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24조치로 손실’ 대북 교역업체 손배소 패소

북한의 천안함 폭침에 따른 정부의 5·24조치로 생산이 중단돼 부도위기에 처해 있다며 정부를 상대로 소송을 낸 위탁가공업체가 패소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21부(황윤구 부장판사)는 17일 북한에 제품 생산을 위탁해온 N사의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을 내렸다.


재판부는 “정부의 ‘5.24 조치’는 남북한 긴장관계 속에서 전격적으로 이뤄진 고도의 정치적 행위이고 정부도 남북교역 업체의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나름의 노력을 기울인 것으로 보인다”면서 “정부가 고의 또는 과실로 손해를 끼쳤다고 보기 힘들다”고 밝혔다.


이어 재판부는 “‘5.24 조치’로 일정 부분 재산권 행사 제약이 있던 것도 인정되나 남북한 관계에 따른 위험성은 항상 있으므로 해당 조치가 재산권 행사의 사회적 제약을 넘어서는 특별 희생이라고 보기도 어렵다”며 “국가에 대한 손실보상청구권을 인정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2007년부터 평양 소재의 한 회사에 제품 전량을 위탁 생산해온 N사는 “천안함 사태 이후인 5월 24일 정부가 개성공단을 제외한 북한과 교역을 중단해 181만달러에 이르는 제품을 공급받지 못했다”며 북한 교역 업체로는 처음으로 정부를 상대로 소송을 냈다.


당시 N사는 “제품을 공급받지 못해 총 21억 7000만원 상당의 피해를 입었다”며 “북한과 교역하는 기업에 대비책을 마련할 기회를 주지 않고 완화안조차 선택하지 않은 정부는 이같은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주장했다.


이와 과련 통일부 당국자는 “이번 판결이 5·24조치가 위법하지 않다는 것이며, 기업피해와 정부의 대북 조치간의 명확한 인과관계가 있지 않다는 것으로 보여진다”면서 “정부는 이번 판결을 지지하며, 향후 이들 기업들에 대해 적절히 대응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N사뿐 아니라 다른 위탁가공 업체도 현재 정부를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준비중이며, 이미 소송을 낸 기업도 있다. 그러나 이번 판결로 인해 이들 기업들이 승소 판결로 받기는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김규철 남북포럼 대표는 데일리NK와 통화에서 “객관적으로 정부의 조치로 손실이 발생했다는 것을 증명해야 하는데 남북경협의 특성상 어렵기 때문에 패소한 것 같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김 대표는 “판결이 났지만 남북 당국의 ‘귀책사유’ 등이 있기 때문에 이번 판결은 애매한 부분이 있다”면서 “법원의 판결을 떠나 정부는 5.24조치로 손실을 입어 현재 부도위기에 처한 기업에 대한 적절한 대책을 내놓아야 한다”고 주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