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박3일 평양 남북정상회담 ‘관전 포인트’

오늘(2일)부터 사흘 동안 평양에서 제2차 남북정상회담이 열린다. 지난 2000년 정상회담 이후 7년 만에 다시 열리는 남북 정상간 만남이다.

이번 정상회담의 의제와 일정을 두고 무수한 말들이 오고 갔지만 정작 국민들에게 속시원히 알려진 것은 없다. 국민들의 관심도 그다지 높은 편이 아니다. 그러나 북핵문제와 평화체제, NLL과 경협과 등 국익과 직결된 핵심 쟁점들이 논의될 것으로 보여 3일간의 회담 전반을 꼼꼼이 지켜봐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정상회담 2박 3일 동안 김정일이 언제 등장하고 노무현 대통령과 무슨 이야기를 나눌지 회담 당일까지 공개되지 않고 있다. 따라서 그가 연출하는 ‘깜짝 이벤트’에 따라 전체적인 정상회담 분위기가 좌우되는 것 아니냐는 전망도 나온다.

첫째날(2일)-노 대통령 MDL 걸어서 통과…北에서 누가 나오나?

◆ MDL 도보로 통과 = 노무현 대통령은 2일 오전 청와대에서 북한방문에 임하는 대국민 메시지를 발표한 후 부인 권양숙 여사와 함께 전용차를 타고 방북 길에 오른다. 노 대통령은 출발 전 청와대 국무위원, 공식 수행원들과 티타임 간담회를 갖은 후 청와대 본관 앞에서 인사말 형식으로 대국민 메시지를 전달한다.

서울을 출발해 오전 9시께 도보로 군사분계선(MDL)을 넘어 육로를 통해 평양으로 향한다. 노 대통령 내외는 MDL 남측 30m 전방에서 전용 승용차에서 내린 뒤 걸어서 MDL을 넘는다. 북측으로 30m쯤 걸어가 북측 영접인사와 인사말을 나눈 뒤 다시 승용차에 오르게 된다. 이 모든 장면이 TV로 생중계 된다.

특히 노 대통령이 북측 MDL을 넘어갈 때 북측에서 어떤 인사가 나와서 영접할지 관심사다. 현재까지는 정상회담 개최 합의문에 서명했던 김양건 통일전선부장과 제1차 정상회담 때 김대중 전 대통령을 최초 영접했던 전희정 국방위원회 외사국장이 거론된다. 여기에 김일근 개성시 인민위원장이나 황해북도 리상관 인민위원장이 나올 가능성도 있다.

◆ 환영식 = MDL을 통과한 노 대통령과 남측 대표단은 평양-개성간 고속도로를 이용해 약 2시간 30분 가량을 달려 낮 12시 직전에 평양에 도착할 예정이다. 공식 환영식 장소는 평양-개성간 고속도로가 끝나는 조국통일3대헌장 기념탑 광장이 유력하다.

환영식에는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이 나와 노 대통령을 영접할 것으로 보인다. 노 대통령은 북한군의 사열과 분열을 받는다. 현재는 기념탑에서 김영남이 노 대통령을 영접하고 의장대 사열 및 분열 행사를 갖는다는 것이 남북간 공식 합의사항이다.

물론 이 자리에 김정일이 깜짝 등장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2000년 회담 때도 김정일은 남북 간에 합의되지 않았지만 파격적으로 평양 순안 공항에 직접 나와 김대중 전 대통령을 영접하는 장면으로 화려하게 등장했다.

하지만 경호상의 문제로 김정일의 동선이 노출되는 것을 꺼려하는 북한 특성상 남한 언론에서 자주 오르내린 기념탑 등장은 가능성이 낮아졌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이에 따라 제3의 후보지로 평양 중심가인 김일성광장도 거론된다. 하지만 현재까지는 모든 게 불투명하다.

노 대통령은 환영식 직후 백화원 영빈관으로 이동해 여정을 푼다. 이어 오후 3시쯤 김 상임위원장과 만수대 의사당에서 1시간쯤 면담한 뒤 3대혁명전시관 중 하나인 중공업관을 방문하게 된다.

