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GO, 盧 정권 들어 親정부 관변단체로 변질”

NGO(비정부기구)는 정부의 정책을 비판하고 견제하는 기구로 한국 민주주의의 성장과 그 궤를 같이 해왔다. 1987년 6월 항쟁 이후 절차적 민주주의가 제도화 되면서 민주화운동 세력은 시민단체로 진출, 새로운 시민권력을 탄생시켰다.

한국 갤럽 조사에 따르면 2000년 당시 우리 국민들은 시민단체에 신뢰도 77%라는 압도적인 지지를 보냈다.

그러나 노무현 정부에 들어와 시민단체는 더욱 몸집을 불렸지만 총선 개입, 탄핵 사태, FTA 반대운동 등 지나친 정치성향 활동에 나서면서 신뢰도가 41.5%로 곤두박질쳤다.

많은 시민단체들이 도덕성과 전문성을 바탕으로 소금 같은 역할을 하고 있지만 좌파 이념으로 무장한 메이저 시민단체들의 편향된 활동 때문에 국민들로부터 전반적인 불신이 높아가는 상황이다.

시민단체에 대한 정체성 논란이 뜨거운 시점에서 지금의 현주소를 돌아보게 해주는 책이 나와 눈길을 끈다.

이달원∙정승윤 씨의 ‘시민단체 희망인가 덫인가’를 펴내고 일부 대형 시민단체가 정권과 정치적 동지관계를 형성해 사실상 관변단체로 전락했다고 진단했다.

책은 관변단체로 변질된 일부 시민단체의 현재를 고발하는 ‘공동의 실패: 시민단체와 참여정부’. 2002년 대선 당시 3대 정치공작 사건에 혁혁한 공헌을 한 좌파 시민단체의 활약을 파헤친 ‘시민단체와 정치공작’으로 구성돼 있다.

이달원 씨는 서두에서 시민단체의 주류가 왜 진보좌파인지에 대한 분석을 시도한다.

저자는 “시민운동의 활동이 다양한 이념과 목적을 갖고 목소리를 내는 것이 서구의 현상이라면 한국은 조금 다르다”면서 “소위 진보 좌파라 부르는 386세력들은 1987년 민주화 이후 합법적이고 제도적인 영역진출을 위해 시민단체로 대거 유입되면서 시민운동이 시작됐다”고 설명했다.

한국의 시민단체는 혈연, 지연으로 엮어져 통일연대와 범국본(범국민운동본부)과 같은 여러 단체들이 참여하는 연대조직 활동이 주를 이루고 있으며, 참여연대와 같은 단체에 활동가가 대거 유입되면서 모든 시민단체를 대표하는 과대 대표성을 갖게 됐다고 말한다.

그러나 저자는 보다 본질적인 문제에 접근했다. 먼저 시민단체의 이념과 목표가 친북반미라는 과거의 이념에 머물러 있어 퇴행적인 특징이 있다고 말한다. 따라서 인권과 자유라는 본래의 목표를 잃고 북한인권마저 무시하게 됐다는 것.

또한 시민단체가 더 이상 정부정책을 비판하는 견제자로서 중립적 입장을 갖지 못하고 있다는 점도 지적하고 있다. 시민단체들의 관변단체 변질된 이유가 노무현정부의 탄생에 시민단체가 일조하면서 시민운동가들이 대거 국정에 참여하게 됐고, 시민단체의 본래 목적인 정부 비판과 견제 기능을 잃게 되었다는 것이다.

저자는 노무현 탄핵사태에 대해 시민단체들이 앞장서서 ‘노무현 대통령 탄핵 반대 운동’을 진행하고 탄핵찬성의 유무를 두고 17대 총선에서 낙천, 낙선 운동의 주요 판단기준으로 삼 는 등 친 정부적인 활동을 근거로 들었다. 반면에 제이유사건과 바다이야기 사건과 같은 권력형 비리문제와 민생문제였던 부동산정책의 폐해에 대해서는 침묵을 지켰다고 비판했다.

정승윤씨는 시민단체의 문제점에 대해 보다 구체적 예를 들어 설명하고 있다. 저자는 먼저 2002년 대선 당시 벌어진 김대업 사건의 전개과정을 자세히 설명한다.

“김대업 사건은 마이너 언론들의 흑색선전과 함께 시작되었다. 이후 민주당의 공세로 상황의 급진전 되었으며 여기에 메이저 언론들이 가세하면서 국민적 관심을 일으켰다. 이후 시민단체들마저 여기에 가담했다. 그리고 사건은 의혹이 아닌 진실처럼 보이기 시작했다.”

“특히나 시민단체는 낮은 신뢰도를 가진 폭로자의 진실에 대해 보증해 주거나, 오마이뉴스의 보도와 민주당 논평에 힘을 실어주는 등의 활동으로 국민여론을 호도하는 등 폭로배경과 편파성에 대한 의심을 가질 수 있는 사안을 중립적으로 희석시켜주는 역할을 하여 국민들의 의심을 거둬버리게 한 죄과가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저자는 특히 활동의 중심이었던 민주개혁국민연합이 김대중 정부 시절부터 정부의 2중대라는 평가를 받는 단체였음을 지적하면서 김대업 사건 이후 사라진 이 단체의 주요인물들이 정부 관리로 자리를 옮겨 나타난 것을 통해 자신의 주장을 뒷받침 하고 있다.

이창복 당시 상임대표는 열린우리당 강원도지사 공천을 받았고 공동의장이던 이해학 목사와 효림 스님은 각각 국가인권위원회 비상임위원과 과거사위원회 위원에 선임됐다.

저자는 국민들로부터 적극적인 지지를 받으며 그 영향력을 과시해온 시민단체는 그 정체성과 존재목적을 잃었다는 평가로 결론을 맺는다.

이 책이 일부 대형 정치사건에 국한돼 시민단체를 분석했다는 점은 아쉬움이 남지만 관변단체라는 지적을 받는 시민단체 활동가들이 자신과 단체를 성찰해볼 기회를 제공한다는 점은 분명한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