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진시 군부대 ‘전시물자 보관창고’ 털려”

북한 함경북도 청진시 소재 군부대의 전시물자 보관창고에서 휘발유를 비롯한 각종 군수물자가 도난당한 사건이 발생해 해당 군과 보위기관에 비상이 걸린 것으로 16일 전해졌다.


함경북도 청진시 한 주민은 “이달 10일 경 야밤에 군수동원총국(374군부대) 전시물자 보관창고(갱도 내 위치)에서 휘발유와 디젤유(경유)를 비롯한 군용 물자가 도난당해 해당 보위기관과 도보안국이 집중수사를 벌이고 있다”고 전했다. 이 보관창고는 청진시 신암구역 교동에 위치해 있다.   


이 주민에 따르면 수사기관은 이번 사건을 ‘반(反)국가적 행위’로 규정하고 ‘인민반 요해사업'(인민반장들을 만나 주민동향을 알아보는 것)을 진행하면서 “각성된 군중들이 대중적 운동으로 범인들을 적발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 주민은 “말로는 휘발유 등과 일부 물건들을 찾는다고 하지만 분위기가 험악하다”면서 “보위원들이 초점을 집중하는 것은 그 무슨 기계부속품과 전기장치들이라고 하는데 상당히 중요한 물건을 도난당한 것 같다”고 말했다.


현재 수사기관에서는 접근이 쉽지 않은 부대 내 창고가 습격당했다는 점에서 내부자 소행이거나 내부 공모자가 있을 것으로 보고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 또한 그 수법이 대담해 사전에 치밀하게 준비한 사건으로 보고 있다. 군수동원총국 영내에는 군인 외에 부대 농장 관리자, 식당관리자, 군인 가족들이 차량을 타고 수시로 드나들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374군부대 소속 군인이나 직원(군부대 내 농장관리나 식당운영 등을 하는 일반 주민), 또는 이들과 내통한 사람들로 수사망을 좁히고 있지만 아직 단서를 잡지 못하고 있다.  


이 주민은 “얼마나 통이 큰지 자동차로 물자를 실어갔다”면서 “지금 청진시내 모든 장마당들에서 상인들이 팔고 있는 물건들에 대한 감시도 강화되고 있다”고 말했다. 함경북도 청진 시장에서 휘발유 가격은 리터당 2900원이다.


탈북자들에 따르면 청진시에 위치한 374군부대는 국방위원회 군수동원총국 산하 북부지역 전시예비물자 보관·관리를 전담하는 곳으로 알려졌다. 휘발유, 피복, 의약품과 통신장비 등을 보관하고 있는 곳이다. 무기고 기능은 하지 않는다.  









▲함경북도 청진시에 소재한 374부대 위성사진(좌), 청진시 출신 탈북자가 그림으로 설명한 374부대 위치(우). 붉은색 원안이 전시물자 보관창고이다.ⓒ데일리NK

군수동원총국은 신암구역 교동 청진우체국과 주민지대(직원들 가족들이 거주하는 곳) 사이 도로를 지나 100m 정도 들어가면 나온다. 이 건물은 3면으로 산이 둘러져 있다. 건물 뒤 산밑에 군수물자를 보관하는 갱도가 있다. 평상시 갱도 입구에는 군인들이 보초를 서고 있다. 따라서 경계근무를 하고 있는 초병을 제압하고 트럭을 이용해 군수물자를 실어간 것으로 추정된다.


청진시 출신 탈북자 박인철 씨는 “374군부대는 ‘고난의 행군’도 모르고 살았다”며 “374군부대는 산 밑에 위치하고 있어 일체 모든 움직임은 갱도로 통과하기 때문에 그 주변 사람들도 갱도에 무엇이 있는지 전혀 모른다. 이따금 자동차들이 분주히 드나들었다”고 설명했다.
 
박 씨는 “군수물자 보관창고까지 털린 것은 그만큼 주민들이 대담해졌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면서 “북한 당국이 국가 시설에 대한 절도는 매우 엄중하게 다루는데 군부대 물품까지 손을 댔기 때문에 큰 사건이 될 것이 뻔하다”고 덧붙였다.


북한 사회에서 절도가 일상화 돼가는 데 이어 급기야 ‘전시물자 보관창고’까지 털리면서 북한의 군 기강에도 심각한 문제가 발생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해석을 낳고 있다. 이번 사건은 반체제 성격은 아니지만 주민들에게 공권력에 대한 대담한 도전이 실제 실행될 수 있다는 점을 보여줘 그 파장이 적지 않을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