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불평등 구조’는 수령제 시스템이 근본 원인”

북한이 어떤 과정을 통해 불평등한 국가로 심화되었는지, 역사적 사건을 근거로 설명한 책이 최근 출판됐다.

사회불평등은 어느 사회에서나 나타날 수 있는 보편적인 현상이다.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분배, 기회, 경쟁규칙 등의 문제에서 나타나고, 사회주의 사회에서는 당(黨)의 의사결정, 집행기능의 독점, 국가배급시스템의 적용 문제 등에서 불평등이 발생한다.

오랫동안 북한문제를 연구해 온 저자 이성로 박사는 ‘북한의 사회 불평등 구조’(도서출판 해남)에서 북한 사회는 사회주의 국가에서 지니는 일반적 불평등의 특성과 더불어 북한의 특성인 수령-당-대중의 연결인 수령제 정치시스템으로 사회적 불평등을 낳고 있다고 지적했다.

북한사회는 수령을 정점으로 당 핵심요원, 중간급 관료층, 일반대중 등으로 북한사회를 계층화 한다. 또 통합대상과 배제대상에 적합한 차별적 통치를 실시해 사회적 불평등 현상을 심화시키고 있다고 설명한다.

이 책은 북한은 제도와 달리 성별·지역별·도농(都農)간 차별이 만연한 사회이며, 종교·직업·거주·여행 등 기본적인 자유조차 제한된 사회이고, 정치범수용소를 통해 주민들의 청산과 배제를 실시하고 있는 사회라는 점을 이론적으로 잘 밝혀주고 있다.

또 민간영역이 전무한 폐쇄체제로서 국영매체와 각종 관제조직을 통해 정보독점을 실시하고 있는 사회의 특징을 갖고 있다. 이러한 과정에서 북한이란 사회가 통합력을 상실하고 쇠락의 길을 걷고 있음을 저자는 설명하고 있다.

저자는 현재 북한사회에서 사회적 동요가 표면화 되고 있진 않지만, 사회적 불만의 잠재력은 위력적이라고 설명한다.

북한체제의 위기 징후는 권력 엘리트의 정치적 태도에 영향을 미쳐, 이들은 체제에 대한 문제점과 불만을 표출하지는 못하고 수동적인 자세로 복지부동 하고 있는 상태라는 것이다.

또 이 책은 북한 당국의 불평등 조치를 주민들이 어떻게 받아들이면서 사회화 되어 갔는지를 주요 사건들을 중심으로 북한의 위기 상황의 진행을 설명했다.

저자는 북한사회의 불평등 구조의 심화·확대·구조화 되는 과정을 ▲정권 성립기(1948~1953년) ▲전후 복구와 국유화 과정(1953~1958년) ▲주체사상 등장기(1958~1972년) ▲세습체제 구축기(1970~1980년) ▲수령절대주의하 군력분점기(1980~1994년) ▲김정일 정권하(1994~현재) 등으로 구분, 역사적 사실을 근거로 들어 설명해 주고 있어 독자들의 이해를 돕고 있다.

특히 주목할 만한 점은 북한은 90년대 중반 식량위기를 겪은 이후인 2000년대부터 국제사회의 적극적인 지원에 힘입어 극단적인 위기에서 점차 벗어나자 새롭게 사회불평등 현상이 증가한 사실도 명쾌히 지적하고 있다.

그동안 김일성과 김정일에 대한 연구, 당·정·군 간의 권력구조, 북한경제 등에 관한 연구서는 많이 다뤄져 왔지만, 이 저서는 자료 부족 등의 이유로 소홀하게 평가받았던 사회영역에 대한 연구라는 의미에서 가치가 크다고 할 수 있다.

북한사회 내부의 구조적 문제를 구체적으로 서술한 이 책은 일반 독자들에게 북한사회의 본질을 잘 이해할 수 있는 중요한 책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