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이전 정보공유 위해 PSI 참여 필수”

▲ 홍콩에 억류중인 북한 선박

정부의 대량살상무기 확산방지구상(PSI) 참여 확대 문제로 한미간 이견이 노출되면서 PSI의 기능과 파급효과에 대한 관심도 커지고 있다.

국내에서는 PSI가 대량살상무기 차단을 위한 효과적인 국제공조라는 지적이 있는 반면, 대북 해상봉쇄를 위한 군사조치로 한반도 긴장을 크게 고조시킬 것이라는 반론도 있다.

PSI(Proliferation Security Initiative)는 불량국가 및 테러집단에 의한 WMD 및 관련물자의 국제적 거래를 해상이나 육상·공중에서 검색·차단해 WMD의 국제적 확산을 방지하려는 구상을 말한다.

◆ 미국이 PSI를 결성한 이유= 미국에 의해 추진된 PSI는 테러단체가 WMD를 이용해 제2의 9·11테러를 자행할 가능성을 사전에 예방하자는 목적으로 추진됐다.

예를 들어 북한의 단거리 미사일 수출은 해당 지역정세만을 불안케 하지만, 대포동 미사일 등 사거리가 긴 미사일이 중동에 수출될 경우 유럽질서에도 위협이 될 수 있다. 나아가 이 미사일이 테러지원국이나 테러단체에 흘러들어 갈 경우 전 세계가 위협당하게 된다.

미국은 2002년 12월 스커드 미사일 15기를 적재하고 예멘으로 향하던 북한산적 ‘서산호’를 공해상에서 스페인 해군의 협력으로 차단한 일이 있다. 그러나 이러한 공해상의 정선, 검색행위가 국제법 위반이라는 일부 국가의 항의 때문에 별 성과를 보지 못하자 이 같은 결점을 보완하기 위해 PSI 결성을 주도했다.

미국은 PSI의 실질적 실행을 위해 2003년 6월12일 스페인에서 열린 1차 회의에서 WMD확산방지를 위한 회원국간의 의지를 확인하고, 앞으로의 운영방안 등에 협의를 가졌다. 회원국으로 미국을 비롯 영국, 프랑스, 독일, 일본, 스페인, 호주 등 11개국이 참여해 발족했다. 현재는 참여국이 계속 늘어 70여 개국이 동참하고 있다.

이와 함께 PSI 참여국들이 실질적인 차단작전 능력을 강화하기 위해 2003년 11월24일부터 28일까지 프랑스 주도로 지중해에서 프랑스, 미국, 이탈리아, 스페인 4개국의 연합 해상훈련을 실시했고, 2004년 1월에는 미국 주최로 아라비아해 훈련을 실시했다.

북한이 핵실험을 실시한 만큼 미국은 북한의 핵물질이 제3국이나 테러단체에 들어가는 것을 가장 경계하고 있다. 미국이 북한을 대상으로 하는 PSI에 사활적 이해관계를 가지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PSI를 통해 핵물질 유출이 확인되면 미국은 군사공격도 주저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 PSI와 안보리 결의의 상관관계 = WMD 확산을 방지하기 위해 한 국가의 선박을 공해상에서 정선, 검색하는 행위에 대해 계속해서 국제법적 근거가 없다는 지적이 일었다.

이러한 문제점을 해소하기 위해 부시 미 대통령은 2003년 9월23일 UN총회에서 모든 UN회원국들이 WMD 확산을 범죄로 규정하고, WMD 및 관련 물질의 수출통제조치를 입법화하는 ‘WMD확산 방지를 위한 UN결의안’ 채택을 요청했으나 중국과 러시아의 반대로 통과되지 못했다.

이로써 PSI 참여국들은 미국이 WMD 적재선박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면 관련국이 자국법을 적용해 자국 영해를 통과하는 선박을 나포하는 형식으로 국제법적 제한을 극복해왔다.

