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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은 조지 부시 미국 대통령과 아베 신조 일본 총리의 정상회담을 어떻게 보고 있을까.
이번 정상회담은 미일 관계의 굳건함을 다시 한번 확인시켜 주었다. 일본인 납북자 해결 전까지는 북한에 대한 테러지원국 삭제할 계획이 없다는 입장도 확인됐다. 김정일 입장에서는 매우 불편할 것이다.
이런 가운데 북한의 묘한 반응이 하나 나왔다.
북한 당국의 입장을 대변해온 조총련 기관지 조선신보는 28일 “군사력을 동원하지 않아도 일본을 궁지로 몰아넣을 방도가 있다”며 “예컨대 6자회담의 급진전은 아베정권의 강경노선을 산산조각 나게 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신문은 “조선에서 양보를 얻어낼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 큰 오판”이라며 “핵실험을 단행한 ‘선군조선’과 대화를 하기로 한 미국의 정책판단은 납치소동(납북자 문제의 북한식 주장)을 다시 되풀이한 정도로는 뒤집을 수 없다”고 했다. 그러면서 “조선은 호언장담을 하는 나라가 결코 아니다”고 강조했다.
북한의 이같은 주장은 2·13 합의 초기조치 이행 시한을 넘기도록 발목을 잡고 방코델타아시아(BDA) 북한자금 문제가 내주 중 해결될 것이라는 전망이 점쳐지고 있는 가운데 나온 것과 무관치 않아 보인다.
이와 관련, 북핵 6자회담 의장국인 중국 측 수석대표인 우다웨이(武大偉) 외교부 부부장은 BDA의 북한자금 이체문제와 관련, “마카오 정부가 BDA를 매수하는 방법이 모색되고 있다”고 말했다고 29일 도쿄(東京) 신문이 보도했다.
이는 BDA와 다른 금융기관 간의 거래가 사실상 불가능한 가운데, 마카오 정부가 BDA를 매입해 제재를 해제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마카오 정부가 BDA를 인수할 경우 약 50명 명의로 나눠져 있는 북한 자금의 일괄 반환도 가능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물론 북한이 BDA 북한계좌 52개에 묶여 있는 2천500만 달러의 인출이 아닌, 정상적인 국제금융거래를 원하고 있어 BDA 문제 완전 해결이 쉽지 않다는 전망이 만만치 않다. 그러나 2·13 합의 미이행으로 국제사회의 부정적 여론이 높아지고 있어 북한으로서도 무작정 버티고만 있을 수 없을 것이란 지적도 있다.
이에 따라, 리제선 북한 원자력총국장이 지난 20일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무총장에게 보낸 서한에서 “BDA에 동결된 자금이 실제 해제됐다는 것이 확인되는 즉시 IAEA 실무대표단을 초청할 것”이라고 밝혔듯, BDA 문제가 해결되면 영변 핵시설에 대한 폐쇄·봉인 조치가 빠르게 진척되고 중단된 6자회담도 탄력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2·13 합의 초기조치 이행이 완료되고 6자회담이 재개되면 북한은 ‘미-북 관계정상화 실무그룹’ 회의를 통해 ‘미북 수교 논의’와 ‘테러지원국 해제’ ‘적성국 교역법 적용 해제’ 등을 강하게 요구할 것으로 보인다.
북한으로선 특히 미국과 동맹관계라는 힘을 빌려 납치자 문제 해결 요구 등 대북 강경노선을 고수하고 있는 일본에 대해 한번쯤 ‘손을 봐줘야 할 대상’으로 지목하고 있다. 올해초부터 북한은 공식매체에서 일본을 ‘왜 나라’로 표기하고 있다. 또 ‘(북한에서) 3년내 일본 상품을 모두 없애라’는 지시가 내려지는 등 현재 대일관계는 그야말로 최악이다.
일본도 북한에 대한 ‘강공드라이브’를 멈추지 않고 있다. 일본 경찰은 북한 인민군 창건일인 지난 25일 1973년 일본에서 행방불명된 북한국적 어린이 2명의 실종사건과 관련, 혐의를 받고 있는 한 여성(55)의 도쿄(東京) 자택과 재일본조선인총연합회(조총련) 산하 단체 등 4곳에 대한 압수수색을 벌였다
2·13 합의 이전부터 “일본이 6자회담에 참여하지 않는 것이 회담의 효율성을 높이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주장해온 북한으로선 대북지원에는 동참하지 않으면서 경제제재를 주도하고 있는 일본이 눈엣가시일 수밖에 없다.
때문에 북한은 2·13 초기조치 이행을 통한 ‘평화무드’ 조성과 6자회담 급진전을 통해 일본을 고립시켜 6자회담을 미-북 중심의 구도로 끌고가려 할 수 있다. “6자회담의 급진전은 아베정권의 강경노선을 산산조각 나게 할 것”이라는 주장이 간단치 않게 들리는 이유다.
문제는 역시 BDA 북한계좌이다. 이번 주 BDA 문제 처리 향방이 매우 주목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