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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50년 6·25전쟁 당시 8만2천959명이 납북됐으며, 이중 언론인이 285명, 종교인이 370명에 달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한국전쟁납북사건자료원(원장 이미일)’ 주최로 30일 국가인권위원회 배움터에서 열린 포럼에서 정진석 한국외대 명예교수는 “북한은 6·25전쟁 중 인적자원을 확보하기 위해 정치인, 공무원, 판검사, 변호사, 언론인, 종교인, 교육자, 은행원 등 전문직 종사자를 북으로 끌고 갔다”며 이같이 밝혔다.
이어 “언론인 285명중 36명이 피살됐다”면서 “납북된 언론인 가운데는 방응모 조선일보 사장을 비롯해 안재홍 한성일보 사장, 백관수 동아일보 사장, 이광수 방송인 겸 시인, 김억 방송인 겸 수필가 등 신문과 방송계의 많은 거물들이 포함돼 있었다”고 말했다.
특히 “언론과 종교는 북한의 이데올로기와 민감하게 대립된다”며 “이 두 분야의 연구만으로도 당시의 참상을 이해할 수 있는 사례가 될 수 있다. 또한 종교인의 집단학살은 세월이 흐른 지금 다시 떠올리는 것만으로도 몸서리치는 참상이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과거 정부에서 과거사위원회를 만들어 과거를 파해치고, 예산과 인적자원을 투여해 성과들이 내왔지만, 납북자문제에 대해서는 아무도 손대지 않고 있다”며 “한 사람의 인권이 얼마나 중요한가를 안다면 납북자에 대한 진상조사는 점점 발전해 가는 인류문명사에서 중요한 일이다”고 주장했다.
정 교수는 “북한의 납치는 지도층, 지식층의 청년을 중심으로 조직적으로 이뤄졌으며, 이 분야 대한 연구는 지금까지 소홀한 상황으로 미개척 분야”라며 “지금까지의 조사활동은 디딤돌수준에 불과해 이 분야에 대한 연구 진척, 귀환, 인권보장을 위한 후배 학자들의 노력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날 납북자 이길용 기자(동아일보)의 아들인 이태영 전 중앙일보 국장은 가족증언에서 “200여명의 유력 신문의 사장들, 국영방송의 핵심간부들이 납치 행위는 세계 언론사에서 유례를 찾아 볼 수 없는 비극”이라며 “역사는 이 수난을 기억할 것이며, 대한민국 정부의 무능력과 무책임까지 기록에 남길 것이다”고 성토했다.
이어 납북자 김유연 목사의 장남인 김성호 ‘6·25전쟁납북인사가족협의회’ 명예이사장은 “김일성이 북한에 들어 왔을 때 당시 북한은 모든 분야에서 기독교가 지도적 영향력을 갖고 있었다”며 “대한민국의 교회 지도자를 납치한 것은 북한 교회 지도자를 포섭해 김일성 신화를 위한 일이었다”고 했다.
한편, 한국전쟁납북사건자료원은 납북사건 관련 연구 및 자료 수집, 국내외 연구기관 단체 및 개인 연구자 등과의 자료교류에 힘쓰고 있다. 또한 납북자 가족들의 육성을 자료화하는 작업을 비롯해 납북사건을 입증할 수 있는 각종 명부 및 사료를 수집해 연구 성과물로 축적해 나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