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살인물가 “이러다 무슨 일 난다”

▲ 함경북도 혜산의 장마당 풍경 <사진:RENK>

북한의 가파른 물가 상승이 계속되고 있다. 최근 중국 투먼(圖們)에서 만난 윤일선(가명. 42세. 청진) 씨에 따르면, 함경도 내 쌀 가격은 북한 쌀이 1kg당 850~900원, 중국 쌀이 600~650원 정도에 거래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제 식용 콩기름 가격은 950원~1,100원, 중국제 성인용 점퍼의 가격은 최저 8,000원이라고 한다.

북한의 공장과 기업소들에서 공시(公示)하고 있는 노동자 월급이 3,500원~4,000원 사이임을 고려하면 살인적인 물가수준이다. 공시된 월급을 받는 경우도 드물다. 공장에서 생산되는 것이 거의 없기 때문이다. 대부분 장사로 생계를 유지한다. 현재 북한 장마당의 실질 환율은 1달러에 2,400원이 넘는다.

개장국 한 그릇에 2천원 넘어

지난 18일 투먼(圖們)에서 만난 윤씨는 청진 00시장 근방에서 식당을 경영하고 있다. 윤씨의 식당은 ‘개장국’ 전문이다. 그녀는 1년에 3~4차례 중국으로 나온다고 했다.

윤씨는 ‘친척방문’ 이유로 도강증을 발급받았다. 그런데 실제 중국에 나온 이유는 중국측 ‘개 도매상’을 만나기 위한 것이라고 했다. 윤씨의 남편은 중국으로 개를 팔고 있다. 물론 당국의 허가가 없는 밀수출이다. 윤씨에게 최근 장마당의 물가에 대해 들어봤다.

“요즘은 자고 나면 물가가 올라 있다. 중국 쌀도 1kg에 600원이 넘었다. 1년 새 두 배로 올랐다. 소고기야 값을 매길 수도 없고, 돼지고기는 1kg에 1,200원까지 한다. 속이 좀 찼다 싶은 배추는 한 포기 400원이다. 작년 겨울까지 국수 한 그릇에 25원, 30원 했는데 이제 50원짜리도 나왔다.”

윤씨네 식당의 개장국 가격도 올랐다. 지난 3월부터 윤씨는 개장국 한 그릇(고기 1접시에 국물추가)에 2,000원 짜리를 내놓았다고 했다. 밥과 김치, 몇 가지 밑반찬이 포함된 가격이다. 고기를 빼고 국물과 밥만 내놓는 것은 1,300원이라고 했다. 윤씨의 식당은 테이블이 12개 정도로 청진에서는 중급 식당.

윤씨는 “북한에서 개 한 마리에 얼마인가?”라는 기자의 질문은 웃음으로 넘겼다. 남편의 ‘개’ 밀수출과 관련해서는 끝까지 답변을 사양했다. ‘장마당 소식’으로 화제를 옮겼다.

청진 상설시장의 소매상, 배달도 해줘

“청진에는 큰 시장이 많다. 시장이 잘 되니까 도매, 소매도 구분된다. 그런데 요즘 소매꾼들이 야단이다. 너도 나도 장사에 나서니까 경쟁이 심하다. 청진 00시장의 채소 장사들은 한 번에 많이 사면 식당까지 배달도 해준다. 보통 매대(노점) 하나를 분양 받으면 온 가족이 나와서 같이 일하니까 젊은 사람들이 수레에 싣고 주인에게 가져다 주는 것이다.”

지금 북한에서 돈 버는 사람들은 대규모 도매상인들과 상설시장에서 매대를 분양 받아 도소매를 겸하는 사람들이라고 한다. 그 외 보따리 장사꾼들은 대부분 벌이가 시원찮다고 했다. 소매상인들의 경쟁이 심해지면서 장사 밑천을 다 날리거나, 빚을 많이 지게 되어 중국으로 도망치는 사람들도 생겼다고 한다.

윤씨는 요즘 장마당에서 뜨고 있는 종목은 ‘가전제품’이라고 말했다.

중국산 자동차 배터리 5만원

“천연색 텔레비전 중고품이 10만원 정도 나간다. 새것은 30만원까지 한다. 일본제는 워낙 비싸니까 사는 사람도 없고 파는 사람도 별로 없다. 라디오가 장착된 소형 녹음기는 4천원에서 8천원까지 다양하다. 라디오가 장착된 중형 녹음기는 3만원까지 한다. 요즘 중국제품 수준이 많이 높아져서 돈 있는 사람들도 중국제품을 잘 쓴다. 가전제품 장사가 이윤이 많다.”

텔레비전 이야기가 나온 김에 북한의 전력 사정을 물어봤다.

“전력사정이야 뭐 예전하고 똑같다. (전기가)오다가 말다가 그런다. 돈 있는 사람들은 아예 소형 발전기를 집에 들여놓기도 한다. 충전용 배터리를 사서 쓰는 사람들도 있다. 중국산 자동차 배터리를 6볼트짜리로 개조해서 쓰는 것이다. 이것도 값이 많이 올랐다. 작년에는 1만 5천원이면 살 수 있었는데 지금은 5만원까지 한다.”

월수입 10만원은 넘어야 중간생활

윤씨에게 꿈이 무엇이냐 물었다. 잘사는 것이 꿈이라고 했다. 북한에서 잘사는 것은 어느 정도냐고 물었다.

“북한에서 그냥 먹고 살만하다 할 정도면 한 달에 10만원은 벌어야 한다. 그래야 세 끼 밥 먹고 겨울에 난방 좀 하고 애들 학교 보내는 것이 가능하다.”

지금 윤씨의 희망 사항은 한 가지 뿐이다. 그녀는 마음껏 장사를 할 수 있도록 국가가 보장해주길 원하고 있다. 아마도 남편이 하는 일에 대해 걱정이 많은 듯했다.

“무엇이든지 중국에 내다 팔아서 돈을 벌면 그 돈을 조선에 와서 쓰는데 왜 그렇게 못하게 막는지 알 수가 없다. 중국에서 돈을 벌어오면 그것도 다 외화벌이 아닌가?”

중국 투먼(圖們) = 김영진 특파원 kyj@dailynk.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