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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전역에 ‘김정일 사적관’이 별도로 건설되고 있다는 탈북자의 증언이 나와 주목된다.
북한은 각 시, 도, 군 전역에 김일성 사적관이 있고, 김정일 사적관은 김일성 사적관 안에 건립되는 형식을 취해왔으나 최근 ‘김정일 사적관’이 별도로 건설되고 있다는 것이다.
이같은 사실은 김일성 시대의 주체사상(김일성 사상)을 김정일의 이른바 ‘선군사상’으로 대체하려는 현실적인 시도로 분석돼 주목되고 있다.
함경남도 함흥시 소재 △△동 ‘김일성연구실’ 관리원 출신 탈북자 전영옥(가명, 52세)씨는 최근 “함흥시 동흥산구역 김일성동상 옆에 ‘김정일 사적관’이 2003년 4월부터 새로 지어졌다”고 밝혔다.
전씨의 증언은 과거 함께 쓰던 ‘김일성∙김정일연구실을 각각 따로 독립시켰다는 의미로, 북한의 지도이념이었던 ‘주체사상’을 김정일의 ‘선군정치’로 대체, ‘사상 차원’으로 승격시키려는 움직임으로 해석된다.
전씨는 “사적관에는 김정일의 활동역사, 특히 함흥시와 관련된 사적들이 진열되어 있고, 공장, 기업소, 주민들이 단체로 참관하도록 했다”고 말했다.
또 ‘김정일 사적관’이 도시뿐 아니라 전국의 농촌까지 확대된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전씨는 ‘함흥시 수동리에 조선식 기와를 얹은 김정일 사적관이 멋있게 건설되었다”고 밝혔다.
이로써 ‘김일성 연구실’은 상징적 수령인 김일성의 업적을 학습하는 장소로, ‘김정일 사적관’은 ‘선군사상’을 보급하는 연구활동 거점으로 역할을 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선군사상’이 ‘주체사상’ 대신하나?
지금까지 ‘김정일 사적관’은 김일성종합대학 안에 있는 사적관이 유일했다.
김정일 우상화 선전은 1970년대 초 후계자로 등장한 김정일을 ‘친애하는 지도자 동지’로 부르기 시작하면서 본격화됐다. 80년대 이후 ‘김정일 연구실’은 ‘김일성 연구실’ 안에 만들어졌다.
그러나 최근 ‘김정일 사적관’이 별도로 건설되었다는 사실은 94년 7월 김일성 사망 후 김일성을 ‘영원한 수령’으로 내세우며 내심 자제하는 움직임을 보여온 ‘김정일 우상화’가 본격적으로 시작됐다는 점을 보여준다.
김일성 사망후 김정일은 군사우선주의 노선을 이른바 ‘선군정치’로 포장하여 북한을 통치해왔는데, 최근 북한선전매체에 ‘선군사상’이라는 용어가 등장해왔다.
주체사상은 74년 2월 김정일에 의해 ‘김일성주의’로 선포된 적이 있다. 따라서 향후 ‘선군사상’을 이른바 ‘김정일주의’로 정식화하여 선포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게 됐다.
한영진 기자(평양출신 2002년 입국)hyj@dailynk.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