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붕 뚫린 집에서 산다”…양강도 주민 ‘부글’







양강도 주민들이 사는 주택들. 지붕 부분이 뚫려 있다/사진출처=새터민들의쉼터


최근 북한 양강도 혜산시 연풍동에는 주택 공사가 한창이다.


‘지붕의 높이를 일정하게 맞추라’는 김정은의 지시에 따라 지난 8월 중순부터 공사가 시작됐기 때문이다. 하지만 당초 계획과 달리 주민들에게 공사비용이 전가되면서 불만이 고조되고 있다는 소식통의 전언이다.


26일 양강도 소식통은 “지난달 중순 연풍장마당 주변 마을들을 수리·보수하라는 지시가 떨어졌다”며 “공사를 위해 파견 나온 간부가 ‘뉴스에 연풍동이 낙후하다고 나와 천지개벽을 할 데 대한 청년대장 동지의 지시가 내려져 이 사업을 시작한다’고 포치했다”고 전했다.  


연풍동은 창바이(長白) 리지앙춘(绿江村)에서 육안으로 확인할 수 있을 정도로 중국과 인접한 지역이다. 북중 국경을 가르는 압록강 강폭도 15m 정도에 불과해 중국 관광객들이 북한을 보기 위해 자주 찾는 곳 중 하나다. 근접 촬영이 가능해 북한의 실상을 소개하는 언론 등에도 자주 등장했다. 


그런데 한국의 과거 달동네를 연상케 할 정도로 연풍동엔 낡은 집들이 밀집해있다. 장마당 운영과 더불어 중국과 밀무역을 하는데 가장 적합한 장소로 알려지면서 주민들이 몰려든 탓이다.


사람들이 몰리다보니 이 지역은 다른 곳보다 집값이 높게 형성됐다. 혜산시 단층집의 경우 보통 1만5000~2만 위안(元)에 거래되는데 연풍동은 3만~3만5000 위안이다. 1위안은 현재 북한 돈 435원이다.  


생계를 위해 모여든 주민들이 각양각색의 집들을 짓고 살면서 외부에서 볼 때는 판자촌을 방불케 할 정도로 불규칙적인 주택가 풍경을 만들어 내고 있다. 중국 관광객이나 언론 등에 낙후된 북한의 모습이 노출된다는 점에서 김정은이 직접 정비의 필요성을 느꼈다는 것이다.


소식통들에 따르면 당초 주택 보수는 김정은의 지시에 따라 당 자금으로 진행한다고 포치됐다. 그러나 공사가 진행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자재비용을 주민들에게 내라고 한 것으로 전해졌다.


소식통은 “국가에서 지어준다고 해서 너도나도 지붕을 부수고 담장을 허물었는데, 갑자기 자재 타령을 하며 돈을 모아 사람들이 황당해한다”며 “돈을 낸 사람들은 슬레이트 기와를 씌워주고 돈 없는 사람들은 20일 전부터 지붕 뚫린 집에서 살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 “몇 십 년 동안 하늘이 보이고 바람이 들어오는 집에서 살던 사람들이 희망을 가지고 집을 허물었다가 한지(거리 또는 밖에)에 나앉는 꼴이 되었다”고 덧붙였다.


여기에다 유엔에서 지원한 돈으로 주택 보수 공사가 진행됐다는 것을 주민들이 알게 되면서 불만은 더욱 커지고 있다는 소식이다.


소식통은 “22일 주택 보수공사 자금을 지원한 유엔에서 건설 현장을 체크하기 위해 보낸 사찰단 6명이 혜산에 도착했다”며 “사람들은 유엔의 지원을 받아 건설하면서도 당의 배려라고 선전하는 국가를 비난하고 있다”고 말했다.


소식통에 따르면 북한 당국은 유니세프가 수해 복구 명목으로 평안북도와 황해도 지역에 지원한 돈을 각 지역 살림집 공사에 나눠 사용하고 있다. 


소식통은 “사람들은 ‘유엔에서 준 돈은 어디 다 빼 돌리고 공사가 이렇게 늦어지냐. 당 자금으로 공사를 한다고 선전해 놓고 기와 한 장당 3000원씩 받는 것은 당이 장사꾼이라는 걸 의미 한다’면서 반발하고 있다”고 현지 분위기를 전했다.


또한 주민들은 “국가 자체가 도적놈이니 유엔에서도 믿지 못하고 사찰단이 오는 것이 아닌가. 도둑놈들을 믿고 집을 허문 우리가 바보다”며 자조 섞인 불만을 표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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