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북한식당들 코로나19에 ‘폐업’ 위기…종업원 파견근무도

개점휴업 상태 지속되면서 심각한 경영난 겪어…충성자금 계획 완수 위해 자구책 마련

중국 랴오닝성 단동에 있는 ‘평양고려식당’ 간판. /사진=데일리NK

북한과 인접한 중국 국경지역의 북한식당들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정상적인 영업을 하지 못해 상당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식당들에서는 조금이라도 돈을 벌기 위해 종업원을 다른 곳에 파견하는 등 나름의 자구책을 도모하고 있다는 전언이다.

대북 소식통은 14일 데일리NK에 “랴오닝(遼寧)성과 지린(吉林)성에 조선(북한) 식당들이 많이 있는데 이중 여러 곳이 지금 문을 열지 못하고 있거나 폐업을 하는 등 심각한 경영난에 시달리고 있다”고 전했다.

앞서 중국에 있는 북한 식당들은 북한 당국의 조업재개 지시에 따라 일제히 영업을 시작했지만, 개점 휴업 상태가 지속되면서 아예 문을 닫으려는 식당들도 생겨나고 있다는 게 소식통의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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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 랴오닝성의 한 북한식당 관계자는 “식당 문을 열어도 사람이 오지 않으니까 종업원들이 나와 청소나 하고 노는 일 밖에 없었다”며 “그래서 (종업원들을) 밤에 다른 곳에 일하러 보내는데 밤을 새는 일이라 피곤하겠지만 그렇게 해서라도 벌어야 밥값을 하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이곳 식당 종업원들은 낮에 식당으로 출근했다가 밤에 외부로 파견 나가 밤을 꼬박 새우고 새벽에 돌아온 뒤 몇 시간만 쉬고 다시 식당에 나오는 생활을 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이 관계자에 따르면 종업원들이 밤에 파견나간 곳에서는 한 사람당 하루에 70위안(한화 약 1만 2000원)을 줘 한 달 만근 시에는 약 2000위안(약 34만 5000원) 정도를 벌 수 있다.

이러한 임금은 북한식당 사장이나 관리성원들에게 입금되는데, 종업원들에게는 이 중 60~70% 이상을 떼고 주기 때문에 결과적으로 한 달에 800위안(약 13만 8000원)도 안 되는 금액만이 돌아간다고 한다.

그러나 식당이 정상적으로 운영되지 못해 월급은커녕 하루 10~20위안으로 겨우 끼니를 해결해야 하는 종업원들에게는 이마저도 절실한 상황이라는 게 이 관계자의 말이다. 그러면서 그는 종업원 파견 근무 임금에서 떼어간 돈은 역시 대부분 당국에 상납금으로 바치거나 ‘충성자금’ 계획분에 쓴다고 부연하기도 했다.

지린성의 북한식당들도 현재 사정이 어렵기는 마찬가지다.

지린성에 있는 한 북한식당 관계자는 “조만간 문을 닫을 예정”이라며 “비루스(바이러스)가 좀 잠잠해지려 하니까 다시 병이 돌기 시작해서 더 이상 희망이 없다. 지난해 이맘때에는 산장들에 파견시켜서 돈도 많이 벌었는데 올해는 아무 데도 보낼 수가 없다”고 토로했다.

산장은 우리의 펜션과 비슷한 장소로, 중국 내 북한식당에서는 여름철 이곳에 북한 종업원들을 파견해 중국인 손님들을 상대로 음식 서빙을 하거나 춤·노래 공연을 해 돈을 벌어온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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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면서 이 관계자는 “국가계획을 완수하지 못했기 때문에 무엇이든지 해야 한다”며 “지금 있는 아이들(종업원들)은 식당이 아닌 다른 일을 하는 곳에 보낼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이밖에 일부 다른 북한식당들은 손님이 없다고 가만히 앉아 있을 수만은 없어 배달서비스를 시작하기도 했지만, 현지인들의 입맛에 맞지 않는 데다 현지 음식에 비해 상대적으로 가격도 비싸 주문량이 많지 않다는 전언이다.

이와 관련해 소식통은 “중국인들 대부분은 조선 식당을 특색 있는 장소로 인식하고 있고, 조선 사람들에 대한 호기심 때문에 조선 식당에 간다”면서 북한식당 음식에 대한 중국인들의 수요는 그리 크지 않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