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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당국이 지난해 말부터 북부 국경일대의 각종 검열과 단속을 강화하고 있는 가운데 이 지역의 민심이 어떻게 변하고 있는지 궁금하다.
북한당국은 국경일대에 외부정보의 유입이 많고 비법(불법) 월경자들이 증가하고 있어 골머리를 앓고 있다. 이에 따라 탈북자들에 대한 처벌과 합동 그루빠(그룹, 검열단)의 검열이 강화돼 왔다. 지난해 말 김정일은 “어머니(김정숙)의 고향 회령을 깨끗이 하라”는 특별지시를 내릴 정도였다.
그러나 최근 이 지역에서 월경한 탈북자들은 정부의 검열과 단속에도 불구하고 주민들의 민심을 되돌리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들은 생계형 탈북이 증가하고 중국에서 물품을 구입해 장사를 하려는 사람들이 계속 증가하고 있어 중국과의 접촉이 많아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또 식량문제를 둘러싸고 주민들의 당과 군에 대한 인식이 더 나빠지고 있으며, 특히 간부들의 부정부패가 심해 주민들의 노동의욕이 저하되고 있다고 입을 모은다. 이 때문에 장사하려는 주민들이 계속 증가하고 있다는 것이다.
데일리NK는 최근 북한 회령과 청진 지역에서 탈북해 중국에서 숨어지내는 탈북자 4명과의 인터뷰를 실시했다. 최근 북한 북부지역 민심을 들어본다.
-요즘 당과 군대에 대한 주민들의 인식은 어떤가?
북한 당국은 핵무기 개발에 성공했다며 공화국에 충성할 것을 요구한다. 그러나 주민들은 핵무기에 관심이 없다. 오로지 먹고 살기 위한 일에만 몰두한다. 식량을 제때에 배급해 주지 않아 민심은 최악이다. 특히 군인들의 식량약탈이 심해 군대에 대한 인식이 가장 안좋다. 군인들은 북한 주민들이 심어놓은 옥수수나 기타 작물을 밤에 몰래 훔쳐간다.
이 때문에 주민들은 9월이 되면 수확철이 아닌데도 옥수수나 열매들을 모조리 거두어 간다. 군인들은 식량을 빼앗아 가면서 “인민의 군대가 필요한데 백성들이 감히 주지 않는다”며 오히려 따진다. 그래서 주민들은 “전쟁이 나서 우리한테 총을 주면 먼저 군인들을 죽이고 미국과 싸우겠다”고 말할 정도다.
개인 경작 소토지의 경우 수확량이 많으면 군대와 당국이 가져가기 때문에 농사를 아예 짓지 않은 사람도 있다. 열심히 일해도 자기 것이 없기 때문에 일을 하지 않으려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당과 군 간부들의 부정부패는 어느 정도인가?
간부들의 부정부패는 극심하다. 북한에서 뇌물이면 못하는 것이 없다. 이미 오래된 이야기다. 장사를 해도 돈을 바쳐야 한다. 장사를 하려면 군인과 안전원 등에게 뇌물을 줘야 할 수 있다.
회령지역 전기선은 제일 굵은 선이 한곳(배전소)으로 간 다음에 전기가 분배되는데, 가장 부족한 지역을 우선 공급해 준다. 그런데 간부들은 거기서 전기를 빼돌려 자기집으로 연결하여 부족함이 없이 전기를 쓴다.
어느 보위부 간부는 회령 지역의 비싼 집을 (북한돈)500만원 이상을 주고 구입했다. 이런 비싼 집이 종종 거래되는 것으로 알고 있다. 또 잘 사는 집에는 중국제가 아닌 일제 또는 한국제 발전기를 놓고 전기를 사용하기도 한다.
-주민들은 어떻게 먹고 사는가?
많은 북한 주민들이 장사한다. 장사를 하면 끼니는 거르지 않는다. 장사는 전화를 이용한다. 장사하는 사람이 중국 측 대방(무역업자)에 연락해 필요한 물품을 부탁한다. 그러면 대방은 국경지역 다리 등을 통해 몰래 보내준다. 장사하는 사람들은 대부분 밀수를 한다.
