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9·9절 맞아 강연제강 배포…’핵무력 완성’ 강조하며 ‘핵강국’ 선전

북한 당국이 정권수립 70년(9·9절)을 맞아 ‘핵무력 완성’ 및 ‘핵강국’을 강조하는 내용의 내부 강연을 진행할 데 대한 지침을 내린 것으로 전해졌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대외적으로 비핵화 의지를 드러내고 있지만, 정작 내부적으로는 핵무력 건설을 성과로 내세우며 핵보유국을 선전하고 있는 셈이다.

북한 내부 소식통은 13일 데일리NK와의 통화에서 “공화국 창건 70돌을 맞아 9월 둘째주에 간부와 당원, 근로자학습반을 대상으로 강습을 진행하라는 지침이 하달됐다”며 “총 15쪽 분량의 강습제강은 수령의 위대한 영도력으로 자주의 성새, 불패의 사회주의 보루로 영광스러운 길을 걸어온 공화국의 역사를 조명했다”고 전했다.

실제 본보가 입수한 9월 강연제강에는 김일성, 김정일, 김정은이 ▲자주의 원칙을 구현하고 ▲ 인민대중의 요구와 이익을 실현하며 ▲강력한 군력을 다지기 위해 내린 정책적 결정들이 구체적 사례와 함께 제시됐다.

그 중에서도 북한은 ‘군사강국’을 강조하는 부분에서 “경애하는 최고영도자 동지(김정은)께서는 핵무력을 중추로 하는 자위적국방력을 질량적으로 확대강화하기 위한 결사전을 전두에서 이끄시었다”며 “하여 국가핵무력완성의 대업을 빛나게 성취함으로써 세계적인 핵강국, 전략국가의 지위에 당당히 올라서게 됐다”는 내용을 실었다.

북한이 지난 9일 열병식 당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과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을 공개하지 않고 대미 비난을 자제하는 모습을 보이면서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비핵화 의지를 드러낸 것’이라는 평가가 나오기도 했으나, 정작 내부적으로는 핵 강국을 지속적으로 강조하고 있는 것이다.

이밖에 강연제강에는 “미제(미국)와 적대세력들은 우리 내부에 불건전한 사상독소를 퍼뜨리고 비사회주의적 현상을 조장시키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있다”며 “이는 혁명의식, 계급의식을 마비시켜 사상정신적 불구자로 만들어 우리식 사회주의를 무너뜨리려는 데 그 목적이 있다”는 내용도 담겼다. 내부에 만연하게 퍼진 비사회주의적 현상을 근절하겠다는 당국의 의도가 엿보이는 대목이다.

아울러 북한은 이번 강연제강을 통해 김일성-김정일-김정은으로 이어지는 최고지도자의 지도력과 정책적 능력을 부각하는 데 주력하기도 했다. 수령과 국가, 사회주의 체제에 대한 절대적인 충성심을 고취하는 한편, 사상성과 내부 결속을 강화하기 위한 의도로 풀이된다.

실제 북한은 강연제강에 과거 김일성이 황해남도의 한 월남자 가족들과 만난 일화를 실어 수령의 인덕정치, 인민사랑을 강조했다. 차별받고 있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던 월남자 가족들이 ‘아버지 없이, 남편 없이 사는 것이 마음에 걸려 만나러 왔다’는 김일성의 말에 감복해 엎드려 눈물을 흘렸다는 것이 해당 일화의 주된 내용이다.

북한이 최근 배포한 9월 강연제강 내용 일부. /사진=데일리NK

또한 강연제강에는 김정은 집권 이후 이후 조성된 여명거리와 마식령스키장이 거론되기도 했는데, 북한은 이를 두고 “지금 우리나라에서는 다른 나라들 같으면 부유계층들만이 살며 즐길 호화거리들과 현대적인 문화봉사기지들에서 인민들이 세상이 부러워하는 문명을 마음껏 누리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해 북한은 “지금 적대세력들은 그 무슨 인권문제에 대하여 요란스럽게 떠벌이면서 우리 제도를 악랄하게 비방중상하고 있지만, 우리 인민 모두의 심장 속에 간직된 사회주의에 대한 신념은 더욱 굳건해지고 있다”는 내용을 덧붙여 체제결속을 꾀하기도 했다.

그러면서 북한은 “올해에도 경애하는 최고영도자 동지께서는 불면불휴의 대외활동으로 우리 공화국의 존엄과 위상을 최상의 경지에 올려 세우시고 온 나라 전체 인민을 불러 일으키시어 승리에서 더 큰 승리를 이룩하도록 하시었다”며 “모든 일꾼, 당원, 근로자들은 당의 새로운 전략적노선을 관철하기 위한 투쟁에 총궐기, 총매진함으로써 사회주의 위업의 최후승리를 기어이 이룩하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앞서 본보는 소식통을 인용해 북한 당국이 9·9절을 앞두고 주민들을 대상으로 “위대한 수령님들(김일성·김정일)의 유훈대로 원수님(김정은)의 구상에 따라 새로운 통일시대를 맞이하게 됐다”는 내용을 강조하는 강연회를 여러 차례 열었다고 전한 바 있다.

북한 당국이 올해 가장 큰 정치적 기념일인 9·9절을 계기로 주민들의 사상성과 정권에 대한 충성심을 높이는 교육을 강화하는 등 내부적으로 체제 결속을 도모하기 위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