정치적 계산이 다름을 의미한다. 미국이 그토록 주장하고 있는 미사일 방어망(MD)이란 이런 현실을 반영한 고육지책일 뿐이다. 탄도미사일의 효용을 미사일 방어망으로 예방하여 사전 억지(preventive deterrence) 효과를 극대화하는 것을 기대하는 것이다. 최근 한국에서도 크게 논란이 된 사드(THAAD: 고고도미사일 방어체계)도 그 중 하나다.


북한의 탄도미사일 소유 욕구를 누그러뜨리기 위한 대비책으로 제시된 것이다. 필요 없는 물건(탄도미사일)이라면 소유할(집착할) 이유가 완화(제거)되는 심리를 노린 것과 같다. 결국 잠수함발사형 탄도미사일이 위협적일 수밖에 없는 가장 큰 이유는 심리적 군사적 억지력에 기반한 미사일 방어망의 기본논리를 허물기 때문이다.


미사일 방어계획의 출발은 재빨리 미사일 발사 징후를 포착하는 능력인데 잠수함 발사형 미사일은 정체를 드러내지 않고 가장 가까운 곳까지 다가와 순식간에 날아오니 대책을 세우기가 난해할 수밖에 없다는 위력을 지닌다. 소위 C4I로 불리는 지휘통제부의 지휘통제능력(Command & Control)이 무력화되기 쉽다.
 
핵과 미사일에 관한한 세계 최고의 맞수였던 미국과 러시아는 지나친 미사일 경쟁을 막기 위해 1960년대부터 양자협상을 맺었다. 지구를 몇 번이고 멸망시킬 수 있는 포화상태의 핵무기를 줄이자는 두 강대국의 공감대가 바탕이 됐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흥미로운 것은 이들의 협상객체가 무엇이었냐는 것인데 정작 미소가 고민한 것은 핵탄두 수를 절대적으로 줄이자는 게 아니라 전략 핵무기의 대표적인 세 가지 운반수단인 전략 폭격기, 대륙간 탄도미사일(ICBM), 잠수함 발사탄도미사일(SLBM)을 제한하거나 폐기시키는 방향으로 합의를 해왔다는 것이다.


북한의 다음 수순은 무엇일까?


아마도 한 개의 미사일에 두 개 이상의 탄두를 탑재하는 다탄두화를 시도할 것이다. 사실 미사일은 공격기능 못지않게 방어기술을 갖추는 것이 일반적 통례인데, 북한이 요격미사일로부터 자기네 탄도미사일을 보호하기 위한 교란장치를 개선하는 일에 시간과 자원을 쓸 것 같지 않다.


대신에 다탄두화를 통해 공격력을 더욱 높이는데 주력하지 않을까? 군사적 호전성이라면 세계 최강인 북한이라면 이 길을 갈 것이다. 북한의 지향점은 공격형 미사일 전력의 극대화를 어떻게든 한반도의 전략적 안정(strategy stability)을 흔들어 동북아에서 북한의 몸값을 최대로 끌어올리려는 체제 생존적 목표가 뚜렷하기 때문이다.


이런 북한도 한때(1999년 9월) 미사일 실험 발사 유예를 선언한 적이 있었다. 당시 북-미간 ‘베를린 합의’를 통해 북-미 대화기간 중 잠정적으로 미사일 실험 발사를 중단키로 했던 것이다.


미국은 북한과 핵협상과 미사일 협상을 동시에 진행하고 있었으나 핵 협상이 결렬되며 미사일 협상도 흐지부지되고 말았다. 북한은 그간 미사일을 재래식 군사력의 감축 문제로 두고 주한미군 철수와 맞바꾸는 주장을 계속했었으나 이제 독자적인 잠수함 발사형 탄도미사일 개발로 한반도에서 군사전략적인 새로운 국면을 열었다.
 
핵탄두와 그것을 효과적으로 실어 나를 수 있는 미사일, 그것도 잠수함발사미사일이라는 최고의 무기를 움켜쥐고 있는 북한의 손을 어떻게 풀 수 있을까. 한반도 안보방정식은 점점 고차방정식이 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