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AEA 대표단 평양 도착…폐쇄대상 합의 주목

국제원자력기구(IAEA) 실무대표단이 26일 오후 평양에 도착했다. 이로서 북핵 ‘2·13 합의’ 이행의 새로운 전기가 마련됐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올리 하이노넨(사진) IAEA 사무차장을 단장으로 하는 대표단은 25일 베이징에 도착,”우리는 IAEA를 대표해 영변 핵시설 폐쇄를 검증하고 확인하기 위해 구체적인 사항을 협상하러 간다”며 “이번 방북은 (핵시설 폐쇄의) 긴 여정을 위한 하나의 후속 조치”라고 말했다.

하이노넨 사무차장은 베이징에서 칼루바 치툼보 IAEA 안전조치국장 등 3명의 대표단과 합류한 뒤 26일 북한으로 들어간다. 대표단은 30일까지 4박5일간 북한에 머물며 이재선 북한 원자력총국장 등과 만나 감시단의 규모와 활동 범위를 협의할 예정이다.

북한은 2002년 10월 미국으로부터 고농축우라늄(HEU) 개발 의혹이 제기돼 2차 핵위기가 발생하자 그해 12월 영변 핵시설을 감시하던 IAEA 사찰관들을 추방하고 IAEA와의 관계를 단절했다.

이번 대표단의 방북에 앞서 모하메드 엘바라데이 IAEA 사무총장은 지난 3월 방북해 1차 협의를 진행한 바 있다. 또한 1994년 미북제네바합의 당시 IAEA 사찰관이 들어가 북핵시설을 동결했던 경험이 있어 이번 협의에는 큰 문제가 없을 것으로 보인다.

북한 측과 폐쇄 문제 등을 논의할 핵시설엔 1994년 제네바합의 당시 동결 대상이었던 영변의 5MW 원자로와 방사화학실험실(재처리시설), 핵연료봉 생산시설과 현재 건설 중인 영변 50MW 원자로, 태천 200MW 원자로 등이 포함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부지 공사 중이었던 태천의 200MW 원자로는 제외될 것이란 전망도 있다.

이와 관련, 일본 마이니치신문은 25일 북한이 초기에 봉인할 핵시설은 5MW 원자로와 방사화학실험실 2곳이 될 가능성이 높다고 보도했다. 이 신문은 6자회담 참가국들은 두 곳의 폐쇄를 최우선한다는 데 의견이 일치되고 있다고 전했다.

그러나 영변 핵시설 외에 IAEA가 추가적인 폐쇄 대상을 제시할 가능성도 있다. 이미 생산된 플루토늄 등 핵물질을 비롯, 우리 군 당국이 파악하고 있는 동위원소 생산연구소와 3곳의 폐기물 시설도 IAEA 미신고 시설이어서 폐쇄 범위 포함 여부를 놓고 양측 간의 신경전이 예상된다.

IAEA 대표단이 닷새 간의 활동을 마치고 북측과 협의해 30일쯤 합의문을 발표하면 다음달 초순쯤 IAEA 특별이사회 결정을 통해 IAEA 검증단이 방북해 중순께까지 핵시설 폐쇄·봉인에 대한 감시·검증작업을 벌일 것으로 예상된다.

폐쇄·봉인 작업은 원자로 가동을 중단한 뒤 핵연로를 식혀 연로봉을 뽑아내고, 핵시설을 재가동하지 못하도록 덮개를 덮거나 자물쇠를 채우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외교부 당국자는 봉인 대상 시설 및 장비는 700∼800여개에 이르고, 봉인 이후 북측의 훼손 여부를 상시 감시하기 위해 20여대의 카메라가 설치 될 것으로 예상했다.

이와 함께, 방사화학 전공 박사인 하이노넨 사무차장은 핀란드 출신으로 1983년 IAEA에 합류해 92년 북핵 사찰단의 일원으로 평양에 첫발을 디뎠다. 이후 1994년과 2002년 등 북핵 위기가 중요 고비에 처했을 때마다 영변 핵시설 사찰의 주역으로 활약한 바 있어 그의 활약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특히 그는 1992년 1차 북핵 위기 당시에는 북한의 플루토늄 추출량이 신고보다 훨씬 많다는 결정적 증거를 포착한 주인공이다. 북한은 90년 한 차례 90g 분량의 플루토늄을 추출했다고 신고했지만, IAEA 사찰팀은 북한이 89, 90, 91년 세 번에 걸쳐 1kg 이상의 플루토늄을 추출한 증거를 확보하고 추가 사찰을 요구했다.

잠비아 출신인 치툼보 안전조치국장 역시 핵시설 폐쇄·해체 등 세이프가드 분야에 관한 한 최고 전문가로 알려졌다. 하이노넨 차장은 원칙적으로 일을 처리하는 스타일인 데 비해 치툼보 국장은 북한에 약간 온정적 시각도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