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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사회는 진실에 접근하고자 하는 많은 사람들의 노력에 대해 빚을 지고 있다. 그 진실을 위해 때로는 자신의 안위를 포기하면서, 때로는 자신의 주변 사람들의 희생을 요구받으면서, 꺾이지 않았던 그들의 신념에 대한 우리세대의 빚 말이다. 나는 이러한 사람들의 노력과 삶을 존경할뿐더러 우리 세대의 삶에 주는 메시지의 의미는 퇴색되었다고 생각치 않는다. 여타의 삶의 목표보다 진실을 증언하고 사회에 구현하려는 용기를 추구했던 그 사람들의 삶에서는 아직도 숭고함의 빛이 묻어 남을 느끼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지금의 시기에 가장 막중하며 시급한 진실에 대한 보고가 필요한 곳은 어디일까?
또한 그것은 누구의 몫이 되어야 할 것인가? 나는 단연 그 중의 하나가 북한에 관한 것이며 이는 우리 모두의 과제라고 생각한다. 공포와 광기로 상징되는 곳이면서도 그 현실을 생생하게 논하자면 지극히 제한된 정보에 목이 마르다. 북한 인민의 고통에 비해서는 우리 사회의 관심과 동정 또한 미미하기 그지없다.
요즘 매스컴에서 호들갑을 떨고 있는 우리 사회의 이념적인 시각 차이를 극복하고 통일의 해법을 찾기 위해서가 아니라 공포에 짓눌린 북한인민의 인간다운 삶을 보장하기 위해 객관적이고 생생한 증언을 통해 북한의 진실이 널리 알려져야 한다. 그럴 때만이 그 진실의 보고를 통해 휘발되어버린 북한인민에 대한 사랑이 다시 타오를 수 있을 것이다.
나는 곳곳에서 북한사회에 대한 이해를 달리하는 많은 사람들을 만날 수 있었다. 그들과의 생각의 차이를 불러오는 중요한 문제 중에 하나가 바로 북한사회를 체험한 사람들의 증언에 대한 신뢰의 문제이다. 북한사회의 심각성을 인지하지 못한 이들은 재중 또는 남한거주 탈북자, 국제구호기관, 여러 가지 경로를 통해 북한을 체험한 사람들의 북한의 현실에 대한 체험적 증언을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는다.
이는 역대정권의 반공정책의 후과라고 볼 수 있으며, 현 김대중 정권의 햇볕정책의 부작용 또한 북한인권에 대한 침묵에 일조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이들이 탈북자를 우리사회 노숙자나 불만계층으로 취급하고 이들의 증언을 아직도 과거처럼 공안기관에서 행해진 조작과 통제에 의해 간추려진 채 그들의 불만만을 담은 것으로 보는 사람들에 대해서는 심각하게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전 인류의 보편적 가치인 자유와 인권의 보장을 중시하는 국제적 시각을 북한사회의 특수한 가치를 이해하지 못하는 편협한 관점으로 치부하는 자칭 ‘남한 진보주의자, 통일 운동가’들 또한 이러한 현실을 조장하고 있는 한 부분이라 할 수 있겠다. 여기에 답답함을 느끼고 있던 참에 북한사회의 구석구석까지 볼 수 있었던 한 인도주의 의사의 체험적인 증언을 담은 [미친 곳에서 쓴 日記]는 우리에게 아주 소중한 진실의 밑천이 되어주고 있다. 그래서 아주 소중하다. 너무나 반가운 책이다.
The DailyNK 기획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