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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2·13 합의’ 초기조치 이행이 계속 늦어지고 있는 가운데, 미국과 일본에서 북한이 행동에 나서지 않을 경우 추가제재가 불가피하다는 목소리가 터져 나오고 있다.
콘돌리자 라이스 미 국무장관은 1일 아소 다로 일본 외상과의 회담 후 “북한의 즉각적인 2·13 합의 이행을 기대한다”면서 “우리의 인내심은 무한하지 않다”고 밝혔다.
라이스 장관의 이 같은 발언은 지난 27일 조지 부시 미국 대통령이 아베 신조 일본 총리와 정상회담을 한 뒤 “6자회담 당사국들의 인내심은 무한하지 않다”고 밝힌 데 이어 대북정책 주무장관으로서 재차 북한의 행동을 강하게 촉구하고 나선 것이다.
아소 외상도 이날 “며칠 안으로 북한의 반응이 전혀 없을 경우 추가 조치를 취해야 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일본 언론들은 라이스 장관도 북한의 2·13 합의 이행을 압박하기 위해 필요에 따라 강경 대응한다는 데 의견을 함께 했다고 전했다.
이에 대해 2·13 합의 초기조치 이행을 낙관한 부시 행정부에게 대북유화정책을 비판해온 강경파의 공격을 일순 피해가기 위한 ‘면피용’이란 지적도 있다.
“우리의 인내심은 무한하지 않다”고 말하고는 있지만 언제까지 약속을 이행하라는 타임테이블(시간표)을 제시하지 않고 있는 것도 이같은 의구심을 낳고 있다.
그러나 면피용이나 엄포용이 될 수 없다는 지적이 많다. 북한이 계속해서 2·13 합의 이행을 질질 끌 경우 언제까지 평양에서 날아올 시그널만 기다릴 수만은 없다는 것.
부시 행정부는 작년 11월 중간선거 이후 대북 강경책을 주도해온 럼즈펠드 국방장관 등 네오콘 세력을 후퇴시키고 북한과의 양자대화를 종용해온 라이스 국무장관과 크리스토퍼 힐 동아태 차관보를 전면에 내세워 대북정책에 커다란 변화를 줬다.
이렇게 해서 6자회담이 재개되고 2·13 합의가 도출될 때까지만 해도 ‘행동 대 행동’의 원칙에 따라 일사불란하게 움직일 것으로 예상했다. 실제 2·13 합의에 따라 미북 관계정상화를 위한 실무그룹 회담이 뉴욕에서 진행될 때까지만 해도 미북수교에 대한 섣부른 전망이 제기되기도 했다.
그러나 초기조치 시한을 훌쩍 넘겼는데도 BDA 북한자금 2천500만 달러 이체문제에 걸려 ‘올스톱’ 됐다. BDA 문제와 관련해 ‘취할 수 있는 조치는 모두 취했다’는 미국의 입장과 동결 이전과 같은 국제금융거래’를 요구하고 있는 북한의 입장에서 접점을 찾기가 쉽지만은 않은 상황이다.
이런 가운데, 유호열 고려대 북한학과 교수는 2일 데일리NK와의 통화에서 “북한이 2·13 합의 초기조치 이행은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고 전제한 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북한이 계속해서 구체적인 합의 이행을 미룰 경우 추가적인 제재에 나설 가능성이 있다. 그러나 추가제재에 나설 시점은 분명치 않다”고 밝혔다.
유 교수는 “미국은 유엔제재를 구체적으로 시행할 수 있고, 새로운 방식의 금융제재나 경제 제재도 나올 수 있을 것”이라며 “북한이 BDA 문제 등과 관련해 추가적으로 요구를 해올 경우 미국으로선 다시 ‘압박카드’를 꺼낼 것”이라고 말했다.
전성훈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미국 내에서 북한이 2·13 합의를 제대로 이행하지 않을 경우 부시 행정부의 대북 강경정책 선회 가능성에 대해 상반된 견해가 공존한다”고 말했다.
그는 “북핵문제가 다시 악화되더라도 압박정책 보다는 중국, 한국과의 협의를 통한 문제 해결에 나설 것이란 주장이 있고, 또 한편 부시 행정부의 북핵정책 변화는 전술적 변화일 뿐, 전략적 목표는 그대로이기 때문에 다시 강경정책을 구사할 수 있다는 견해도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