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 안들어와 캄캄한 방에서 밥먹어”

▲ 야간에 불빛이 확연한 남측에 대비해 평양 일부만 불빛이 켜진 모습 ⓒ연합

북한이 강수량이 적은(갈수기) 동절기에 접어들면서 전력 사정 더욱 악화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함경북도 소식통은 “전기를 거의 못 보고 산다”고 말했다.

이 소식통은 10일 중국 통신망을 이용한 함북-서울 직접 통화에서 “저녁이면 전기가 전혀 오지 않아 조선중앙TV조차 들을(볼) 수 없다. 노동신문도 열흘이 지나야 도착 한다”면서 바깥 일을 통 모르고 지낸다고 말했다.

전력난으로 열차 운행이 불규칙해 신문 운송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것. 북한 열차는 전기로 운행한다.

(사)좋은벗들도 최근 김정일 위원장이 지난 10월부터 ‘기차는 정시에 다니라’는 지령을 내려 일부 운행시간이 단축됐지만 전력 사정으로 다시 운행 지연이 반복되고 있다고 전했다. 평소 일주일 정도 걸리던 평양-함흥간 열차가 1-2일로 단축되다가 다시 최근 들어 예전 상태로 돌아가고 있다는 것이다.

소식통은 “주민들이 아침밥을 하는 새벽 5시부터 아침 8시 사이와 저녁 6시부터 11시 사이에는 전혀 전기를 주지 않는다”고 했다. 그는 캄캄한 방에서 밥을 먹고, 아이들이 공부를 하지 못하는 것이 가장 마음이 아프다고 전했다.

기자가 “주민들이 제일 전기를 많이 쓰는 시간대에 정전을 시켜 불만이 있지 않은가?”라고 묻자, 그는 “그래도 사람들이 자는 밤 시간이나 낮에는 전기가 좀 온다. 그만해도 잘 주는 것이다. 시외 농촌 같은 곳은 아예 전기 없이 산다”고 했다.

북한은 지난해부터 전력 사정이 동계에는 더욱 악화돼 가용 전력을 정권기관, 군부대, 상시 기업소, 농장 탈곡장 등에 집중 배치하는 대신 중소 도시의 일반 가정에는 하루 1∼2시간 정도만 전기를 공급하고 있다. 북한은 대부분 수력발전이기 때문에 강수량이 부족한 겨울철에 특히 전력난이 심해진다.

전력난이 심하고 연료나 땔감 마저 부족한 북한 겨울은 사실상 온기가 없는 상태로 지내는 경우가 많다. 북한 장마당에서 나무 1단은 최고 500원, 갈탄 1마대(20kg)는 1300원, 석탄 1마대는 1100원이다. 이시기 북한을 방문한 조선족들은 “온기가 없는 북한에서 사는 주민들은 야생동물 같다”는 표현까지 쓴다.

북한은 정권기관 간부들에게 전기를 우선 공급하는 특혜를 제공한다. 부유층은 집 안에 자체 발전시설을 갖추고 정전에 대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