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방역·80일 전투에도 단풍놀이…강원도 무역국 간부 총살

금강산. /사진=북한 대회선전매체 서광 홈페이지 화면캡처

북한 육해운성 산하의 강원도 무역관리국 간부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따른 국가 비상방역 사업과 80일 전투가 진행되고 있는 와중에 가족과 함께 단풍 구경을 다녀온 것으로 총살형에 처해졌다는 전언이다.

강원도 소식통은 27일 데일리NK에 “육해운성 강원도 무역관리국 회사 사장 50대 조 씨가 가족들을 거느리고 금강산 구룡폭포와 구룡연에 단풍 구경을 갔다 왔는데, 국가의 방역 정책에도 움직인 것으로 체포돼 결국 총살됐다”고 전했다.

소식통에 따르면 조 씨는 지난달 중순 금강 관광관리국 간부들과의 안면을 내세워 금강산으로 가족여행을 다녀왔다. 그러나 불필요한 유동을 삼가라는 국가의 방역 규정을 어긴 것은 물론 온 나라가 80일 전투로 들끓고 있는 시기에 나라의 경제적 어려움을 외면하고 안일함에 빠져 유유자적 단풍 구경을 다녀왔다는 것으로 처형을 당했다.

소식통은 “조 씨와 그의 가족들은 단풍놀이에서 돌아온 즉시 20일간 격리됐다”며 “조 씨는 그냥 감금된 상태로 있다가 원산에 위치한 도 보안국 지하 처형실에서 사형됐고, 가족들은 전부 강원도 법동군의 산골로 추방됐다”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북한 당국은 이번 일을 도당 통보 강연자료에 담고, 조 씨에 대해 ‘원수님(김정은 국무위원장)께서 풍찬노숙(風餐露宿, 객지에서 많은 고생을 겪음)을 하시며 80일 전투를 지휘하고 계시는데 단풍놀이나 다니면서 권세를 부리며 방역 규정을 어긴 작자’라고 비난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면서 북한 당국은 올해 태풍피해까지 입은 어려운 환경에서도 주민들이 당과 생사고락을 함께하며 어려움을 이겨내고 있는 형편에서 돈을 펑펑 쓰고 다른 꿍꿍이를 품고 있는 자들은 이 나라에서 살 자격이 없다고 지적하기도 했다고 한다.

이를 두고 간부들은 “이 시기에 단풍 구경은 잘못된 것이지만, 출당 철직이나 줄 노릇이지 죽이는 것은 너무 기막힌 일”이라는 등의 반응을 보이며 하나같이 당국의 조치에 두려움과 허탈감을 내비쳤다고 소식통은 전했다.

이번 사건은 주민들 사이에도 널리 퍼졌는데 대부분이 “끔찍해서 살이 떨린다”며 공포감을 드러냈고, 일부는 “간부 안 하는 것이 편히 사는 길”이라며 씁쓸함을 토로한 것으로 전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