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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일 이스라엘의 새 정부 구성을 위한 총선이 무사히 마무리 됐다. 이번 선거는 중동의 ‘뜨거운 감자’인 이스라엘-팔레스타인 분쟁의 분수령으로 주목을 받았다.
총선 결과 에후드 올메르트 총리대행이 이끄는 카디마당이 전체 크네세트(의회) 120석 가운데 28석을 얻어 다수당이 됐다.
이스라엘 선관위는 29일 99.5%의 개표를 완료한 결과 카디마당이 28석을 얻고, 좌파계열인 노동당이 20석, 해외에서 이주해온 유대인이 주축인 샤스당이 13석을 얻었다고 밝혔다. 지난해 11월 아리엘 샤론 총리의 이탈로 분당사태를 겪은 리쿠드당은 11석을 확보했다.
카디마당의 승리가 의미하는 것은 첫째 이스라엘 민심이 실용적 선택을 했다는 것이다.
카디마당은 리쿠드당(우)과 노동당(좌)의 전통적 이념 스펙트럼을 무너뜨리는 데 성공했다. 유권자들은 이스라엘 현실 문제 해결에 가장 유리한 방향이 무엇인가에 대한 객관적이고도 냉정한 선택을 내렸다.
둘째, 이번 총선결과는 이스라엘의 정계 구도가 강경보수와 온건중도, 온건좌파의 3자 구도로 재편되었음을 의미한다.
하마스 돌풍에도 ‘온건중도’ 택한 이스라엘
샤론 전 총리는 중동 평화 로드맵의 불씨를 살리기 위해 전격적인 정착촌 철수를 강행하고, 지난해 11월 리쿠드당 탈당과 신당 창당(카디마당)이라는 정치적 도박을 감행했다. 이스라엘의 여론은 리쿠드당의 이념보다도 샤론의 현실 정책을 따라 갔다. 더구나 신당 창당에는 전통 온건 노선의 노동당 세력도 가세했다.
셋째, 이번 선거를 통해서도 확인되었듯이 이스라엘인들이 가장 바라는 요구는 역시 안전과 평화였다.
이스라엘 유권자들의 경제적 ‘후생’의 문제보다는 안전과 평화라는 ‘생명’ 문제에 더욱 관심이 보였다. 리쿠드당의 강경 입장은 분쟁을 격화시킬 것으로 보였으며 노동당의 온건 노선은 안전을 보장하지 못할 것이라고 판단 내린 것이다. 또한 안보 문제가 희석됨으로써 부각된 경제 문제를 비롯한 국내 문제들도 안전과 평화에 대한 관심을 대체하지는 못했다.
넷째, 우리가 또 하나 주목해야 할 점은 이스라엘인들의 선택이 강경 하마스가 집권한 팔레스타인의 정세에 섣불리 휘둘리지 않았다는 것이다.
지난 1월 하마스의 돌풍은 세계를 경악시켰다. 누구도 예상 못한 선거 결과는 그간 이스라엘의 온건 중도 노선과 팔레스타인의 온건파 집권 파타당과의 평화 협상이 모두 무위로 돌아갈 위기에 직면하였음을 말해주는 것이었다.
이스라엘 내에서는 온건 노선이 가져온 결과란 팔레스타인 강경파의 득세뿐이라는 여론이 비등했으며, 그 여파로 강경 리쿠드당이 기세를 올렸던 것이다. 그러나 이스라엘 유권자들은 곧 평온을 되찾았으며, 팔레스타인의 변수에도 불구하고 강경 기류로 섣불리 선회하지 않았다.
이종철 편집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