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노동신문 등 대외 매체에 등장하는 김정은은 항상 펑퍼짐한 검정색 투 버튼 코트와 통이 어린아이 허리만큼 넓은 바지를 입고 있다. 겨울철에만 입는 투 버튼 코트는 김정은이 현지지도를 나설 때면 어김없이 입는다. 옷맵시를 중시하는 최근 한국의 패션 흐름에 맞지 않게 김정은은 지나치다 싶을 정도로 펑퍼짐한 옷을 즐겨 입는다.
왜일까? 집권한 지 만 2년을 갓 넘긴 김정은이 카리스마가 넘쳤다고 평가되는 김일성을 따라하고 있다는 해석이 많다. 젊은 시절 김일성은 검은색 투 버튼 코트뿐 아니라 통이 넓은 바지 등을 즐겨 입었다. 김정일이 김일성과 달리 선글라스, 갈색 점퍼, 키높이 구두로 자신만의 스타일을 만든 것과 달리 김정은은 후계자로 공식화된 이후 현재까지 ‘김일성 따라하기’에 주력하고 있다는 것.
이에 대해 김정은이 김일성의 후광을 이용해 우상화를 적극 벌이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할아버지가 즐겨 입었던 투 버튼 코트를 통해 김일성 향수를 불러일으켜 주민들에게 동경심을 갖게 만들겠다는 의도란 것이다. 북한에서 아직도 펑퍼짐한 코트와 양복은 든든한 풍채를 상징한다.
한 고위 탈북자는 28일 데일리NK와의 통화에서 “김정은이 옷을 크게 입는 것은 기존에 자신에게 없던 카리스마를 풍채나 사이즈를 통해 보여주려는 것”이라면서 “근육이 어느 정도 있는 사람을 멋있다고 하는 남한과 달리 북한에서는 풍채가 권위를 상징한다고 볼 수 있기 때문에 옷을 크게 입는다고 볼 수도 있다”고 전했다.
특히 그는 “김정은의 지도력(카리스마)을 돋보이게 하기 위한 전담 일꾼들이 있고 이들은 김일성이 자주 입었던 펑퍼짐한 옷을 통해 풍채를 살려 주민들에게 김정은이 김일성과 비슷하다는 것을 보여주려는 것”이라면서 “이런 모습(이미지)을 만들기 위한 전담 재단사(디자이너)가 김정은의 체형 변화에 따라 맞춤형 코트를 수시로 제작하고 고가의 코트가 수십 벌에 달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와 함께 데일리NK는 패션 전문가들에게 김정은의 트레이드마크라고 할 수 있는 검정색 투 버튼 코트에 대해 들어봤다. 전문가들은 투 버튼 코트의 재질은 최고급 순모나 캐시미어이며, 김정은만을 위해 수작업으로 제작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특히 최고급 순모로 제작되는 투 버튼 코트가 수천만 원에 호가한다고 말했다.
최재영 신구대 패션디자인과 교수 겸 디자이너는 이날 데일리NK와 통화에서 “사진만으로 정확히 분석을 하기는 어렵다”면서도 “확인된 사진으로 보아 김정은의 코트는 순모 100%로 보인다. 순모 100% 원단을 사용해 코트를 만들려면 최소 1백만 원에서 수억 원의 비용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김정은 한 사람만을 위한 수제작으로 보여진다”면서 “김정은의 피팅감을 고려할 때 고수의 작업자 능력으로 제작되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11년간 의류업계에서 종사한 바 있는 이주연 씨는 “모직 소재에 고급 캐시미어가 결합된 것으로 보인다”면서 “보통 캐시미어가 가볍고 따뜻한 것이 특징인데 김정은 코트를 보면 실크 티셔츠처럼 윤이 나는 모습이다. 따라서 일반 캐시미어 보다는 고급 캐시미어 원단이 혼방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그는 이어 “부드럽고 윤기가 나는 것으로 보아 명품브랜드로 추정된다. 최고의 고급원단으로 김정은만을 위해 만든 옷 같다”면서 “김정은의 키가 170cm에 몸무게 100kg 정도라고 가정하면 최소 700만 원에서 1000만 원 정도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아울러 최근 김정일의 생일을 맞아 김정은과 리설주가 평양 인민극장에서 공훈국가합창단의 공연을 관람할 당시 두 사람의 커플시계가 눈길을 끌었다. 이 커플 시계는 스위스 명품시계인 모바도(MOVADO·사진) 제품으로 약 120만 원으로 추정된다.
이에 대해 탈북자는 “김정은이 최근 육아원을 방문하고 ‘교육조건, 영양상태, 환경 개선’을 강조하는 등 ‘자애로운 지도자’란 이미지를 부각하는 데 공을 들이고 있지만 정작 본인은 주민들의 식량난을 외면한 채 초호화 코트에 사치품을 즐겨 착용하고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