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식량난을 묻다] “굶주림 실태 2차례 조사…시장도 활기 떨어져”

[북한주민 인터뷰③] 평남 간부 "南 식량 지원해야...다만 농민·노동자 우선 순위 아냐"

<편집자 주> 한국 정부가 대북 식량지원을 추진하고 있다. 북한 식량난에 대한 우려를 담은 유엔 식량농업기구(FAO)와 세계식량계획(WFP)의 관련 보고서가 나온 이후 관련 움직임이 더 빨라지는 모양새다. 다만 북한 내부에서는 오히려 쌀값이 비교적 안정적으로 유지되고 있고, 기근 관련 소식도 들리지 않고 있다. 이에 데일리NK는 다양한 계층의 북한 주민들과의 인터뷰를 통해 ‘식량 문제’의 실체와 ‘대북 지원’에 대한 의견을 독자들에게 전하고자 한다.
모내기
북한 주민들이 모내기 준비를 하고 있다. / 사진=조선의오늘 홈페이지 캡처

북한 식량 사정에 대한 유엔 기구의 보고서가 나오면서 대북 인도적 지원과 식량난 문제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이에 데일리NK는 북한 내부의 상황 및 의견을 듣기 위해 인터뷰를 연속으로 진행하고 있다.

본지는 앞서 두 차례 일반 주민들의 인터뷰를 통해 북한 식량 사정 및 대북 지원에 대한 의견을 들었다. 일반 장사꾼과 농민은 대체적으로 생계의 어려움을 호소하면서도, 식량 지원 분배 문제의 불만과 당국에 대한 불신 등을 털어놨다.

그렇다면 일반 주민이 아닌 북한 간부들의 생각은 어떨까. 데일리NK는 북한의 한 초급 간부에게 관련 내용을 직접 물어봤다.

평안남도의 한 시 인민위원회 초급 간부는 “한국 정부의 식량 지원이 주민들에게 큰 도움이 될 것이다”며 “구상에만 그치지 않고 빨리 실천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북한이 대외 매체(메아리)를 통해 ‘공허한 말치레와 생색내기’라고 고자세를 보인 것과는 결이 다르다.

일각에서 우려하고 있는 식량의 군 부대 전용 가능성에 그는 “식량 지원이 된다면 군에 먼저 공급되고 농민과 노동자는 우선순위가 아닐 것이다”고 털어놨다. 그동안의 집행 과정을 지켜본 간부도 이 같은 가능성을 인지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그러면서 이 간부는 “그래도 (주민들은) 내 자식은 굶지 않겠구나 생각한다”고 했다.

한편, 통일부는 17일 “정부는 북한 주민에 대한 인도적 지원은 정치적 상황과 무관하게 지속해 나간다는 입장”이라면서 국제기구를 통해 북한 모자보건 사업 등에 800만 달러를 지원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이와 관련, 이상민 통일부 대변인은 이날 오후 열린 브리핑에서 “우선 세계식량기구(WFP), 유니세프(UNICEF)의 북한 아동, 임산부 영양지원 및 모자보건 사업 등 국제기구 대북지원 사업에 자금 공여를 추진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다만 정부는 현재 관심이 모아지고 있는 대북 식량지원에 대해서는 국민의견을 충분히 수렴하면서 국제기구를 통한 간접지원 또는 직접지원 등 구체적인 지원 계획을 검토해 나가겠다는 입장을 재확인했다.

다음은 이 간부와의 일문 일답.

– 국제기구 조사에 의하면 조선의 식량 사정이 10년 이래 최악이라고 한다. 그렇게 심각한 상황인가?

“2009년 실시한 화폐교환(화폐개혁) 이후로 올해 처럼 먹고살기 힘든 적이 없었다.”

– 주위에 굶어 죽는 사람을 본 적 있나?

“굶어 죽는 사람은 보지 못했다. 다만 양덕, 대흥, 맹산, 북창에서 굶는 사람이 있다고 소문은 들었다. 제대로 먹지 못해 영양실조가 오고 몸이 약하니 병에 걸린다고 한다. 특히 군수공장 노동자들도 굶어서 출근 못 하는 사람들이 있다.”

– 굶주리는 세대는 얼마나 된다고 보나?

“정확히는 알지 못한다. 다만 인민반에서 상급의 지시라고 하면서 2월과 4월에 절량세대(돈도 음식도 전혀 없는 가정) 조사를 진행했다. 농촌 동원에 나가야 하는데 식량이 없어 못 나가는 사람들이 많다. 그렇다고 기업소나 직장에서 식량을 대주면서 일 시킬 형편도 못 된다. 고난의 행군 시기처럼은 아니지만, 옥수수 국수도 3끼 못 먹고 하루 1~2끼로 연명하는 집이 많다. 그렇다고 장마당에서 돈이 이전처럼 벌어지지도 않는다.”

– 한국이 식량 지원에 나서겠다는 구상이다.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고난의 행군 시기에 한국이 식량 지원을 많이 했다. 어려울 때 도와주겠다는 것을 보니 역시 한민족이라고 생각한다. 식량 배가 남포항에 들어왔다는 소식만 전해져도 환영의 목소리가 나올 듯하다.”

– 식량이 주민들에게 정작 돌아가지 않는다는 지적도 있다. 군에 먼저 간다는 이야기인데, 이 부분에서는 어떤 의견인가?

“주민들에게 먼저 공급할 수가 없다. 우선 공급순위가 간부, 군대, 군수공업, 평양시, 탄광, 광산, 순위이다. 농민들과 노동자들은 순위에 없다. 군량미로 쓴다고 해도 그만큼 주민들의 부담은 덜어질 것이다. 군대에 가도 내 자식이 굶지 않는다고 생각하기도 한다. 구상만 하지 말고 실천했으면 좋겠다.”

– 식량 문제를 위한 방도는 무엇이 있을까? 

“그런 생각은 해보지 못했다. 농민들에게 땅을 주어도 지금 형편에서 농사가 잘될 수 없다. 당국이 투자를 먼저 해서 자금이 돌게 만들어야 한다고 본다. 또한 자연 재해에도 너무 취약하다. 올해 봄부터 가물어서 밭에서 먼지가 풀풀 일어난다. 초기부터 물주기를 해야 하는데 이마저도 쉽지 않다. 물주기 동원을 나오라고 해도 모두 꼬리를 사린다(두려워 꽁무니를 빼고 움츠러든다). 나부터 살고 볼 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