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대북 석유중단 얼마나 효과있나?

▲ 대북 석유제재는 군사분야에 치명적

7일자 <워싱턴포스트>는 크리스토퍼 힐 국무부 차관보가 지난달 26일 중국을 방문했을 때 중국의 대북 석유공급 중단을 제의했으나 중국측에서 거절했으며, 중국 정부는 다른 형태의 대북제재 방식을 고민하고 있는 것 같다고 전했다.

만약 중국이 북한에 석유공급을 중단한다면 북한 경제와 사회에 어떠한 영향을 미칠까. 그리고 중국은 과연 북한에 석유공급을 중단할 수 있을까? 이에 대해 일문일답식으로 살펴본다.

– 석유제재가 북한에 미칠 영향은?

북한의 에너지 활용도에서 석유가 차지하는 비율은 4~5% 정도로 일단 미미하다. 석유 가운데 휘발유와 경유가 차지하는 비율이 70% 이상으로, 주로 군수용 또는 운송용 석유다. 따라서 북한의 민간경제에 미칠 영향은 단기적으로는 치명적일 정도의 타격을 받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물론 자동차는 대부분 멈추게 되겠지만, 석유제재의 가시적(可視的)이고 단기적인 효과는 예상만큼 크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군수산업에 미칠 영향은 클 것이고 중국의 대북 석유제재가 북한에 미칠 사회심리적 효과 역시 클 것으로 예상된다.

– 전력생산에는 차질을 빚지 않을까?

북한의 발전소는 수력이 60%, 화력이 40% 정도이다. 화력발전소는 전부 석탄을 이용하며 석유를 연료로 하는 곳은 선봉발전소 하나뿐이다. 따라서 석유제재와 전력생산과는 큰 상관이 없을 것이다.

– 교통에 미칠 영향은?

북한의 철도는 80% 이상이 전철화 되어 있다. 전력이 화력발전에 의존하고 있고 화력발전은 석탄에 의존하고 있어, 석유가 없다고 기차가 멈추는 일은 특별히 없을 것이다. 자동차 운행에는 차질을 빚겠지만 북한에는 목탄차(木炭車 ; 숯과 나무로 달리는 차)가 많다. 또한 워낙 자동차 통행량도 적어 단기적으로 그리 큰 영향은 없을 것이다. 자동차가 거의 다니지 않게 됨으로써 철도에 대한 의존률이 높아져 과부하가 걸릴 가능성이 높다.

– 주민생활과 경제에 미칠 영향은?

북한 주민들의 일상생활 중 석유와 관련된 부분은 전기가 들어오지 않을 때 등잔불을 피우는 정도이다. 난방은 대부분 석탄이나 나무로 한다. 북한에서 석유난로를 때거나 석유로 난방을 하는 가정이나 사무실은 거의 없다.

북한의 공업시설은 군수공장을 제외하고는 70% 이상이 가동을 멈췄다고 추정된다. 지금 북한은 광업, 농업, 수산업 등 채취산업만이 남아있는 거의 원시경제 상태라고 할 수 있다. 따라서 석유제재가 공업에 미칠 영향은 미미할 것이다. 10여 년 동안 산업시설이 멈춰 있으니 주민들도 특별하게 생각지 않을 것이다.

북한의 시장경제 역시 교통이 발달하지 않아 대단히 원시적이다. 예를 들어 해안지역에서는 해산물이 싸고 내륙에서는 비싼데 그 격차가 일반 사회보다 훨씬 크다. 석유제재로 차량통행이 줄어들게 되면 장마당 물가의 지역별 격차가 지금보다 더욱 커질 것이며, 이것이 주민생활에 가장 가시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다.

– 군수공업에는 어느 정도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인가

북한의 경제는 제1경제(민간경제), 제2경제(군수경제), 제3경제(김정일 개인경제)로 나뉜다. 산술적으로 보면 민간경제와 군수경제가 50 대 50이다. 이 중 상원시멘트공장 등 민간경제의 알짜 기업은 제3경제에 소속돼 있다. 중국으로부터 공급받는 석유가 제일 먼저 군수공업 분야에 들어가기 때문에 군수공업에 미칠 영향은 매우 클 것으로 봐야 한다.

– 중북 간 송유관은 어디에서 어디로 연결돼 있나?

• 북-중간 송유관
북한과 중국을 잇는 송유관은 ‘조중우호송유관’으로 불린다. 중국 헤이룽장(黑龍江)성 다칭(大慶)유전에서 생산한 석유가 북한 평안북도 피현군 백마리에 있는 봉화화학공장에까지 들어간다.

다칭유전에서 출발한 송유관은 랴오닝(療寧)성 다롄(大連)시까지 이어져 있는데, 그 도중에 랴오닝성 북부 철령(鐵嶺)에서 송유관이 갈라져 중국 단둥(丹東)시를 거쳐 신의주로 넘어온다. 송유관은 전부 지하에 매설되어 있으며 압록강을 지나는 부분도 강바닥에 매설했다.

철령에서 단둥까지 중국 영내 길이는 약260km, 신의주에서 피현, 안주군까지 북한 영내에서의 길이는 약 135km로 알려져 있다. 1974년 2월에 착공했으며 1976년 1월에 개통되었다.

