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北유도 ‘이산상봉 정례화’ 이끌 방안 마련해야”

3년 4개월 만에 재개된 남북 이산가족 1, 2차 상봉이 25일 마무리됐다. 2박 3일간 남측 이산가족 82명과 북측 가족 88명이 64년 만에 만나 혈육의 정을 나눴지만, 또 다시 기약 없는 이별을 해야만 했다. 이와 관련 이산가족 대부분이 고령인 점을 감안, 하루 빨리 상봉 정례화와 화상상봉 및 서신교환 등이 이뤄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현대경제연구원에 따르면 이산가족 생존자는 2003년 10만 3397명에서 지난해 7만 1480명으로 줄었다. 이 가운데 80대 이상의 고령층은 2003년에는 2만 1036명(20.3%)이었지만 지난해 3만 7769명(52.8%)으로 늘었다. 특히 90세 이상의 초고령자는 2003년 5639명(2.0%)에서 지난해 7950명(11.1%)으로 증가했다. 이는 이산가족들이 헤어진 가족들을 만날 수 있는 시간도 얼마 남지 않았음을 보여준다.


이번 1차 상봉에서 몸이 아파 거동할 수 없는 상태임에도 김섬경(91) 할아버지와 홍신자(84) 할머니는 구급차에서 북측 가족들과 상봉했다. 이뿐만 아니라 치매로 북측의 딸을 알아보지 못해도 휠체어를 타고서라도 이번이 아니면 생전에 만날 수 없을 것이란 생각으로 불편한 몸을 이끌고 금강산을 간 사례도 있었다. 반면 건강상의 이유로 이번 이산상봉을 포기한 가족도 적지 않았다.


북측에 있는 오빠에게 남측 동생은 “이번이 마지막일지 모르잖아. 언제나 볼려나, 이게 마지막이잖아”라며 오열했고, 작별상봉 후 떠나는 버스에 탄 북측 형에게 남측 동생은 “형님, 이제 마지막이다. 하늘에서는 건강한 모습으로 만나자. 사랑한다”며 작별 인사를 한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박근혜 대통령은 최근 “이산가족들이 자주 만날 수 있는 근본적인 대책을 세워야 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이산가족 상봉 정례화에 대한 제도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정홍원 총리도 26일 오전 열린 국무회의 모두발언을 통해 “이산가족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 있도록 남북 접촉 기회에 생사확인, 상봉정례화 등을 적극적으로 제안해 결실을 맺도록 노력해 주기 바란다”고 독려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전문가들은 이산가족 대부분이 고령이고 가장 시급한 인도주의적 사안이기 때문에 남북접촉에서 상봉 정례화를 우선순위에 두고 협상에 나서야 한다고 주문한다. 또한 상봉 규모에 대한 확대는 물론 자유로운 서신교환, 화상상봉 등도 풀어야 할 숙제라고 지적했다.


관건은 역시 북측의 태도다. 북측은 이번 이산가족 상봉 행사에서 상봉 확대와 정례화 문제에 대해 명확한 태도를 보이지 않았다. 작별상봉 후 김종섭 남측 상봉단장이 “기다리는 분이 많으니 (상봉을) 한 번 더 합시다”라고 제의했지만, 북측 단장인 이충복 조선적십자회 중앙위 부위원장은 “북남 관계를 한 단계 더 발전시켜야 한다”며 즉답을 피했다.


최진욱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26일 데일리NK에 “정부도 (이산상봉에 대한) 의지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정례화도 불가능한 것만은 아니다”면서 “북한이 남북관계에서 쓸 수 있는 유일한 카드가 ‘이산가족 상봉’이기 때문에 향후 관계가 진전되면 전향적으로 나올 가능성이 배제할 수 없다”고 내다봤다. 


한 대북전문가는 “북측이 이번 상봉을 대가로 금강산관광 재개와 5·24조치 해제를 들고나올 가능성이 높다”면서 “두 사안과 이산상봉 문제를 어떻게 풀어가느냐에 따라 상봉 정례화를 판가름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향후 진행될 남북고위급 접촉이나 실무접촉에서 이산상봉 정례화를 전제 조건으로 내세우는 전략도 필요할 것”이라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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