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양 출입 차단하라”…벌써부터 태양절 준비?

북한이 지난 1일부터 지방 주민들의 평양 출입을 엄격하게 통제하고 나섰다. 4월 중순 소집을 예고한 제4차 노동당대표자회와 김일성 100회 생일(태양절, 4.15) 기념행사 등에 대한 관련 소식이 외부로 유출되는 것을 막기위한 조치로 추정된다.


평양 소식통은 7일 데일리NK와 통화에서 “장군님(김정일) 서거 이후 지방사람들의 평양 출입을 엄격히 제한하더니, 이달 1일부터는 아예 출입 자체가 금지됐다”고 말했다.


이 소식통에 따르면 지방 주민들에게는 평양 여행증명서 발급 자체가 중단됐다. 평양에 들어가기 위해서는 일단 평양시 인민위원회 2부에서 출입 승인번호를 받아야 한다. 이 승인번호에 따라 해당 도·시·군 인민위원회 2부나 각 기업소에서 여행증명서, 출장증명서를 발급할 수 있다. ‘2부’는 거주지역 주민들의 여행관련 업무를 처리하는 행정기관이다.


평양 경계지역에서는 증명서 없이 평양에 들어가려는 사람들을 색출하는 움직임이 강화되고 있다고 소식통은 전했다.


철도에서는 두만강-평양, 무산-평양, 청진-평양, 신의주-평양행 등 노선에서 열차당 20~30여 차례 증명서 검열이 진행되고 있다. 평양으로 들어가는 관문으로 통하는 간리역 근방에는 열차에서 내려 평양에 들어가려는 지방 주민들에 대한 신분증, 증명서 검사가 이어진다.


도로에서는 국가안전보위부 경비총국이 관할하는 ’10호초소’에서 유동인구를 통제하고 있다. 중화 10호초소(황북 황주~평양), 서포 10호초소(평성~평양), 마장 10호초초(평남~평양), 세우물10호초소(원산~평양) 등에서 증명서 검사 뿐 아니라 화물차량에 실린 짐에 대해서도 일일이 보안검사가 진행되고 있다.


북한이 4월 중요행사를 40여 일 앞둔 시점에서 평양을 봉쇄하고 나선 것은 매우 이례적인 선택이다.


김일성 생일, 김정일 생일(2.16),  정권수립일(9.9), 노동당창건일(10.10)등 주요 국가명절이 돌아 올 때마다 ‘특별경계기간’을 선포하고 평양, 북-중 국경지역, 비무장지대 등에 대한 유동인구를 통제하던 관행은 그 기간이 고작 1, 2주에 불과했다.


최고인민회의나 남북정상회담, 북중정상회담 등의 주요 정치 일정에서도 일주일을 넘기지 않았다. 김정은이 후계자로 공식등장했던 2010년 9월 28일 제3차 당대표자회 당시에도 9월 1일부터 평양 출입이 통제됐을 정도다.


평양 봉쇄 시기가 전례없이 길다는 것은 북한 당국이 4월 행사와 관련해 상당한 공을 들이고 있음을 시사한다. 역으로 그만큼 사전 정보 유출을 경계하고 있다는 점도 방증한다.


이에 따라 다음달 태양절 행사와 제4차 당대표자회의 상호연관성에 관심이 모아진다.

김일성 탄생 100주년이라는 점에서 올해 태양절 행사가 역대 최대 수준이 될 것이라는 점은 이미 기정사실화 돼 있다. 김일성화(花) 전시회, 각종 문화행사 등 ‘수령 우상화’를 위한 전시성 행사들의 종류와 규모가 크게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김정은을 노동당 총서기 등 공식적인 최고지도자 지위로 추대하는 과정에서 대중적 추대행사가 생략되거나 축소 될 가능성은 높아졌다. 북한의 관행상 최고지도자 선출은  당, 군, 행정, 부문 조직들의 광범위한 ‘청원운동’에서 시작된다.


이런 청원운동은 각종 군중집회, 이어달리기, 편지쓰기, 횟불전달 등의 퍼포먼스로 표현되는데, 마지막은 대부분은 평양에서 총화되기 때문에 지방 주민들의 평양 유입이 불가피 하다. 따라서 벌써부터 평양을 봉쇄했다는 것 자체가 이런 청원운동의 규모를 애써 키우지 않겠다는 의미로 해석되는 것이다.


결국 제4차 당대표자회에서 압축적인 의결과정으로 김정은을 노동당 총서기 등에 선출한 다음, 한껏 부풀려진 태양절 행사 무대를 통해 북한 인민들에게 ‘제3대 수령’으로 공식 등장하는 수순을 밟을 가능성도 점처진다.


김정일이 좀처럼 참석하지 않았던 ‘4.15기념중앙보고대회’에 김정은이 직접 등장하는 파격을 선보일 가능성도 있다. 북한이 이런 시나리오를 그리고 있다면 당대표자회 역시 태양절 직전인 4월 12~14일 사이에 소집될 전망이다. 


한편, 북한 당국은 평양봉쇄 결정에 대한 배경을 아직까지도 공식 설명하지 않아, 평양 인근지역 상인들이 애를 먹고 있다고 소식통은 말했다.

그는 “평양으로 가는 열차나 서비차에 대한 단속이 강화되면서 평성, 사리원, 남포 등평양 인근 지역 장사꾼들이 애를 먹고 있다”면서 “평양시민들 역시 장거리 여행은 못가고, 평양 인근 지역으로 하루안에 돌아오는 여행만 가능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