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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당국이 함경북도 일부 공장기업소 책임자들에게 “노동자들의 배급 6개월분을 무조건 풀라”는 지시를 내렸다고 내부 소식통이 11일 전해왔다.
소식통은 이날 통화에서 “양강도와 함경북도 일대 지배인, 당 비서들에게 ‘노동자들의 한해 식량 중 6개월분은 각 공장, 기업소들이 자체로 책임지고 무조건 풀어주라’는 지시가 위(중앙당)에서 떨어져 간부들이 골머리를 앓고 있다”고 전했다.
이번 지시가 전보다 강력해진 이유는 ‘식량 과제를 수행 못한 간부들을 해임, 철직한다’는 지시가 붙었기 때문이라고 소식통은 알려왔다.
북한은 올해도 자체로 식량 해결을 위해 매 직장들마다 협동농장의 밭을 일정하게 떼주고 자체로 농사를 지어 수확량을 배급하는 제도를 시행해왔다. 사실상 도급제(농지를 일정 집단에 나눠주고 수확량을 갖도록 하는 제도)를 공장할당제로 확대한 조치다.
각급 공장이나 기업소는 할당 받은 농지를 공장 노동자나 인부들에게 경작을 하게 하고 수확기에 이를 전체 노동자들과 나누게 된다.
그러나 충분한 농지를 할당 받지 못하거나 운송 거리도 멀 경우 이러한 도급제는 오히려 독이 된다. 경작에 들어가는 각종 경비, 수확량 운송에 들어가는 비용을 빼고 나면 오히려 적자인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시내 주변에 있는 농장은 대부분 채소 농장인 데다 경쟁이 심해 100리, 200리 떨어진 곳이 대다수다. 인력 운송이나 수확량 운송에 들어가는 경비를 충당하기도 쉽지 않다.
당기관이나 정권 기관은 도급제의 혜택을 톡톡히 본다. 농장의 노른자위 땅을 차지하고 농사도 농장원들을 동원한다. 그리고 수확기에 농지 할당을 내세워 식량 대부분을 갈취한다.
기업소 자체 식량생산제로 알려진 이 정책 때문에 대다수 힘 없는 기업소 노동자들은 피해를 입어왔다. 이런 상황에서 당국에서 ‘6개월 식량 배급을 책임지라’는 지시가 내려오자 대부분의 공장 기업소는 비상이 걸렸다. 사실상 식량 확보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소식통은 “우리 공장은 제일 힘이 없는 공장이어서 마을에서 200리가 떨어진 제일 나쁜 땅을 가졌다. 노동자들이 모두 밭을 버리자고 해도 농촌경영위원회에서 밭을 다루는 정황을 조사해 당에 보고하기 때문에 하는 수 없이 교대제로 사람을 동원해 밭을 갈았다”고 말했다.
이어 “강냉이와 콩을 심었는데 가을에 자동차를 빌려 가을(수확)해오니 찻값, 기름 값으로 좋은 것은 다 팔고 우리에게 차례진 것은 쭉정이 강냉이 22kg이었다. 그런데도 우리는 4개월분 식량을 받은 것으로 보고되었다. 그래야만 지배인과 당 비서가 살아나기 때문이다”고 말했다.
그는 “이런 조건에서 당국이 6개월분 식량을 배급하라고 지시하면 이 분량을 노동자들이 모두 마련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당비서가 서류만 6개월치를 생산해서 분배했다고 한다. 노동자들은 일만하고 배급도 받지 못할 게 뻔하다”고 말했다.
평안북도에서 탈북한 김 모 씨도 이러한 자체 식량생산제는 간부들에게만 엄청난 이익을 준다고 평가했다.
“당 간부나 법을 쥐고 있는 윗 대가리(간부)들은 가을이면 눈꼴사나워 못 봐준다. 그렇게 거두어들이고도 국가배급은 배급대로 다 타먹는다. 힘없는 노동자들은 오히려 빚만지지 않는가”라고 성토했다. 간부들이 할당제 식량도 가져가고 식량 배급도 받는 이중 갈취를 한다는 것이다.
김 씨는 “이렇게 하면 결국 공장기업소들이 억지로 식량생산량을 부풀려 6개월분을 만들어 놓는다. 국가는 또 이런 기준에 따라 주민들에게 6개월분 식량을 모두 풀었다고 선전할 것이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