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량 증산을 위한 농촌지원 총동원이 진행 중인 가운데 함북 청진시에서 새롭게 1만세대 아파트 건설이 추진되자 주민들 사이에서 ‘무리한 시공’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평양 아파트 10만호 건설이 사실상 실패로 돌아간 가운데 지방에서 같은 내용의 사업이 추진되자 간부들 마저 “오수용 함북도당 비서가 김정은 동지에게 잘 보이려 충성사업을 진행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함북 청진 소식통은 24일 데일리NK와 가진 통화에서 “농촌 지원전투로 학생, 노동자 대부분이 농촌으로 동원된 상황에서 도당(道黨)이 주도해 청진시 포항구역(중심지)에 15층이 넘는 아파트 1만 세대를 공사를 추진해 남아날 사람이 거의 없다”라고 말했다.
소식통은 “또 포항광장 대보수, 해안 도로공사, 청년공원 공사, 청진항 개건공사, 수남천 오폐수 정화장 신축 공사 등 동시다발적으로 건설이 진행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번 공사는 김정은이 지난달 27일 두번째 노작(勞作)을 통해 “전당, 전군, 전민이 국토관리총동원운동을 힘있게 벌이라”는 지시에 따른 후속조치 성격이 강하다.
이번 공사는 인민생활 개선과 무관한 데다 건설 비용도 상당 부분 주민에게 전가되고 있다. 소식통은 “주민들은 전기가 없어 엘리베이터가 움직이지 않는 마당에 15층 아파트가 무슨 소용이냐는 반응”이라며 “이게 다 도당 책임비서가 충성 과시를 위해 무리하게 사업을 추진한 결과”고 말했다.
대대적인 개보수 사업이 진행되는 포항광장은 김일성 동상이 세워진 청진의 ‘김일성 광장’이다. 새로운 김정일 동상도 이곳에 건립된다. 실제 도당과 도 인민위원회 간부들은 ‘경애하는 김정은 동지를 우리 도에 모실 수 있게 준비하자’는 구호를 외치며 사업 추진의 속내를 드러내고 있다고 한다.
시공 책임은 5.16건설사업소, 라남탄광연합기업소, 구역도시건설사업소, 도청년동맹돌격대, 6.2항만건설사업를 비롯한 청진시의 공장기업소가 맡아 진행한다. 그러나 이러한 사업기지들도 재정이 열악하기 짝이 없어 공사에 필요한 막돌(바윗돌), 자갈, 모래 등의 자재를 주민들에게 부담시키고 있다.
소식통은 “공사장 별로 주민 세대를 지정해 수백 kg의 공사용 자갈과 막돌 과제를 준 상태”라며 “인민반장들은 새벽마다 집집을 돌아 다니면서 과제 이행을 독촉하고 있다”고 말했다. 담당하는 공사마다 차이가 있는데 보통 한 세대당 바케스(양동이)를 채워 40~50개를 바쳐야 할 형편이다. 한 바케스를 500원으로 계산해 약 2만~2만5천 원이 소요된다.
특히 “도로건설구간을 담당하는 세대들은 새벽마다 온 가족이 동원돼 삽과 곡괭이로 콘크리트와 암석을 까내야(파내야) 한다”고 말했다. 여맹원들은 농촌지원으로 주변 농장에 동원되기 때문에 이 작업에는 노인들이 나서고 잇는 실정이라고 한다. 인근 채석장에서 돌 채취를 하는 과정에 부상자도 발생하고 있다고 한다.
2009년 청진시 중심도로 공사 때도 주민들을 강제 동원해 완성했고, 2010년에는 김일성.김정일 온실, 함경북도 선물관(김부자에 올렸던 선물을 보관하는 곳), 김정숙 사적지 등의 건립사업 때도 ‘청성심을 발휘하자’고 독려해 세대당 2만원을 부담시켰다.
거듭되는 자재 납부 강요와 강제노역에 주민들은 “언제가면 이 지긋지긋한 부역에서 벗어나겠나”라며 “아첨꾼 간부(도당 비서)의 낯내기(아첨용) 공사에 우리가 무슨 덕을 보겠냐”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