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고인민회의 ‘민생·체제수호’ 강조할 듯

북한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회는 지난 17일 최고인민회의 소집 결정을 채택, “최고인민회의 제11기 제6차 회의를 주체97(2008)년 4월 9일 평양에서 소집한다”고 밝혔다고 조선중앙통신이 20일 전했다.

이번에 열리게 될 최고인민회의 제11기 6차회의에선 ‘예산심의’와 ‘자력갱생’을 중심으로 한 경제발전 등에 대한 논의가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더불어 체제고수를 위한 사회기강 확립 대책 논의에 초점을 맞출 것으로 예상된다.

우리의 국회에 해당하는 북한 최고인민회의는 국가의 정책적 방향을 밝히면서 전년도 예산을 결산하고 새해 예산을 심의∙의결하며, 1월1일 발표한 신년공동사설에 기초해 새해의 주요 경제 과제를 제시하고 각종 법률을 제정한다.

올해 북한 신년공동사설의 특징은 ▲ 핵문제, 대미관계 무언급 ▲ 선군정치 ▲ 경제건설 ▲ 우리민족끼리 ▲ 남북경협 등 4대 분야에 대해 강조했다.

특히 이번 공동사설은 올해가 정권 수립 60주년임을 강조하고, 2012년 김일성 생일 100주년을 맞아 경제생활의 수준을 높여 강성대국으로 가자고 강조했다.

사설에서는 “강력한 정치군사적 위력에 의거하여 우리 경제와 인민생활을 높은 수준에 올려 세움으로써 2012년에는 기어이 강성대국의 대문을 활짝 열어놓으려는 것이 우리 당의 결심이고 의지”라고 밝혔었다.

이어 “인민생활 제일주의를 높이 들고나가야 한다. 현시기 인민들의 식량문제, 먹는 문제를 해결하는 것보다 더 절박하고 중요한 과업은 없다”고 강조했다.

이에 따라 이번 최고인민회의에서는 경제건설의 당면 목표인 ‘인민생활 제일주의’를 실현하기 위해 먹는 문제 해결을 위한 경제과제를 제시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그 동안 북한이 지속적인 경제난에도 불구하고 체제고수를 위해 개혁적인 경제정책을 포기해온 만큼 이번 회의에서도 경제난을 해결할 수 있는 실질적인 청사진을 제시하기보다는 ‘자력갱생’을 앞세운 우리식 사회주의 경제성장을 강조할 가능성이 더 높다.

대외 정세는 핵신고 문제로 북핵 6자회담이 교착상태에 빠져있고 대미관계도 주춤하는 상황이다. 이명박 정부의 대북지원 정책도 북한의 비핵화와 연계하겠다는 방침이어서 경제정책에 대한 구체적 대안을 내놓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것이 일반적 관측이다.

유호열 고려대 교수는 ‘데일리엔케이’와의 통화에서 “날짜도 정상적으로 열리게 된 통상적인 최고인민회의인만큼 예산심의나 경제상황에 대한 진단 수준의 논의가 될 것으로 보인다”며 “북핵문제가 해결돼야 경제분야 등에서 변화를 추구할 수 있을 텐데 현 상황은 그렇지 않다. 현재는 효율성을 좀 더 높이자는 수준의 논의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세종연구소 정성장 남북한관계연구실장은 “이번 공동사설에서도 북한은 경제문제에 비중을 두었기 때문에 경제문제가 최우선적으로 다뤄질 것”이라면서도 “최근 식량난의 어려움은 미북관계 악화와 북핵문제로 인한 것이라고 선전할 것”이라고 관측했다.

장철현 국가안보전략연구소 선임연구원도 “최근 심각한 식량난의 원인이 미국과 남한 이명박 정부의 대북정책에 있다고 주장할 것”이라면서 “결국, 경제난 해결을 위한 조치들을 발표하기 보다는 ‘자력갱생’ 원칙을 강조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따라서 이번 회의에선 새로운 정책 제시보다는 경제난 속에서 사회이완 현상이 갈수록 만연하고 있는 데 대처해 각종 ‘비사회주의’ 현상과 불법비리에 대한 강력한 제재를 가하는 일련의 법률 제정 등을 통한 체제정비 활동이 더 부각될 수도 있다.

최근 북한은 김정일 위원장의 매제인 장성택 노동당 행정부장의 지휘아래 전 사회적으로 부정부패와 불법장사, 마약범죄 등에 대해 대대적인 조사를 벌이고 공개총살형에 처하는 등 강력한 체제정비 작업을 벌이고 있다.

이번 회의와 관련, 핵신고 문제로 신경전을 벌이고 있는 대미관계와 6자회담, 그리고 이명박 정부 출범 이후 정체상태인 남북관계에 대해 어떤 입장 표명이 있을지도 관심사다. 그 동안 북한은 최고인민회의에서 대미∙대남관계에 대한 언급은 자제해 왔다.

다만 핵신고 문제로 미북관계가 주춤하고 한미 합동군사연습에 북한이 민감한 반응을 보여 왔다는 점에서 이번 회의에서는 그 어느 때보다 ‘선군’을 강조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이에 대해 정 연구실장은 “미국의 테러지원국 명단 삭제 등을 요구하는 성명이나 평화협정 체결에 대한 포괄적인 이야기가 나올 수도 있다”면서도 “이명박 정부에 대한 공식 입장 표명은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장 선임연구원은 “내부통제를 위한 선군사상을 강조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북핵과 미북관계를 강조할 것”이라며 “남북관계 보다는 미북관계를 통해 남북관계의 해법을 찾을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반면 유 교수는 “북핵문제가 지금보다 어려운 상황에서도 최고인민회의에서 어떠한 결의안도 채택한 적이 거의 없다”면서 “지금은 미북 간의 대화도 이어지고 있고, 6자회담도 진행중인 상황에서 선언 등을 발표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이어 “남북관계나 대외관계에 있어서 통상적으로 메시지를 전달하는 수준에 그칠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