유엔 안보리 결의 1718호는 PSI란 단어가 포함되지는 않았지만 북한과 관련된 WMD 이전을 차단키 위해 화물검색 등 필요한 조치를 취하도록 회원국들에 요청한 대목이 명시돼 있어, 미국이 주도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PSI에 국제법적 근거를 제공하는 측면이 있다는 분석이 제기되고 있다.

PSI는 WMD 이전을 막겠다는 미국의 취지에 공감해 동참키로 한 나라들 간의 합의에 따라 연합체를 구성해 WMD 확산을 차단하는 활동이다. 그러나 안보리 결의는 그 자체로 국제법적 성격을 지닌다.

따라서 안보리 결의1718호는 현재 70여 개국이 참여하고 있는 PSI에 192개 유엔 회원국들의 자연스런 참여를 불러오는 효과가 발생할 것으로 보인다.

◆ 정부, PSI 정식 참여 왜 망설이나? = 이런 가운데 한국 정부는 PSI 참여 확대 문제와 관련, 남북간의 물리적 충돌 우려 등을 감안해 유엔 안보리 결의에 대한 각국 방안을 검토하면서 참여폭을 신중하게 결정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지금까지 한국 정부는 미국측이 요청한 PSI 8개 협력방안 중 ▲한미군사훈련에 WMD 차단훈련을 포함하는 방안과 ▲PSI활동전반에 대한 브리핑 청취 ▲PSI 차단훈련에 관한 브리핑 청취 ▲역내 차단훈련 참관 ▲역외 차단훈련 참관 등 5가지에 옵서버 형식으로 참여하고 있다.

하지만 정식 참여 ▲역내차단 훈련시 물적지원 ▲역외차단 훈련시 물적지원 등 3개 핵심항목 참여는 유예해왔다.

외국의 경우 PSI 참여라고 하면 통상 ‘정식 참여’를 의미한다. 정식 참여를 한 회원국은 자신의 영해에서 핵·미사일 등 대량살상무기 확산을 막기 위해 이를 적재했거나 그렇게 의심되는 선박 등을 차단·검색·압류하는 군사활동을 전개한다.

전문가들은 “핵이전 정보 공유에 PSI 참여는 필수”라고 말한다. 회원국들끼리 합동훈련도 할 수 있다. 하지만 PSI가 국제법적인 제도는 아니므로 의무보다는 회원국들의 자발적 참여에 달려있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PSI 활동은 대북유엔결의와 대부분 일치하기 때문에 회원국의 의무이자, 북한에 대한 정치적 자극을 주기 위해 PSI에 적극 참여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 남북해운합의서로 PSI 대체 가능한가? = 정부는 북한 핵실험 이후 PSI 참여폭을 넓히는 쪽으로 의견을 모아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북한의 반발에 의한 무력충돌 가능성을 우려해 정식 참여에 주저하고 있다.

대신 나머지 3개 항목 중 ‘물적지원’ 부분에 대한 선택적 참여를 고려하는 분위기다. 또 국내법 즉 ‘남북해운합의서에 따라 북한 선박을 검색하는 방안을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남북해운합의서는 군사활동 무기 및 무기부품 수송 ▲정보수집 및 선전선동 ▲어로 ▲조사, 촬영, 측량 ▲평화, 공동질서, 안전보장 침해 행위 등에 해당하는 선박에 대해 우리측 영해 통과를 금지하고 있다.

그러나 지난 24일 통일부에 따르면 작년 8월 해운합의서 발효 이후 우리측 영해를 거쳐 간 북한 선박은 140여 척으로 한 달에 10척 꼴로 우리 영해를 통과했지만 실제 정선이나 승선, 검색 조치가 한 번도 이뤄진 적이 없어 그 실효성의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PSI 참여문제는 향후 우리 정부의 유엔결의에 따른 대북제재 이행의지를 가늠하게 해주는 척도이자 한미동맹의 실험대가 될 것이라는 지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