◆ 환영 인파 = 2000년 회담 때와 마찬가지로 평양 시내에 쏟아져 나올 인파가 어느 정도나 될 지도 관심사다. 1차 회담 때에는 약 60여만 명이 동원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평양 순안 공항에서 백화원 영빈관으로 이동하는 거리로 나와 “김정일 만세””결사옹위” 등의 구호를 외쳤다. 일단 평양시민들을 볼 수 있는 장소는 환영식이 열리는 기념탑 앞이다. 또한 김정일이 김일성광장 앞에서 노 대통령을 영접한다면 넓은 광장에 수십만 명의 인원이 동원될 수 있다.

이럴 경우 노 대통령과 김정일의 첫 상봉은 김일성광장이 된다. 물론 그 가능성을 놓고 큰 기대는 할 수 없다. 북한 전문가들과 탈북자들은 김정일이 지난 2000년처럼 노 대통령을 영접하러 나가지 않을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이럴 경우 노 대통령과 김정일의 첫 대면은 백화원 영빈관이 될 것으로 보인다.

1차 회담 때처럼 이번 정상회담에 대한 기대치가 높지 않다는 분위기도 감지된다. 1차 회담 당시엔 노동신문을 비롯한 각종 지방 매체에까지 정상회담이 소개됐으나 이번 회담을 앞두고는 관련 소식이 거의 소개되지 않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이번 회담을 바라보는 북한 당국의 시각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둘째날(3일)-단독 회담 두 차례 예정…’아리랑 공연’ 관람도 예정

◆ 정상회담 = 이튿날에는 노 대통령과 김정일 간 정상회담이 오전과 오후 한 차례씩 모두 두 차례 정도 열리는 것으로 알려졌다. 2000년 회담 때는 소수 배석자만 참석시킨 단독회담과 확대회담 등 정상간 회담만 6시간 20분가량 소요됐다.

이번 회담도 양 정상간 단독 회담이 얼마나 이뤄질 지가 회담의 성과와 직결돼 있다는 지적이다. 정부 당국도 이를 염두에 두고 정상간 만남이 최대한 보장될 수 있게 노력하고 있지만 현재로선 두 차례 정도가 계획돼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물론 수행원들과 함께 하는 오.만찬을 합치면 양 정상 간에 접촉하는 시간은 그 만큼 길어진다. 하지만 실질적인 논의와 진전은 단독회담에서 이뤄진다는 것을 감안하면 단독회담 횟수에 따라 회담의 성패가 걸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정상회담 장소도 어디가 될 지 확정되지 않았다. 현재로선 1차 회담때처럼 김정일이 백화원 영빈관에 불쑥 찾아와 진행될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정상회담은 통상적으로 대통령 집무실에서 열리는 만큼 김정일 집무실이 위치한 노동당 중앙위원회 청사에서 열릴 가능성도 있다.

1차 회담땐 고령인 김대중 전 대통령에 대한 예우 차원에서 북측이 “젊은 사람이 백화원으로 가는 게 좋겠다”고 의사를 전달해와 백화원 영빈관에서 회담이 이뤄졌다.

이와 함께 노 대통령과 김정일은 달변가로 잘 알려져 있다. 특히 노 대통령은 “이쯤하면 막가자는 거지요””이 놈의 헌법~”대통령짓 못해먹겠다”는 식의 막말로 논란이 되어 왔다. 이번 회담에서 김정일 못지않게 노 대통령이 만들어낼 어록에 관심이 모아지는 이유다.

김정일도 지난 1차 회담 당시 수많은 어록을 만들어 냈다. “김 대통령이 오셔서 은둔에서 해방됐다””공산주의자에게도 도덕이 있다””힘들고 무서운 길을 오셨다” 등 화려한 말들을 남겼다. 이후 남한에선 ‘김정일 쇼크’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김정일이 보여준 모습은 충격적이었다.

◆ 아리랑 공연 관람 = 이날 밤에는 ‘아동학대”체제선전’ 논란이 끊임없이 제기되고 있는 ‘아리랑 공연’을 노 대통령과 남측 대표단이 관람할 예정이다.