북한의 연간 석유수입량은 100만 톤에 미치지 못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그 중 70~90%를 중국에서 수입한다. 리비아, 시리아, 예멘 등 중동국가에서 수입하기도 하는데 대개 무기수출의 대가로 교환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최근 격감했으리라 추정된다. 북한이 중국에서 정식으로 수입하는 석유 이외에 무상으로 공급받는 석유도 있다고 알려져 있는데, 여하튼 중국의 석유가 북한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절대적이라고 볼 수 있다. 따라서 중국이 석유공급을 중단하면 북한의 석유수입원이 완전히 끊기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또 앞서 설명했듯 대북 석유제재가 북한 지도부와 주민들의 심리에 미치는 영향은 대단히 클 것이다. “그래도 우리에게는 ‘사회주의 우방’ 중국이 있다”는 심리적 지지축이 무너지면서 북한 내부, 특히 지도부에서 중국마저 북한에 등을 돌렸다는 소문이 퍼지면서 패배주의가 만연할 것으로 보인다. 하층부에서는 식량난이 최고조에 달하던 1990년대 중반처럼 ‘이리 되든 저리 되든 전쟁이나 한번 해보자’는 여론이 더 높아질 것이다. 어쨌든 김정일 정권에게는 대단히 불리한 상황이 연출될 것이다. 단계적 압박책으로 충분한 효과가 있다.

– 북한이 비상시를 대비해 저장해 놓은 석유를 쓸 가능성은?

물론 다급해지면 쓸 것이다. 그 양이 어느 정도 될지 모르고 그것으로 상당기간 버틸 수도 있겠지만, 중요한 건 비축유(備蓄油)가 아니라 비축해놓은 정신자세이다. 북한은 지금껏 ‘중국이 우리를 외면한다’는 상황을 상상조차 해보지 않았을 것이며 그 심리적 충격이 하드웨어적인 충격보다 수십 배는 클 것이다.

– 중국은 과연 석유제재를 단행할 가능성이 있나?

<워싱턴포스트>에 따르면 중국의 조선반도사무 판공실 양시위 주임은 “북한에 공급하는 석유엔 파라핀이 많이 함유돼 있기 때문에 송유관을 일시 막으면 심각한 손상을 받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고 한다. 북한에 공급되는 석유의 파라핀 함유도를 확인해 볼 수는 없지만, 파라핀이 많은 석유가 송유관을 흘러가다 멈추면 빨리 응고되어, 석유공급을 재개하는 데 어려움이 많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견해다. 따라서 중국이 석유제재를 단행하는 것은 30년 동안 북-중 사이에 흐르던 송유관을 버리고 다시는 북한과 거래를 하지 않겠다는 의미일 수도 있다.

그래서 중국 정부의 관리들은 “대북 압력 면에선 식량 공급 중단이 가장 효과가 크다”는 입장을 내놓고 있다고 <워싱턴포스트>는 전했다. 물론 북한 경제에 직접적으로 미치는 영향은 석유제재보다 식량제재가 훨씬 크고 방법도 간단하다. 중국 측에서 북-중 세관(해관) 몇 군데만 막아버리면 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북한 주민에게는 끔찍한 상황이 아닐 수 없다.

어쨌든 이제 중국은 대북제재의 방식을 고민하고 있는 것 같다. 어설프게 단계적으로 압박해 들어가기보다는 ‘한번 칼을 들면 끝장을 보는’ 식으로, 중국적 방식으로 검토하고 있는 듯한 일면도 엿보인다. 그러나 현 북중 동맹관계를 염두에 둘 때 중국이 대북 석유제재에 들어갈지는 두고 봐야 한다.

[황장엽 일문일답] 中, 대북 무상지원 얼마나 되나

“군수물자가 기본, 식량은 1백여만 톤”

중국의 연간 대북 지원은 얼마나 될까. 이에 대한 정확한 내역은 알려져 있지 않다. 황장엽 전 조선노동당 국제비서는 “북-중 사이의 무상원조는 비밀협정이기 때문에 외부에 발표되진 않지만 과거에는 1억 달러 정도였다”고 말한다. 다음은 황 전 비서와의 일문일답.

– 중국은 북한에 주로 무엇을 지원하는가

황 : 과거 관례로 보면 중국의 대북 무상원조는 1억 달러 정도였는데, 여기에서 기본은 항공기용 휘발유를 비롯한 군수물자다. 식량 등은 포함되지 않았다.


– 식량지원은 매년 어느 정도 되는가

황 : 매년 105만 톤 정도 무상으로 지원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이 수치는 중국이 발표하는 양 그대로다. 2002년 식량지원 양이 105만 톤 정도였으니 지금도 그 정도로 볼 수 있을 것이다.

– 어떤 형태로 지원하는가

황 : 주로 중국 동북지방과의 비밀무역 형태로 지원한다.

– 에너지는 어느 정도 지원하는가

황 : 북한이 사용하는 휘발유의 60% 정도를 중국이 지원해준다.

– 중국의 입장에서 볼 때 대북 지원 양이 많은 편인가

황 : 그 정도의 지원규모는 중국에 큰 손실이 아니라고 볼 수 있지만 북한에는 큰 도움이 된다.

– 만약 중국이 대북 경제제재에 돌입하면 북한은 어느 정도 버틸 수 있는가

황 : 지금 단계에서 중국이 대북제재에 들어간다는 것은 상상하기 어렵다. 중국이 본격적인 대북제재에 들어가려면 미국이 한국, 일본과 합심해서 중국을 더 강하게 압박해야 가능하다. 만약 중국이 경제지원뿐 아니라 외교적으로도 북한을 지원하지 않는다면 김정일 체제는 2년을 채 버티기 힘들 것이다.

DailyNK 분석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