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150일 전투’ 구호만 요란한 빈껍데기

▲최근 북한에서 발행된 ‘전당, 전국, 전민을 150일전투에로!’ 선전 포스터 ⓒ연합

북한이 생산력 증대를 위한 ‘150일 전투’를 선포하고 각종 노력동원에 나서고 있지만 정작 주민들 사이에서는 통제조치만 강화됐지 전사회적인 생산력 고조 분위기는 형성되지 않고 있다는 반응이 나오고 있다.

소식통에 따르면 예전에 진행했던 70일 전투나 200일 전투에 비하면 ‘어림도 없다’는 것이 현지의 반응이다.

북한은 ‘150일 전투’ 승리를 위해 각종 선전 포스터 구호판을 평양 등 주요 도시 곳곳에 설치하고 각 건설대나 공장별로 기동 예술 선전대를 조직하는 등 분위기 조성에 적극 나서고 있다. 또한 매 사업장별로 생산 목표량을 제시하고 이에 따른 전투일지를 작성하도록 지시하고 있지만 눈에 보이는 생산 실적은 크지 않다는 지적이다.

무엇보다 전기사정과 연유 부족으로 열차를 비롯한 수송수단들이 제대로 가동하지 못하면서 생산 목표 달성에 차질을 빚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12일 경 평양을 방문한 신의주 소식통은 “평양까지 가는데 (정주시)석산에서 6시간 동안이나 정전이 됐고 (평안남도) 문덕에서는 하루 종일 정전이 되었었다. 열차 안에서 이틀 동안 꼼짝도 못하고 있어야 했다”면서 “그래도 지금은 150일 전투기간이라 증명서 검열이 심하고 열차 통제가 강화돼 예전보다는 열차에서 지내기가 많이 편해졌다”고 말했다. 북한 내에서 일반 주민들이 이용하는 대부분의 열차는 전기로 운행된다.

이러한 전력난은 북한 전력 공급의 대부분이 수력발전을 통해 나오고 있는데 지난해부터 시작된 가뭄으로 발전소의 가동률이 저조하기 때문이다. 전기 사정이 좋지 않아 공장 가동이 정상화 되지 않자 150일 전투 시작 당시 세운 목표 생산량이 구호에 머물고 있다는 지적이다.

소식통은 “겨울 가뭄이 올 봄까지 이어지면서 전력생산은 고사하고 농업용수도 부족한 상태”라면서 “가정집 전기는 평양에서도 하루 3시간 정도만 들어올 정도”라고 전했다.

북한 당국은 이번 ‘150일 전투’기간 금속공업과 농업생산을 비롯한 인민경제 전반에서 ‘혁명적 대고조’를 일으켜야 한다고 부르짖고 있지만 소식통들은 연료와 전력난으로 인해 ‘150일 전투’의 실제 진행은 ‘농업과 낡은 살림집 개조’ 분야에 집중하고 있다는 것이 공통된 의견이다.

애초에 전기도 없고 원료, 자재도 없으니 그나마 할 수 있는 것이 농사와 지방에서 자재를 이용한 살림집 건설밖에 없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마저도 전투 구호에 걸맞는 대대적인 성과를 거두지는 못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 양강도 소식통은 “혜산시는 지난 4월20일부터 시작해 올해 10월10일까지 4천세대의 새집들을 짓는다는 계획을 세웠다”면서 “공장, 기업소들은 물론이고 가두, 인민반까지 살림집 건설에 몽땅 동원됐는데 이제 겨우 400세대밖에 짓지 못했다”고 말했다.

이번에 진행되는 살림집 건설은 통나무와 블록(block), 진흙 등을 가지고 벽과 지붕을 쌓아 짓는 단층주택으로 벽돌은 부족해 거의 쓰이지 않는다. 혜산시가 공장 노동자들을 포함한 건설인력을 대거 동원하고도 이제 400세대의 살림집 건설에 그쳤다는 설명이다.

이 소식통은 “건설이 시작되면서 휘발유 값도 4천원에서 5천원으로 뛰었다”면서 “정작 휘발유를 구해 통나무를 실어와도 전기가 부족해 제재(판자를 만드는 작업) 작업 속도가 오르지 않는다”고 말했다.

북한 당국이 150일 전투를 내세워 시장 통제에 나섰지만 쌀값 상승과 골목장 확대 등의 부작용도 커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 신의주 소식통은 “‘150일 전투’를 한다면서 5월 2일부터 이틀 동안 아예 시장 문을 닫아버렸는데 하루 동안에 쌀값이 2천 원에서 3천원까지 뛰어오르는 혼란이 발생했다”면서 “이후부터 신의주 간부들이 시장을 오후만 개장하도록 조치를 완화했다”고 말했다.

이어 “평양시에서는 처음부터 오후에만 장마당을 열도록 했는데도, 장마당에 앉던 장사꾼들이 골목마다 널리 퍼지면서 오히려 장보기가 더 편해졌다는 말이 나올 정도”라고 말했다.

한편, 대북 라디오방송인 열린북한방송의 소식지 ‘열린북한통신’은 최근호에서 대북 소식통의 말을 통해 ‘150일 전투 시작 이후 오전 9시부터 정오 사이에는 거리 통행이 금지됐고, 장마당의 개장 시간도 오후 2시에서 4시로 늦춰졌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