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외국영화 단속 이상한 기준…‘더빙’은 되고 ‘자막’은 안된다?

“신의주 비사그루빠 납득못할 기준 내세워 개인 돈벌이”

북한 노트텔과 mp4  영상재생기기. / 사진=데일리NK

북한 평안북도 신의주에 파견된 비사그루빠가 납득하기 힘든 단속기준을 내세워 개인 컴퓨터를 압수하고는 고액의 벌금을 받고서야 돌려줬다고 내부 소식통이 2일 알려왔다.

비사그루빠는 비사회주의 행위를 단속하기 위해 도(道)나 중앙 기관 차원에서 조직된 합동 검열단이다.

평안북도 소식통은 이날 데일리NK와의 통화에서 “최고인민회의 대의원 선거 기간에 비사 그루빠들이 한국 드라마 시청 행위를 단속한다며 일제히 가택 수색을 했다”면서 “별치 않은 일에도 시비를 붙여 물건을 빼앗고, 벌금을 챙긴 다음에야 해당 물건을 내주는 행위를 거리낌 없이 하고 있다”고 말했다.

소식통은 “시청이 금지된  한국 영화가 아니고 중국 영화에 대해서도 말로 나오는 것은 되고, 글로 나오는 것은 안 된다는 단속 기준을 제시했다”고 말했다.

소식통의 설명은 외국영화 가운데 단속을 하지 않아왔던 중국영화라고 해도 배우의 말을 더빙하는 형태로 번역한 것은 괜찮지만, 배우가 중국말을 하면서 화면 하단에 자막이 깔린 영화는 단속 대상이라는 의미이다.     

이 소식통은 “불법 녹화물 검열을 한다며 비사그루빠 4명이 집에 들어와 아들 컴퓨터를 들여다보더니 글로 된 녹화물이 인식됐다며 압수해갔다”고 말했다. 이번 단속으로 한 인민반에서 10여 대 가량의 컴퓨터(노트북, 노트텔 포함)가 압수됐다고 소식통은 전했다.

주민들은 이러한 비사그루빠 행태에 황당하다는 반응이다. 인민반 세대 두 세 사람이 모이면 ‘외국 사람 말이 우리말로 나오는 것이나 글로 나오는 것이나 차이가 뭐냐’ ‘무슨 구실을 붙이려면 제대로 붙여야지’ 라며 비사그루빠의 단속을 비아냥댄다고 한다.  

주민들은 일이 커지기 전에 돈으로 무마하는 방법을 찾았는데, 비사그루빠가 요구한 돈이 컴퓨터 가격의 1/3에 달하는 큰 돈이다.   

소식통은 “모두 비사그루빠에 불려가서 조사를 받고, 결국 컴퓨터 가격의 1/3에 해당하는 900~1000원(중국 위안화)을 주고서야 되찾아왔다”면서 “법기관이 단속을 구실로 돈벌이를 하고 있는 것”이라며 언성을 높였다.

소식통은 이러한 단속 기준이라면 걸려들지 않을 사람이 별로 없어서 벌금을 합하면 엄청난 액수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비사그루빠의 단속과 벌금 징수가 개인 비리 차원인지 당국의 자금 조성 지시에 따른 것인지는 분명치 않다. 그러나 주민들은 비사그루빠의 개인 돈벌이로 보고 비리행위가 극심하다는 평가를 하고 있다.  

한편 북한은 지난해부터 사회주의 도덕기강을 바로 세우고 온갖 비사회주의 행위를 바로잡겠다며 분기별로 비사그루빠를 가동해 주민단속을 벌여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