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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라당 싱크탱크인 여의도연구소의 최근 조사 결과 자신의 이념 성향을 중도라고 답한 응답자가 36.9%로 가장 높은 비율을 차지함에 따라, 중도세력 결집을 위한 한나라당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참정치운동본부가 ‘한나라당의 정체성과 대선전략’을 주제로 내걸고 31일 국회 헌정기념관에서 주최한 세미나는 이러한 한나라당의 고민을 드러내주는 자리였다.
그러나 이 날 세미나에서는 중도세력 영입을 위해 ‘좀더 진보적 경향을 띄어야 한다’는 주장과 ‘오히려 뚜렷한 보수를 지향해야 한다’는 주장이 맞서며, 대립각을 세웠다.
참정치운동본부 공동본부장인 유석춘 연세대 교수는 발제에서 “지난 2002년 대선 당시에는 노무현 후보의 좌파적 이슈 확산 전략에 이회창 후보가 말려들며 선거에서 패배지만, 지금은 상황이 다르다”고 지적했다.
그는 “지금은 노무현 좌파 정부의 실정으로 우파 쟁점의 확산이 폭넓게 진행되고 있기 때문에, 당의 정체성을 확고히 하며 중간층을 우파의 스펙트럼으로 흡인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유 교수는 또 “한나라당은 여권의 ‘중도 표방 전략’에 말려들지 말고 선명한 보수성을 드높이 내걸어야 정권을 탈환할 수 있다”면서 “이를 위한 선결과제는 한나라당 내부에서 김정일 정권에 대한 지원을 주장하는 등 북한의 대남노선에 동조하는 ‘열린당 2중대’를 척결하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이 대목에서 그는 고진화 의원을 직접 거론했다. 척결대상으로 현역의원을 직접 거론하자 세미나 분위기는 술렁거렸다. 그러나 유 교수는 “열린당의 변화작업은 단순한 화장발”이라며 한나라당의 정체성 유지를 거듭 촉구했다.
중앙대 이상돈 교수 역시 “한나라당은 보수 유권자들이 당연히 한나라당을 지지할 것으로 알고 있지만, 보수층의 인내는 한계에 다다랐다”면서 “보수 유권자들은 보수 정체성을 상실한 한나라당을 버릴 준비가 돼 있다”고 경고했다.
이 교수는 “대한민국의 정체성을 파괴하고 북핵 개발에 돈을 대는 것은 반역인데, 이 반역을 심판하고 정통성과 정체성을 지키겠다고 나서는 후보를 찾아보기 쉽지 않은 것이 우리의 현주소”라고 말하며 “한나라당은 보수층을 잃어버리면 궤멸한다는 게 엄연한 진실”이라고 말했다.
“진보가 급락하면서 얻은 보수의 특수 효과”
반면 김형준 국민대 교수는 “정치권과 일부 언론에서 ‘보수가 강화되고 있다’는 주장은 일종의 착시현상”이라며 “보수가 강화된 것이 아니라 진보가 급락하면서 마치 보수가 강화된 것처럼 느껴지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중도강화가 보수 포기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며 “한나라당은 보수가 강화되고 있다는 착각에서 벗어나 중도를 선점할 수 있는 합리적인 전략을 수립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김 교수는 한나라당이 대기업과 사학에 대한 투명성을 요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한 김 교수는 “한나라당이 합리적인 보수로 탈바꿈하기 위해서는 대북 및 안보문제에 전향적인 자세를 취하는 것이 필요하다”며 “국지전을 감수하더라도 PSI참여해야 한다는 주장이나 어떠한 위험을 감수하더라도 북핵을 폐기하도록 해야한다는 주장은 이러한 시도에 찬물은 끼얹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박형준 의원도 “한나라당이 꼭 흰 쌀밥이 될 필요는 없다. 보리쌀이 섞여도 된다”면서 “특정인이 이견을 보인다고 해서 당을 떠나라고 주장하는 것은 과하다”고 지적했다.
박 의원은 “한나라당에 유리한 상황에서 무리하게 갈라치기 전략을 쓰는 것은 오히려 중도층의 이탈을 가져올 가능성이 크다”며 “중도층의 지지를 지속시키기 위해선 ‘나는 보수주의자’라는 것을 반복해서 외치는 것이 아니라 미래지향적 실용주의를 국민들에게 보여주는 것이 필수적”이라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