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곡창지대 장마·폭우 피해 속출…전국에 모금 과제 떨어져

황해도, 평안도, 남포 지역 농경지 침수·농작물 피해 잇따라…"올해 수확고 기대 어렵다" 전망도

북한 노동당기관지 노동신문이 10일 황해북도 은파군 대청리 수해 복구 사업에 나선 인민군의 모습이 담긴 사진을 공개했다. /사진=노동신문·뉴스1

돌풍을 동반한 폭우와 연이은 장마의 영향으로 북한 서해 곡창지대에 상당한 피해가 발생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따라 올해도 작황 부진을 면치 못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는 전언이다.

황해북도 소식통은 10일 데일리NK에 “황북은 강냉이(옥수수)가 중심인데 강냉이산 다락밭들과 강 주변 밭들이 3일 국가농경지 피해 통계보고 당시 42%가 물에 떠내려가거나 잠겼다”며 “통계보고에는 개인 텃밭 피해받은 게 집계 안 됐는데 그것까지 포함하면 실제 피해는 더 된다”고 전했다.

특히 그는 인접한 황해남도의 피해 상황과 관련해서도 “벼 고장인 황남은 장마철 중간에 이미 농경지 30%가 물에 잠겼다”며 “장마 시작 전까지는 작년보다 작황이 좋았다고 하는데 벼가 한창 수정할 때 물에 잠기는 바람에 농장들이 매년 가을에 하는 군량미 국가계획도 빠듯할 것 같다는 말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황해도뿐만 아니라 평안남도의 서해안 지역에도 폭우와 장마에 농경지 침수와 농작물 쓰러짐 등의 피해가 잇따른 것으로 알려졌다.

평안남도 소식통은 “최근 서해안 중부의 여러 지역에 무더기 비가 내려 논이 물에 잠기고 센바람까지 불면서 한창 익어가는 강냉이가 다 넘어지는 등 농작물 피해가 크다”면서 “평남 증산과 평원에서는 수천 정보의 논이 짠물 피해를 입어 농장들이 올해 정상적인 수확고를 기대할 수 없는 상태”라고 전했다.

이밖에 온천, 강서 등을 비롯한 남포시 지역에도 폭우와 함께 강풍이 들이닥쳐 전봇대가 넘어지고 가로수가 꺾이는 등의 사고가 발생했다는 전언이다. 더욱이 수십 채의 농가가 무너지면서 이재민이 다수 발생해 농장 회관과 작업반 선전실에 대피하는 일도 벌어졌다고 한다.

이런 가운데 물길제방이 터지면서 홍수 피해가 발생한 황해북도 은파군에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다녀간 뒤 피해복구 사업이 빠르게 진행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황해북도 소식통은 “원수님(김 위원장)께서 직접 요해(파악)하신 은파군에는 도(道)적으로 당원 돌격대 300명, 청년동맹 돌격대 500명이 급히 현장에 파견됐고, 현재 도 기관기업소 근로자들도 동원되고 있다”며 “군(郡)의 농장원들과 읍·동 인민반도 박토(剝土) 처리와 방뚝(제방)공사, 농경지 복구, 살림집 터전 정리 등의 작업에 나서고 있다”고 전했다.

군 문화회관과 여행자숙소, 읍 여관이나 지인 살립집에 임시로 거처하고 있는 피해지역 주민들 역시 군당의 지시에 따라 피해복구 현장에 동원되고 있다는 게 소식통의 이야기다.

아울러 피해지역에는 8·15훈련소 산하 각 구분대에서 선발한 군인 280명과 기계화 장비를 갖고 내려온 7총국 25여단 2개 대대 인원이 중심이 된 인민군대도 동원됐는데, 이들은 현재 군용 방수 천막을 치고 밖에서 먹고 자면서 피해복구 작업에 나서고 있다는 전언이다.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10일 큰물(홍수) 피해를 본 은파군 대청리 주민들에게 9일 ‘국무위원장 예비양곡’이 전달됐다고 밝혔다. /사진=노동신문·뉴스1

앞서 7일 노동신문 등 북한 매체 보도에 따르면 김 위원장은 황해북도 은파군 대청리 일대를 현장 방문해 농장마을 800세대를 새로 건설할 것과 국무위원장 예비양곡, 전략예비분물자를 풀어 피해주민과 피해복구건설사업에 공급·보장할 것 등을 지시했다.

실제 소식통은 은파군 농장마을 800세대 건설 지시와 관련, “올해 겨울은 수해지역 인민들이 뜨뜻한 새집에서 날 수 있게 1개동 2세대짜리 국규화 농촌문화주택을 11월 10일까지 완공하라는 지시가 떨어졌다”며 “인민군대와 도 당원, 청년동맹 돌격대가 건설하고 총책임은 내각 부총리와 황해북도 당위원장이 맡아 원수님께 보고하도록 했다”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현재 북한에서는 은파군 피해복구 및 주택건설을 위한 모금 사업이 전국적으로 진행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소식통은 “지금은 은파군의 피해만 큰 것이 아닌데도 이곳을 도와야 한다고 13일까지 피해지구 지원물자와 건설 군인 원호물자를 마련하라는 지시가 전국의 인민반별로 포치됐다”고 전했다.

모금 액수는 지역별로 다 다른데 실례로 평양시 만경대구역은 가구당 2만 원(이하 북한돈), 평안남도 개천시는 가구당 1만 원 혹은 쌀 2.5kg씩 세대 부담이 지워졌고, 황해북도 사리원시의 경우에는 가구당 1만 5000원씩 내거나 돈을 못 내면 현지에 노력 동원으로 나가야 한다는 지시가 내려졌다는 설명이다.

한편 10일 조선중앙통신 등 북한 매체는 전날(9일) 은파군에 김 위원장 예비양곡 수송차가 도착했다고 전하면서 이를 반기는 현지 주민들의 모습이 담긴 사진을 공개했다.

이와 관련해 소식통은 “장군님(김정일) 때 이런 적이 한 번 있었는데 원수님 때는 처음이라 피해지역 사람들은 감격스러워하고, 다른 지역 사람들은 부러워하고 있다”며 “지방 사람들 속에서는 국가가 아무런 통보도 없이 배급을 뭉청(뭉텅) 잘라 먹더니 죽게 되니까 비상물자를 준다면서 배급제이던 수령님 때 시절이 좋았다는 말도 나온다”고 현지의 분위기를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