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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이 4차 6자회담 속개 시기를 9월 12일이 시작되는 주로 할 것을 제안하고 미국이 수락 의사를 밝혔다.
북한 외무성 대변인은 29일 조선중앙통신 기자와 문답 형식으로 “우리는 전쟁연습 먼지가 좀 가라앉았다고 볼 수 있는 9월 12일에 시작되는 주에 가서 4차 6자회담 2단계 회담을 개최하자는 입장”이라고 밝혔다.
대변인은 회담이 연기된 이유에 대해 “미국은 회담이 휴회에 들어가기 바쁘게 우리를 반대하는 대규모 전쟁연습인 을지포커스렌즈와 북조선인권문제 담당 특사 임명놀음을 연이어 벌어놓았다”고 그 배경을 설명했다.
이에 앞서 이날 오전 외교통상부 당국자는 4차 6자회담 속개 지연문제에 대해 “회담 내∙외적 요인으로 불가피하게 어느 정도 길지 않는 시간 순연될 것으로 본다”며 “일단 금주는 넘어가야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북한이 회담을 연기한 데는 정부 당국자의 지적대로 내외적 요인이 모두 작용했을 가능성이 높다. 내적 요인은 회담 쟁점 관련한 이견, 외적 요인은 북한이 내세운 한미연합 군사훈련과 인권특사 임명이다.
북, 한-미 연합 훈련마다 위기 국면 조성
북한은 1986년부터 한∙미 연례군사훈련인 팀스피리트 훈련이 시작될 즈음에 남북대화를 중단하고 길게는 수 년간 남북관계를 냉각시켜왔다. 1992년부터는 을지포커스렌즈(UFL) 훈련을 회담 중단 이유에 포함시켰다.
한∙미간 합동군사훈련이 시작되면 북한은 비상사태를 선포하고 전 주민 동원령을 선포된다. 북한 지도부의 위기의식도 커지면서 비상사태에 필요한 식량, 물자, 자원 상당량이 소요된다. 이러한 북한의 위기국면 유도와 자원고갈을 유도하기 위해 한미연합 ‘작계 5030’이 존재한다는 주장이 나올 정도다.
북한이 UFL훈련을 들어 4차 6자회담 속개를 연기한 것도 하나의 원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또한 미국의 대북 인권문제 언급에 대한 경고 차원의 수단으로도 해석이 가능하다.
그러나 UFL 훈련이 매년 실시되는 훈련인데다 인권특사 임명은 미 의회에서 제정한 북한인권법에 따른 예정된 조치여서 북한이 민감하게 반응할만한 일이 아니라는 지적도 있다. 또한 UFL 훈련이 끝나지도 않은 시점에서 복귀 결정을 내린 것도 의문이다.
이러한 지적대로라면 북한이 평화적 핵 이용문제로 고립상태에서 활로가 보이지 않자 회담 미복귀를 카드로 활용해보려 했다는 분석이 나오게 된다. 북한 특유의 ‘조건 협상전술’, 즉 의제 전환이나 상대측 양보를 촉구하기 위해 회담을 연기시키는 행태를 반복한 것이 아니냐는 것이다.
북-중 채널 협의내용 주목
1단계 4차 6자회담 종료 시점에서 북한은 중국과 러시아로부터도 현 단계 평화적 핵 이용문제에 대해 지지를 얻지 못했다. 북한 입장에서는 미국을 고립시키는 구도로 회담 전략을 구사했지만 실제 협상에서는 북한이 몰리는 형국이 초래된 것이다. 휴회기간 진전이 없는 상태에서 6자회담 복귀가 스스로 고립을 가속화시킬 수 있다는 위기감을 가졌을 수 있다.
이러한 북한의 압박감을 우다웨이 중국 외교부 부부장 방북(訪北)을 통해 어느 정도 해소됐기 때문에 회담 복귀 결정을 내린 것으로 추측된다. 후진타오 중국 국가주석의 방미(訪美)를 앞두고 중국과 북한의 이해가 맞물렸을 가능성이 있다. 반대로 압박의 가능성도 있으나 판을 깰 우려가 있다는 점에서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북한의 자세 변화가 없는 상황에서는 6자회담의 진전은 없다. 결국 속개회담의 성패는 평화적 핵 이용문제와 관련, 북한의 고집을 꺾을 수 있는 외교적, 경제적 수단이 준비될 수 있을지 여부다.
이와 함께 북한은 30일 노동신문을 통해 북-미간 평화보장체제만이 핵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보도했다. 6자회담이 속개되면 평화적 핵이용 문제를 넘어 북-미간 평화체제 구축문제를 또다시 강하게 들고나올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조선반도 비핵화’는 북-미간 평화체제 구축, 즉 미군철수가 이뤄져야 가능하다는 맥락이다.
이러한 문제까지도 북-중간 구체적 협의가 있었는지 현재로서는 알 수 없다. 그러나 북-중 채널에서 핵문제뿐 아니라 한반도평화체제 구축문제를 포함한 포괄적인 동북아안보체제에 대한 협의가 오고갔을 가능성은 매우 높다. 이렇게 되면 6자회담이 속개돼도’북핵폐기’라는 초점이 또다시 공전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신주현 기자 shin@dailynk.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