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부 ‘국토통일원’후 39년만에 폐지

제17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16일 확정한 새정부 조직개편안에서 통일부가 논란 끝에 폐지하는 쪽으로 결론났지만, 국회 심의과정에서의 ‘협상카드’라는 관측이 끊임없이 제기되고 있다.

이달 초 인수위가 본격적인 활동에 돌입하면서 동시에 시작된 정부조직 개편작업은 그야말로 소수 정예로 구성된 정부혁신 및 규제개혁 태스크포스(TF)에 의해 극비리에 추진됐다. 하지만 통일부 폐지론은 정부 조직개편안을 처음 논의할 때부터 불거져 나왔다.

통일부 폐지를 결정하는데 있어 인수위의 각 분과위원회와 외교부·통일부 등 관련부처 의견보다 TF와 이 당선인의 핵심 측근들의 견해가 많이 반영됐다는 후문이다.

폐지 당사자인 통일부는 물론 외교부와 이 당선인의 외교정책 참모들 중 상당수까지도 통일부와 외교부의 통폐합을 반대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들은 기능을 분산해 부가 아닌 처로 축소하더라도 존치시켜야 한다는 입장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이 당선인의 외교정책 기조나 대북정책 방향과 무관치 않다는 분석이다. 이 당선인은 남북관계의 특수성보다는 국제적 공조 원칙에 따라 대북 정책을 수행해 나간다는 의도를 갖고 있다.

이명박 정부가 한미동맹 등 국제공조를 바탕으로 하는 대북정책을 추진하겠다는 기조를 천명해온 만큼 참여정부에서 그 기능과 역할이 비대해졌다는 평가를 받아온 통일부를 폐지하고 그 기능을 외교통상부 등에서 흡수해야 한다는 논리에 근거하고 있는 것이다.

사실 통일부 폐지나 축소 방안은 대선 전부터 제기됐었다. 한반도선진화재단은 1원10부3처를 제시하며 통일부를 총리실 산하의 ‘남북교류협력처’로의 축소를 제기했고, 서울대 행정대학원안(’14부 3처’안)은 외교부와의 통.폐합을 제시했다.

하지만 대통합민주신당 등 범여권과 전직 통일부 장.차관을 중심으로 한 남북관계 전문가 집단들이 통일부 폐지는 남북관계의 특성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정부 기능조정이라며 반대의 목소리를 높이면서 존치하는 쪽으로 가닥이 잡히는 듯 했다.

실제 통일부 업무보고가 진행된 지난 7일 오전까지만 해도 통일부와 외교부 간의 통·폐합이나 기능 축소 쪽에 무게를 뒀으나, 업무보고가 끝난 이후에는 존치 쪽에 무게가 실렸었다.

박진 인수위 외교·안보·통일분과 간사는 당시 “(통일부가) 남북관계 개선에 대해 여러 가지 가시적인 성과를 냈지만, 결국 대북 포용정책을 주도하면서 그 조직과 기능이 너무 커진 게 아니냐는 지적도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그는 “업무 효율성을 높이고 순기능을 극대화하는 방향으로 조직 기능을 재편할 필요성 제기되는 상황”이라고 언급, 조직 재편 및 기능 축소 방침을 시사하기도 했다.

이후 비공개로 진행된 업무보고에서도 인수위 측은 “국민들이 통일부의 존재 이유를 확실하게 공감할 수 있도록 방향을 재정립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이동관 인수위 대변인은 이날 오후 업무보고에 대한 브리핑에서 통일부의 존폐 문제와 관련, “조직 개편의 중심 논거는 운영의 효율화지만 몸에 좋다고 다이어트만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며 “국민 감정과 상징성을 모두 감안해야 한다”고 밝혀 존치 쪽으로 가닥을 잡은 것으로 풀이됐었다.

특히 통일부 존속에 대한 목소리를 높인 것은 다름 아닌 북한 전문가들이었다. 그들은 헌법에 통일을 지향하는 평화통일 조항이 있고, 남북기본합의서(1991년) 때부터 남북관계는 통일을 지향하는 ‘잠정적 특수 관계’로 규정하고 있다며 대북정책 기능을 수행하는 통일부가 존속을 주장했다.

이에 대해 인수위 외교.안보.통일분과 자문위원인 남성욱 고려대 북한학과 교수도 지난 2일 SBS라디오에 출연 “개인적으로 통일부를 존치해야 된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면서 “통일을 지향하는 정부가 통일부를 존치시켜야 논리적으로 맞지 않나 하는 생각을 갖고 있다”고 밝혔다.

때문에 인수위 측이 16일 통일부 폐지를 담은 정부 조직 개편안에 대해 일각에선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지 않는 분위기가 역력하다. 정부조직 개편안에 대한 국회 심의과정에서 ‘통일부 폐지안’을 협상 카드로 십분 활용하려는 것이 아니냐는 것.

이는 정부조직법 개정안에 대한 국회 심의과정에서 범여권의 반발이 예상되는 만큼, 통일부 통.폐합안에서 기능을 축소해 존치하는 대신, 다른 부처를 통폐합하는 개정안을 통과시키기 위한 전략일 가능성도 있다는 분석이다.

한편, 통일부는 현재 정부조직법 제30조에서 주요 임무를 “통일 및 남북대화ㆍ교류ㆍ협력에 관한 정책의 수립, 통일교육 기타 통일에 관한 사무 관장”이라고 규정하고 있다. 지난해 말 현재 통일부는 5개 본부와 2개 단, 그리고 소속 기관 등에 550여명의 정원을 두고 있다.

통일부는 1969년 3월 ‘3실 1과 7담당관 체제’에 직원 45명으로 꾸려진 ‘국토통일원’으로 출발했다. 이후 1970년대까지는 조사연구와 교육.홍보 중심의 기능을 수행해왔다.그 후 1980년 남북대화사무국이 당시 중앙정보부에서 이관돼 남북회담 기능을 수행하기 시작하면서 본격적인 부처의 틀을 갖췄다.

1990년대에는 통일정책 총괄.조정 및 교류협력 기능과 새터민 관련 기능이 추가됐고, 이에 따라 명칭도 1990년 12월 통일원으로 변경됐다. 그후 98년부터 다시 통일부라는 명칭을 사용하고 있다. 폐지가 확정될 경우 69년 국토통일원 신설 이후 39년만에 사라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