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경북도 청진 소재 대학에 다니는 김천식(가명·30세) 씨. 그는 이달 15일 함경북도 국경도시에서 데일리NK와 중국 통신망을 이용한 휴대전화로 전화인터뷰를 가졌다.
그는 먼저 올해 4월부터 9월 중하순까지 진행된 ‘150일 전투’에 대해 말문을 열었다. 김 씨는 이번 노력동원으로 몇 개 부분에서 눈에 띄는 성과를 거뒀다고 말했다. 그러나 부작용도 적지 않다고 한다.
김 씨는 먼저 ‘150일 전투’ 성과 부분에 대해 설명한 후 부정적인 후과를 지적하면서 결국 실패로 결론지었다.
그는 150일 전투가 전인민적 노력동원 운동이 된 것은 전투가 시작된 4월이 아니라 5월부터라고 했다.
김 씨는 “5월 초부터 ‘150일 전투’에 대해 크게 떠들면서 ‘전체 인민이 동원된 총진군 전투’로 변했다”면서 “국가가 아래 단위에 자재와 원료, 전기조차도 공급을 못하면서 무조건 생산을 하라고 강요했고 당장 먹을 것조차도 구하기 힘든 사람들까지 농촌동원으로 내몰았다”고 말했다.
그는 “후계자로 성과 쌓기에 조급한 김정은이 전투를 밀어부쳤다”고 말했다. 2012년 당 대회를 계획하고 있는 조건에서 성과를 과시하려고 했다는 것이다.
또한 기업소에서 원료를 들여와 정상적으로 생산하는 곳도 있지만 국가에 떠밀려서 생산하는 곳도 많았다고 말했다. 중국에서 물건으로 거래해서 비싸게 들여와서 급조해 팔다 보니 값만 비싸고 질도 떨어지는데 국영상점에서 고가에 파는 어처구니 없는 행태도 많다고 설명했다.
그는 “발전소가 돌아가고 시멘트 자재가 나오는 것은 좋은 일이고, 중국에서 원료를 사와 기업소에서 생산을 재개한 것도 좋다”면서도 “국가가 정상적으로 공장과 기업소를 돌릴 방법을 생각해야지 무조건 내려 먹인다고 없는 원료와 물품이 만들어 지는 것이 아니다”고 말했다.
[다음은 청진 대학생(제대군인)과의 인터뷰②]
– ‘150일 전투’의 결함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150일 전투’자체가 어리석은 짓이었다.
원래 ‘150일 전투’는 지금과 같은 ‘전 인민적인 전투’가 아니었다. 지난 4월 20일 ‘150일 전투’를 시작할 때까지만 해도 생산을 할 수 있는 공장, 기업소들, 국가 주요 대상건설과 살릴 수 있는 지방공장들을 살려낸다는 취지였다.
한마디로 말해 필요한 부분들을 활성화 하는 부분적이고도 성과적인 ‘건설 혁신’을 일으킨다는 의미였다. 그래서 처음에는 ‘150일 전투’에 대해 크게 떠들지 않았다. 국가가 필요한 부분에 돈을 주고 필요한 주요 발전시설과 공장을 복구하면 문제는 없었다.
그런데 갑자기 5월 초부터 ‘150일 전투’에 대해 크게 떠들면서 ‘전체 인민이 동원된 총진군 전투’로 변했다. 국가가 아래 단위에 자재와 원료, 전기조차도 공급을 못하면서 무조건 생산을 하라고 강요했고 당장 먹을 것조차도 구하기 힘든 사람들을 농촌동원으로 내몰았다.
일반적으로 사람들은 이번 ‘150일 전투’에 대해 장군님(김정일)의 후계자인 김정은(운)의 모험주의로 본다.
또 2012년에 ‘7차 당 대회(노동당 제 7차대회)’를 계획하고 있으며 당 대회를 앞두고 무엇인가 해내야 한다는 초조감 때문에 모험을 할 수밖에 없다고 생각한다.
