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집트 민주화, 11월 총선 잡고 날아오른다

▲ 지난 4월 ‘무바라크 키파야’ 집회가 전국적으로 개최됐다

이달 초 치러진 대선에서 5선 연임에 성공한 호스니 무바라크 이집트 대통령이 지난달 27일 상•하 양원 합동회의에서 취임식을 갖고 새로운 6년 임기를 시작했다.

무바라크 대통령은 지난달 7일 이집트 사상 처음으로 복수후보 출마가 허용된 경선 방식의 대선에서 23%의 투표율이 기록된 가운데 88.5%의 지지를 얻어 당선됐다. 이집트 대통령 선거가 관심을 유발하는 이유는 1952년 왕정이 폐지되고 공화국이 성립한 이래 53년 만에 치러지는 첫 경선이기 때문이다. 지금까지는 집권당 정부가 단일 후보를 내세워 국민들에게 찬반의사만 묻는 형식으로 치러졌다.

지난 2월 무바라크 정권은 사상 초유의 대통령 경선을 치르겠다는 파격적인 안을 공표하였다. 이것은 미국과 서방의 압력에 굴복한 것이었다.

그러나 무바라크 정권의 이와 같은 개혁 조치에도 불구하고 이집트 민주주의에 대한 내외적 시각은 결코 곱지 않다. 허울뿐인 개혁이라는 꼬리표가 붙었다.

이는 무바라크 정권이 밝힌 선거법 개혁안을 통해 고스란히 드러난다. 선거법 개혁안의 골자는 대통령 직선제와 복수 후보 허용이었다.그러나 문제는 야당 후보의 출마가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다는 것이다. 수많은 장벽이 놓여 있기 때문이다. 야당 후보는 무바라크 집권당이 장악한 의회의 지지를 받아야 정당을 설립할 수 있다.

키파야 민주화 운동 불길 활활

정당의 등록은 신고 사항이 아니라 정부의 승인 사항이다. 무소속 후보는 762명의 공무원 서명을 받아야 한다. 그런데 공무원 대부분은 무바라크 집권당 소속이다. 혹은 국민의회(하원) 의원 65명과 슈라위원회(상원) 위원 25명 및 최소 14개 주(州)의 지방의원 각 10명의 추천을 받아야 한다. 이것은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

무바라크는 최근 빈번하게 일어나는 대규모 시위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이집트 내에 최대 정파 조직인 <이슬람 형제단>의 항의 시위와 <범야정치연합>의 이른바 ‘키파야’ 민주화 운동이 불길처럼 번져 가고 있다.

그리고 그 선봉에 급부상하는 야당 알-가드가 있다. 이번에 2위를 차지한 알-가드당 누르 후보는 창당 과정에서 불법 혐의로 구속되었다가 미국의 압력으로 풀려나 국제적 스타로 부상한 인물이었다.

키파야! 키파야! 는 아랍어로 ‘충분하다!’ 라는 뜻이다. 그간의 무바라크 독재 통치는 이제 그만 충분하니 무바라크는 물러나야 한다는 의미였다. 키파야 운동은 수도 카이로를 비롯해 알렉산드리아, 만수라 등 전국 주요 도시에서 야당과 대학생들의 시위로 거세게 일어났다.

그들은 무바라크의 연임 반대, 비상계엄 철폐 등을 요구하며 격렬하게 저항하였다. 키파야 운동은 이번 대선의 결과에 그다지 연연하지 않는다. 무바라크를 위한 잔치용 대선에 크게 미련이 없다.

무바라크, 아들에게 대통령 물려줄 것인가

그들은 11월 총선을 벼르고 있다. 총선은 전국 222개 선거구에서 444명의 의원을 뽑게 된다. 여러 가지 제약 조건이 여전히 상존하는 상황에서 과연 얼마나 그 결실을 거둘지 알 수 없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이미 이집트 민주화의 큰 물줄기는 잡혔으며 그 노도는 결국 그 무엇으로도 막지 못할 것이라는 것이다. 국민들의 약 80%는 투표 자체를 거부하였다.

무바라크는 24년간의 철권 통치에 다시 6년을 더했다. 현지에서는 무바라크가 고령(77세)인 관계로 임기 중반에 아들 가말(42세)에게 권력을 물려 줄 것이라는 관측이 쏟아지고 있다. 만약 그것이 성공한다면(그 어떤 최악의 과정인들 김일성․ 김정일 세습정권과 비교할 순 없겠지만)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북한) 다음 가는 세계 최초의 부자 세습 정권이 탄생하는 셈이다.

대외적으로 그는 최근 평화 무드에 실질적 진전이 있을 듯 한 이-팔 평화에 적극적인 역할을 하려 할 것이다. 한편 전통적 지배력을 가진 아프리카에 대한 이집트의 위상 강화에 더욱 매진할 것이다. 미국과 서방과의 공조에는 대테러 전쟁을 중심으로 하여 그동안 해 왔던 것처럼 무리없이 협력할 것이다.

그러나 불행히도 국민들은 무바라크를 믿지 않고 있다. 무바라크는 국민들에게 한 약속을 진실로 지켜야 한다. 무바라크는 이집트 민주화의 국민적 여망을 더 이상 외면할 수 없음을 인식해야 한다. 무바라크의 재선은 이집트 민중이 준 마지막 기회임을 알아야 한다.

이종철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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