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통일, ‘평양 봄나들이’ 갔다 왔나?

▲ 회담에 앞서 악수하는 이종석 통일부장관(좌)과 권호웅 북한 내각책임참사 ⓒYTN

이번 평양 장관급회담은 2000년 이후 18번째로 열린 회담이다. 장관급회담은 정기적인 회담은 아니지만 대체로 연 2~3회 개최되고 있다. 회담 마지막에 양측은 ‘공동보도문’을 통해 합의 및 의견접근 사항을 발표해왔다.

이번 회담도 남북은 ‘공동보도문’으로 회담을 종결했다. 8개항의 내용을 살펴보면 한마디로 기대에 미흡한 점이 많다. 지금까지 장관급회담 이후 발표한 공동보도문 가운데 ‘가장 추상적인 문구로 가득 찬’ 합의사항으로 꼽힐 것이다.

“공동성명 이행한다”는 ‘도덕 교과서’ 합의

회담에 앞서 기대를 모았던 사안은 ▲교착상태에 빠진 6자회담을 재개하는 문제 ▲납북자 ∙ 국군포로 문제 ▲단천 특구, 한강하구 개발 등 경협문제 등이었다.

북한은 2003년 7월에 열린 제11차 장관급회담 종료후 20일만에 남-북-미-중-일-러가 참여하는 6자회담 수용을 전격 발표한 바 있다. 이것이 “장관급회담의 성과”라고 한국 정부는 주장했으나 사실 북핵문제는 남한이 설득한다고 북한이 수긍할 사안이 아니다.

그동안 장관급회담에서 남북이 핵문제에 합의한 내용을 보면 ▲“대화를 통해 평화적으로 해결하기 위하여 계속 협력”(10차) ▲“적절한 대화의 방법을 통해 평화적으로 해결”(11차) ▲“6자회담이 결실있는 회담이 되도록 협력”(13차) ▲“핵문제의 실질적 진전을 위해 협력”(14차) ▲“한반도 비핵화를 최종목표로 분위기가 마련되는 데 따라”(15차) ▲“한반도의 공고한 평화를 보장하기 위해 노력”(16차) ▲“핵문제가 민족공동의 안전과 이익에 부합되게”(17차) 등 지극히 당연한 원론적인 이야기를 합의하는 데 그쳤다.

이번 18차 회담에서 남북은 북한 핵문제에 대해 “남과 북은 한반도 비핵화를 위한 노력을 계속하며 9.19 공동성명이 조속히 이행되어 핵문제가 민족공동의 이익과 안전에 부합되게 평화적으로 해결되도록 적극 협력하기로 하였다”고 합의했다.

‘9.19 공동성명’은 북한의 핵포기를 기본으로 하여 관련국의 실천사항을 정리한 것으로 지난해 9월에 열린 제4차 6자회담에서 채택되었다. 이것이 “조속히 이행되도록” 합의한 것은 “약속한 것을 꼭 지켜야 한다”는 도덕 교과서와도 같은 이야기이다.

협상의지 의심되는 납북자 ∙ 국군포로 문제

6자회담 재개 문제는 장관급회담에 앞서 애초에 ‘기대 밖’의 사안이었던 반면, 납북자 ∙ 국군포로 문제는 남측에서 강한 의지를 보였던 대목이라 큰 기대를 모았다.

이에 대해 공동보도문에는 “남과 북은 전쟁시기와 그 이후 소식을 알 수 없게 된 사람들의 문제를 실질적으로 해결하기 위해 협력하기로 하였다”고 밝혔다. 일각에서는 이것을 ‘납북자 ∙ 국군포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단초를 열었다’고 평가할 것이다. 물론 “전쟁시기 생사를 알 수 없게 된 사람들의 생사확인”(15차, 16차 회담)이라는 과거의 표현에서 한 발 나아가 “그 이후 소식을 알 수 없게 된”이라는 조건을 추가했다.

그러나 어디서 어떻게 논의하겠다는 것인지에 대한 최소한의 로드맵이라도 합의할 수도 있었을 텐데 두루뭉실하게 “실질적 협력”만 합의한 것은 남측 대표단의 적극성을 의심하게 만든다. 또한 지난 2월 7차 적십자 회담에서 “전쟁시기 및 그 시기 이후 소식을 알 수 없게 된 사람”이라고 이미 납북자 ∙ 국군포로를 표현한 바 있다.

“다음 회담은 부산” ….. 의미없는 이벤트성 합의

경협과 관련된 합의내용도 “남북경제협력추진위원회 제12차 회의를 5월 중에 개최하여 한강하구 골재채취 문제, 민족 공동 자원개발 문제를 검토하기로 하였으며, 이와 함께 열차 시험운행 및 철도ㆍ도로 개통 문제, 개성공단 건설사업, 경공업 및 지하자원 협력 문제 등을 협의하기로” 하였는데 이는 지난 16, 17차 회담에서도 이미 합의된 내용이다.

16차 회담에서 개성공단 2단계 개발을 위해 경추위를 개최하기로 합의했고 17차에서도 똑 같은 내용이 반복된 바 있으며, 남북간 열차 시험운행 및 철도 ∙ 도로 개통 문제는 수 차례 반복된 내용이지만 여전히 구체적 합의에 이르지 못하고 있다.

눈에 띄는 점은 다음 장관급회담을 이례적으로 부산에서 개최하기로 한 것인데, 이는 15차 회담에서 제3차 장성급회담을 백두산에서 개최하기로 했던 것만큼이나 내용 없는 이벤트성 합의사항이다. 여러 도시에서 개최하는 것은 좋으나 남북 주민들이 기다리는 것은 추상적인 내용으로 가득 찬 공동보도문 안에 끼워 넣은 이런 이벤트가 아니다.

그동안 장관급회담은 구체적인 사안들이 집중적으로 논의되어 많은 성과가 있는 듯 보였던 회담이 있었고, 그저 정기적인 만남 수준의 회담이 있었는데, 이번 회담은 전형적인 후자에 속한다. 이종석 장관의 취임 이후 첫 번째 ‘평양 나들이’ 정도의 회담이라 평가할 만하다.

곽대중 기자 big@dailyn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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