장사는 개인이 건물을 빌려 상업관리소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 건물은 국가소유이기 때문에 사용료를 지불한다. 건물은 개인 소유가 아니지만 물건은 개인 소유로 인정하기 때문에 매매할 수 있다.
개인이 큰 잘못을 저지르지 않는 이상 건물을 빼앗거나 매대(상점에서 물건을 놓고 파는 자리)를 압수당하지 않는다. 청진 같은 경우 해산물 장사가 유리하지만 수산물 가게를 하려면 큰 냉장고가 있어야 하기 때문에 쉽지 않다.
-요즘 주로 어떤 정보가 북한에 유입되나?
중국에 대한 정보뿐 아니라 한국, 미국에 대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다. 중국에 가면 굶지 않는다는 이야기를 가장 많이 듣고 남한에 가면 잘 살 수 있다는 이야기도 듣는다. 자본주의 사회의 정보가 담긴 VCR이 유입되고, 비디오도 많이 본다. 이런 정보로 생각이 바뀌는 사람들이 많다.
당국이 처벌을 강화하고 집중 단속하고 있지만 먹고살기 위해 탈북하는 사람들을 막을 수 없다.
-국경지역 주민들은 중국과 왕래를 자주 하나?
최근 당국이 ‘해외 친인척 문건’ 갱신 작업을 벌여 중국에 친인척이 있는 사람들의 경우 중국 방문이 쉬워졌다. 함경북도는 1월 초부터 주민들의 ‘해외 친인척 관계 문건’을 갱신하여 2월 10일부로 마감했다.
각 지역 보위부 외사과에서 과거의 문건을 폐기하고 중국에 친인척이 있는 사람들을 새로 조사해 새 양식의 용지에 기입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지금까지 사용했던 ‘해외 친인척 관계 문건’은 고난의 행군(식량난 시기) 이후 한번도 용지가 교체되지 않았다. 과거에는 중국에 친인척이 있는 40대 이하의 사람들은 국가 안보를 이유로 문건에 친인척을 기재해놓지 않아 형평성 문제가 제기됐었다.
이번 갱신을 통해 그동안 불허되었던 40대 미만 주민들도 중국 친척방문의 기회가 보다 많아질 것으로 보인다. 중국으로 탈북한 경험이 있는 주민들의 경우 중국에서 사귀었던 사람들의 주소와 신상기록을 갖고 보위부에 찾아가 새롭게 친척으로 올리는 사람들도 있다.
-주민들이 중국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일반적으로 중국은 약속을 잘 지키는 나라라고 생각한다. 일본 같은 경우 무조건 싫어하고 북한 교과서에서도 그렇게 가르친다. 중국과 북한의 정치방식은 매우 다르다. 당국은 그동안 우리(북한)의 정치방식이 우월하다고 선전해 왔다. 그러나 중국과 무역을 하면서 그것이 순전히 거짓말이라는 것을 알게 됐다.
중국에서 들은 것은 거짓이 없다. 중국과 무역하는 사람뿐 아니라 주민들도 중국에 대해 많은 것을 듣다보니 중국에 대한 환상이 많아졌다.
-쌀 값 시세는 어떤가?
2월 초부터 ‘외국에서 원조식량이 다시 들어온다’는 소문이 평양에서부터 확산되면서 청진 이남 지역의 쌀값이 내려가고 있다. 2월 8일 함경북도 회령, 무산, 온성 등은 쌀 1kg당 북한 돈 900원~950원의 수준에 거래되며, 함경북도 청진은 900원 수준이다.
평양의 쌀값은 650원, 황해도와 평안남도, 함경남도 남부지역은 700원대를 유지하고 있다. 지난해 10월 핵실험 이후 12월까지 장마당의 쌀 가격이 상승세를 보였었다. 당시 주민들 사이에는 ‘쌀 1kg 2,000원 하는 때가 올 것’이라는 우려도 있었지만 1월 말부터 쌀값이 안정됐다.
-전염병이 북한 전 지역으로 확산되고 있다고 하는데
1월에 청진지역에서 홍역이 돌고 있다는 소문을 들었고, 은덕지역에서도 그런 소리를 들었다. 잘은 모르지만 전염병이 확산되고 있는 것 같다. 전염병 때문에 국경지역 도시나 평양까지 가기 쉽지 않다. 통행증을 발급해주지 않고 검문도 많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