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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 FTA 역외가공지역 조항이 북한의 개혁·개방의 실마리라는 주장이 제기됐다.
31일 서울 중구 프라자 호텔에서 국가안보전략연구소 주최로 열린 ‘한반도의 평화와 번영을 위한 방안 모색’ 학술 회의에서 권영경 통일교육원 교수는 “개성공단이 역외가공지역으로 지정된다면 궁극적으로 북한이 세계경제질서에 편입되도록 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한미FTA 합의문에서는 역외가공지역 조건을 충족하면 이 지역 생산품을 한국산으로 인정할 수 있는 길을 열어놓고 있다.
이 조항에 따라 ▲한반도 비핵화 진전 ▲역외가공지역이 남북관계에 끼치는 영향 ▲역외가공지역 내 일반 환경기준, 노동기준·관행, 임금·영업·경영 관행 등이 충족되면 한국산으로 인정할 수 있다.
그는 “지금까지 개성산 제품은 미국·일본의 경제제재 때문에 대부분 내수로 소화되거나 미국, 일본을 제외한 지역으로 수출됐다”고 밝혔다.
그러나 FTA가 체결됨으로서 “북한은 과거 구동독처럼 남한을 우회해서 미국 및 EU 등 시장에 접근할 수 있게 됐다”며 “북핵문제가 완전히 해결되지 않는 상황에서도 북한을 국제경제질서에 편입시키고 개방으로 유도하는 효과를 발휘할 것”으로 기대했다.
한미FTA타결로 인해 우회적으로 북미간 간접적·경제적 파트너쉽이 생긴다면 “북미관계 정상화 및 북핵문제 해결을 위한 또 하나의 촉진적 변수가 생겨날 수 있을 것”이란 전망이다.
다만 “역외가공지역으로 인정받기 위한 세 가지 충족조건은 결국 북핵문제 해결구도 및 남북관계의 발전과 연계돼 있다”며 “한미FTA발효 후 포스트-한미FTA 전략을 적극적으로 수립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최영종 가톨릭대 국제학부 교수는 ‘한미FTA와 한반도 안보’ 논문에서 “한미FTA가 이행되어 양국간 경제관계가 심화되면 한국과 동북아의 평화와 안정이 미국의 경제적 이익에 중요하게 될 것”이라며 “한미동맹에 대한 미국의 공약이 확고해지고, 양국간 안보협력이 확대될 것”으로 예상했다.
이어 한미동맹을 ‘포괄적 동맹’으로 변화시켜야 한다고 강조하면서 “포괄적 동맹은 한미동맹의 문제점 및 한계점을 인식한 바탕 위에서 포괄적 안보 위협에 대처함으로써 다양한 안보이익을 실현하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이날 열린 학술회의는 평화체제를 구축하기 위한 방안과 번영을 위한 방안을 논의하는 자리였다. 번영을 위해 FTA체결과 관련한 전략을 강조한 반면 평화를 위해 북미관계, 남북관계를 논의하는 논문들도 발표됐다.
한편 전봉근 외교안보연구원 교수는 “남북 간 특이한 분단구조와 북한의 핵개발과 체제 특이성으로 다른 모델을 그대로 적용하기 어렵다”며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을 위해서는 다른 나라에서 시도되지 않은 ‘한반도형 모델’이 필요하다”고 주장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