– ‘150일 전투’에 성과도 많았다는데 왜 모험주의라고 비판하는가?
‘150일 전투’는 사람들의 피땀을 짜내는 모험이었다. 단순히 노력동원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었다.
구체적으로 올해 평양이나 평성, 남포 같은 도시들에서 시작한 보도블럭 교체 작업 같은 것을 실례로 들 수 있다.
국가가 아무런 자재도 대주지 않으면서 무조건 보도블럭를 언제부터 언제까지 교체하라고 지시문을 내리고, 각 도당에서는 지시문에 따라 매 인민반들에 보도블로크 교체 구간을 일일이 나눠서 지정해 주었다.
해당 인민반들은 자기들이 맡은 구간들을 다시 매 가정세대들에 분할해 주었다.
가정세대들에서는 자체로 돈을 들여 장마당에서 시멘트를 사고 모래를 파서 보도블럭을 찍어 세대별로 맡은 구간에 깔아야 하는 것이다.
여름엔 또 살림집을 짓는다며 집집마다 토피(진흙에 벼짚을 섞어 말린 흙벽돌) 300장씩 바치게 했다. 한 동 두세대 살림집을 건설하는데 토피 600장이 든다고 한다. ‘150일 전투’기간에 주민을 동원한 일들은 모두 이런 식으로 진행됐다.
새로 깔린 보도블럭은 시멘트를 제대로 넣지 않고 흙이 섞인 모래들을 그대로 사용해 벌써 금이 가고 부서지는 형편이다.
인력동원은 또 어땠는가? 밥술을 뜨는 사람은 무조건 농촌지원에 나가야 한다며 온 여름 해껏(동안) 농촌동원만 했는데 농사는 개판을 쳤고 가을철인데도 배급을 못주고 있다.
이렇게 ‘150일 전투’를 한다고 죽도록 고생한 사람들에게 또 ‘100일 전투’’를 하라고 하니 죽을 맛이다.
– 기업소들도 ‘150일 전투’에 불만이 있는가?
여름에 농작물 병충해가 심해지니 공장, 기업소들에 살충약으로 버드나무 잎과 쑥대를 삶아낸 물을 바치라고 무조건 계획을 떨궈(내려) 주었다.
기업소들은 할 수 없이 버드나무와 쑥물을 만들어 농장에 사람들을 파견해 공급하도록 했다. 그렇지 않으면 해당 농장 농민들에게 돈을 주고 대신 살충약을 만들게 했다.
농장에 바친 살충약이라는 것도 사람들이 대충 아무 풀이라도 막 넣어 끓여서 아무런 살충효과도 없었다. 그런 방법으로 농사를 짓겠다는 사람들이 우둔하지 않은가? 그렇게 해서 해충이 죽는가?
기업소에서 원료를 들여와 정상적으로 생산하는 곳도 있지만 국가에 떠밀려서 생산하는 곳도 많았다. 중국에서 물건으로 거래해서 비싸게 들여와서 급조해 팔다 보니 값만 비싸고 질이 떨어지는 경우가 많다.
국영상점에서 물건을 파는 것은 놀랄 일이지만 정상적인 상품이나 가격이 아닌 것도 많다.
발전소가 돌아가고 시멘트 자재가 나오는 것은 좋은 일이고, 중국에서 원료를 사와 기업소에서 생산을 재개한 것도 좋다. 그럼 국가가 정상적으로 공장과 기업소를 돌릴 방법을 생각해야지 무조건 내려 먹인다고 없는 원료와 물품이 만들어 지는 것이 아니다.
이놈의 나라는 사람을 살리기 위해 정치가 필요한 게 아니라 정치를 살리기 위해 사람이 필요한 것이다. 국가가 사람들의 원성을 살 일들만 골라서 하는데 이런 것이 모험주의가 아니고 무엇인가?
