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정책은 ‘민족’ 아닌 ‘이성’ 앞세워야”

▲ 12일 국회에서 ‘바람직한 한반도 통일 방안’이라는 주제의 토론회가 열렸다. ⓒ데일리NK

북핵 사태로 불거진 한반도 긴장국면이 6자 ‘2∙13합의’에 따라 협상국면이 본격화 되면서 한반도 평화체제에 대한 논의도 활발해지고 있다.

북한을 비롯한 남한내 친북인사들은 평화체제 코드로 ‘민족’을 내세운다. ‘우리민족끼리’가 대표적인 구호다. 범여권은 자신들을 북한과 대화와 협력을 중시하는 평화세력으로 포장한다. 평화주의가 평화를 보장한다는 주장이다.

올해 대선에서 범여권은 자신들을 ‘평화개혁통일세력’으로, 한나라당을 비롯한 보수세력을 ‘전쟁세력’으로 규정해 대선국면을 ‘평화對 전쟁’ 구도로 몰아가려는 의도를 감추지 않고 있다.

12일 심재철 한나라당 의원실 주최로 국회에서 열린 ‘바람직한 한반도 통일 방안’(독일통일의 교훈)이라는 주제의 토론회에서도 이러한 ‘민족주의’에 기반한 좌파의 통일정책에 대한 비판이 쏟아졌다.

발제자인 박성조 베를린자유대학 종신교수는 “통일정책을 세우는 데서 ‘자유를 어떻게 더욱 발전시키는가’라는 이성적인 정책 선택이 아니고, ‘민족을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감성적 집착에 따라 좌∙우, 진보∙보수가 갈라진다”고 지적했다.

박 교수는 “북한의 인권에 침묵하면서 오히려 민족을 버리는 민족주의자의 통일정책이 아닌, 자유라는 헌법적 원칙이 지켜지는 정책이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햇볕정책은 북한정권 체제유지에 기여”

박 교수는 “통일문제를 ‘민족’과 ‘한반도’에 국한시키면 갈수록 힘들어진다”면서 “통일정책에서는 ‘민족’을 끌어들일 것이 아니라 합리적 이성을 앞장세워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그는 “지금은 통일을 논할 때가 아니라 ‘통합’을 논할 때”라며 “유럽연합(EU)과 같은 동북아시아 공동체를 만들어 그곳에 북한을 넣어 통합되게 하면 통일은 안 해도 된다”고 말했다.

박 교수는 “6자회담과 같은 다자간 틀 내에 북한을 끌어들여 북한이 취해야 할 행위가 국제사회의 행위와 동반되어야 한다”며 “자연스럽게 평화공존하는 것이 이상적이지만 때론 ‘너희들도 이렇게 변해야 한다’는 것을 강조해야 통일을 이룰 수 있다”고 주장했다.

토론자로 나선 김근식 경남대 교수는 “남남갈등은 대북인식의 변화를 위한 불가피한 홍역과정”이라며 “동서독의 경우처럼 장기간의 화해협력 및 평화공존 단계가 필요한 만큼 남남갈등만 해소된다면 대북 화해협력 정책은 계승할 수 있다고 본다”고 주장했다.

한편 DJ‘햇볕정책’과 서독 ‘동방정책’과의 차이에 대해 박성조 교수는 “결과적으로 두 정책 모두 긴장완화에는 도움을 주었다”면서도 “동방정책은 투명성이 보장되었지만 햇볕정책은 그렇지 않았다”며 대북 ‘현금지원’ 등의 불투명함을 지적했다.

서독은 1969년 사민당 소속 빌리 브란트 총리가 동방정책(Ost Politik)을 표방한 이후 동서독 통일까지 정책기조를 유지했다. 동독에 대규모 경제 지원을 제공하면서 정치적 자유를 포함한 인도주의적 양보를 요구했던 정책이다.

이에 대해 이헌경 동아대학교 교수는 “햇볕정책과 포용정책은 남북관계 개선에 일조하였다”면서 “하지만 북한이 핵과 미사일을 개발해왔다는 사실은 햇볕정책과 포용정책의 어두운 단면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 교수는 이어 “대북지원은 북한정권과 체제 유지에 기여해 왔으나, 북한 주민의 나은 삶을 가져다 주진 못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