북측은 문제가 될 만한 공연내용을 태권도 시범 등으로 바꾼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에 노 대통령과 김정일이 함께 나란히 앉아 공연을 관람하게 될지도 주요 관심사다. 공연 중간 중간 노 대통령이 김정일과 함께 박수 치는 모습이 방송화면을 통해 공개될 경우 논란은 더욱 심화될 것으로 보인다.

공연 내용을 일부 수정했다고는 하지만 체제 선전을 주목적으로 하는 아리랑 공연의 근본적인 문제가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지난달 24일 노동신문은 “김일성조선의 창창한 내일을 밝히며 거세차게 타오르는 ‘아리랑’의 봉화는 우리의 김정일 장군님이시야말로 태양민족의 존엄과 영광을 온 누리에 한껏 떨쳐주시는 절세의 위인이시라는 것을 세세년년 전해갈 것”이라고 스스로 평가하기도 했다.

또한 공연 내용뿐만 아니라 공연에 동원되는 어린 아이들의 인권문제도 논란이다. 화려한 공연 속에 가려진 어린 아이들의 학대문제를 지적하지 않고 이들의 공연을 관람한 노 대통령의 모습은 향후 정상회담을 평가하는데 있어 두고두고 짐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 공동선언문 발표 = ‘능라도 5·1경기장’에서 아리랑공연 관람 직후 인민문화궁전에서 남측이 마련한 답례 만찬이 예정돼 있다. 만찬 과정에서 일부 공연적 요소가 가미될 것으로 알려졌다. 아리랑 공연 관람 시간을 감안하면 답례만찬은 자정 가까이 계속될 가능성이 높다.

만찬이 끝난 뒤 밤늦게 양 정상간 회담 결과가 담긴 합의문이나 공동선언문이 발표될 것으로 알려졌다. 2000년 회담에선 통일방안과 경제협력, 이산가족 상봉 등 총 5개항의 내용을 담은 ‘6.15 남북공동선언’이 채택됐다.

이번 회담에서 나올 합의문이나 공동선언문에는 ‘평화체제 문제”통일 방안”남북 경협”북핵 해결 의지’ 등의 내용을 담은 공동선언문이 채택될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납북자 및 국군포로 문제 등 남한 정부를 위한 인도적 해결 문제 등에 있어 상징적으로 내세울 수 있는 내용이 포함될 수도 있다.

셋째날(4일)- 개성공단 방문에 김정일 깜짝 동행?

◆ 참관지 방문 = 3일 밤에 공동선언문이 채택될 경우 회담 마지막 날인 4일에는 보다 여유를 가지고 참관지 방문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이날 오전 노 대통령은 평양에서 20㎞ 떨어진 남포에 들러 남북 최초의 합영회사(북한의 합영법에 따라 만들어진 일종의 합자회사)인 평화자동차 공장과 북한 최대 규모의 서해갑문을 둘러본 뒤 숙소로 귀환할 예정이다. 평화자동차 공장이나 서해갑문에 김정일이 등장할 가능성도 있다.

이어 백화원 영빈관에서 김 상임위원장이 주재하는 환송 오찬에 참석하게 된다. 오후 환송식에 참석하는 것으로 방북단의 평양 일정은 마무리된다.

◆ 개성공단 방문 = 평양에서의 모든 일정을 마무리하고 귀경길에 오른 노 대통령은 오후 5시쯤 개성공단을 방문한다. 노 대통령은 공단 관리위원회에서 브리핑을 받고 업체 한곳을 시찰하게 된다. 공단 관계자를 상대로 인사말도 예정돼 있다. 이 장면도 방송으로 생중계된다.

남측 단독으로 예정된 개성공단 방문에 김정일이 동행하는 ‘깜짝 쇼’가 이뤄질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다.

실제 북한 호위총국(남쪽의 청와대 경호실) 소속으로 추정되는 경호요원들이 지난 9월 중순 개성공단을 다녀간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개성공업지구관리위원회 사무실과 강당, 입주기업 1곳을 둘러보고 갔다고 개성공단 입주기업 직원은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