– 국가가 아무런 자재도 안 대주면 일을 안 하면 될 것 아닌가?
그런 것은 이 사회에서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다. ‘장군님의 원대한 강성대국 건설 구상을 위한 전투’인데 안 하겠다고 하면 그건 ‘장군님의 방침에 대한 도전’이고 정치적으로 걸리는 일이다.
하라고 하면 무조건 해야지 누구도 거역하지 못한다. 거역하면 반역자로 되는 것이다. 여기를 한참 모르는 모양이다.
– 2012년까지 조선(북한)이 ‘강성대국’을 건설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가?
그동안 위(북한 당국)에서는 ‘2012년까지 사회주의 강성대국을 기어이 이루어야 한다’면서 ‘우리에겐 (강성대국을 건설할 만한) 충분한 힘과 능력이 있다’고 선전해 왔다.
그러나 올해 ‘150일 전투’는 국가가 ‘강성대국’을 건설할 아무런 힘도 능력도 없으며 무모한 건설에 내 몰면 내 몰수록 주민들만 고생하게 된다는 것을 여실히 보여주었다.
모험적이고 균형이 잡히지 못한 경제정책 때문에 ‘150일 전투’가 오히려 장기적으로 주민들의 사기를 떨어뜨리는 결과를 낳았다.
-주민들의 사기가 떨어졌다고 하는데 구체적으로 원인이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우선은 농사를 망쳤다. 배급도 못주고 내년도 고생할게 뻔하니 사람들에게 희망이 없다. 국영상점에 물건이 나오고 전기가 1시간 더 들어온다고 세상이 바뀌지 않는다.
보라. 공장, 기업소들마다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말고 생산을 하라’고 위에서 독촉하니까 공장들마다 질이 나쁜 제품들을 장마당 가격을 훨씬 높은 가격에 내 놓는 어처구니없는 일들이 여기저기서 벌어졌다. 생산하는데 돈이 더 들고 사는 사람도 없으니 돈만 날리는 것이다.
구체적으로 함경북도 무역관리국의 실례를 들어보면 잘 알 수 있다.
도당에서 공장, 기업소들을 살릴 원료들을 무조건 들여오라고 하니 함북도 무역 관리국에서는 울며 겨자 먹기로 중국 무역대방들로부터 천과 실을 외상으로 들여왔다. 후에 그 값으로 성게알과 조갯살, 털게, 까나리와 같은 해산물들을 주기로 계약했다.
‘청진 옷 공장’에서는 그 천을 가지고 옷을 만들고 ‘청진편직공장’에서는 실로 반팔(티셔츠)을 만들어 상점들에 내 놓았다. 그런데 중국에서 워낙 비싼 가격에 천과 실들을 들여오다나니 장마당 가격보다 훨씬 비싼 값으로 상점에 내 놓을 수밖에 없었다.
생각해보라. 차라리 장마당에 가서 흥정을 해서 중국옷을 사입지 어느 누구도 그렇게 질이 나쁜 ‘단체복(디자인이 같은 옷)’을 사서 입지 않는다.
결국 값을 낮춰서 수산사업소들에 보내 성계알과 조갯살들을 가지고 맞바꾸었는데 값이 비싼데다 올해의 경우 바닷가 농사도 잘 되지 않아 엄청난 손해를 보았다. 그래서 무역관리국이 지금 난리가 났다고 한다.
상점에 나오는 상품들이 이렇게 장마당 가격을 웃도니 이젠 사회주의는 무늬조차도 남지 않았다는 인식을 사람들에게 강하게 심어주었다.
오죽했으면 공업품 상점에 들어갔던 사람들이 ‘사회주의 강성대국이 아닌 자본주의 강성대국을 건설하는 모양’이라고 노골적으로 비웃기까지 했다.
나라를 이 꼴로 만들어 놓고 그 무슨 ‘150일 전투’성과에 대해 떠든다는 것 자체가 웃기는 노릇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