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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는 이번 주에 이란 핵에 대한 논의를 진행키로 했다. 안보리에서 논의될 수 있는 제재 방안은 어떤 것이 있을까.
가장 낮은 차원의 시나리오는 핵개발 연루 인사나 기업인의 여행 금지와 같은 ‘인신 제한’과 자국 은행에 예치된 자산을 동결하는 ‘해외 자산 동결’이 될 수 있다.
이란은 이러한 제재에 대비라도 하듯 국가안보위원회 발표로 스위스를 제외한 모든 유럽 계좌의 해외자산을 인출토록 했다. 이 지시에 따라 이란의 중앙은행과 국영은행들은 유럽 각국으로부터 인출한 돈을 아시아의 싱가포르나 홍콩, 두바이 등지의 ‘안전 은행’으로 이체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이런 양상이라면 이란에 대한 저강도 제재는 상징적 효과와 기본 수준 이상의 효력을 기대하기 어렵다.
유엔 제재의 두번째 시나리오는 경제 제재다. 경제 제재는 가장 현실적이면서도 가시적 효과를 기대할 수 있기 때문에, 가장 많이 거론되는 제재 카드다. 이란에 대한 경제 제재로는 석유와 천연 가스에 대한 수출 금지가 거론된다. 그러나 이란에 대한 경제 제제는 그렇게 간단하지 않은 문제다.
이란 석유 수출 제재, 현실적 어려움 많다
석유 수출은 이란 총수출의 80%를 차지한다. 상황이 이런데 이란이 가만히 당하고만 있겠는가. 이란은 경제 제재가 가해질 경우 호르무즈 해협을 봉쇄하겠다고 밝혔다. 이는 즉 이란이 석유를 무기화 하겠다는 뜻이다. 이란 석유는 세계 석유 수급의 3위에 이르고 있다. 이란의 석유만 묶여도 세계 석유 수급에 충분히 타격이 될 수 있는데 중동 석유의 약 90%가 수송되는 호르무즈 해협까지 봉쇄한다면 사우디아라비아의 수송로마저 차단됨으로써 그 여파가 상당할 것이다.
이란의 이러한 전략은 미국이 쉽사리 제재를 실행할 수 없게 만드는 첫 번째 이유다. 석유 수급의 불균형으로 인한 타격은 세계 경제 뿐 아니라, 미국에도 적잖은 위협이 된다.
이란 석유 제재가 어려운 두번째 요인은 중국, 러시아, 일본 등의 강대국들이 이란 석유에 상당히 의존하는 사정과 관련돼 있다. 특히 중국은 세계 2위 석유 소비국이며, 이란 석유는 중국 국내 소비의 17%를 차지한다. 일본도 세계 3위 석유 소비국이다.
이렇다 보니 중국과 일본은 이란 석유에 다각도로 투자하고 있다. 세계 각지의 에너지 재원을 획득하기 위해 눈을 붉히고 있는 중국은 이란에 대해 야다바란 유전 개발을 비롯해 이미 700억 달러 이상의 석유 및 천연가스 계약을 맺어놓고 있으며, 일본은 노우르즈, 아즈데간 등 이란 주요 유전 개발에 적극 참여하고 있다.
유엔 안보리를 통한 이란 경제 제재가 난항을 겪는다면 미국은 이라크전 때처럼 독자 행동을 감행할 수도 있다.
미국의 또 다른 카드, 이란의 ‘민주화’
이란 경제재제에 대한 안보리 결의도 쉽지 않은 상황에서 무력 공습은 더 어려운 카드가 될 것이다. 그러나 안보리가 계속해서 이란 핵 문제를 결론 짓지 못한다면, 미국은 불가피하게 ‘독자 행동’을 고민하지 않을 수 없다. 비록 이라크전의 사후 정리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미국이지만, 독자 행동을 통해서라도 위협을 제거한다는 9.11 이후 미국 외교 정책의 기본 근간 자체는 흔들리지 않고 있다.
이후 미국은 이란의 주요 핵 시설에 대한 무력 공습까지를 염두해 둔 상황에서 외교적 수순을 밟게 될 것이다. 미국이 섣불리 행동에 나서진 않겠지만 안보리 논의가 분명한 결론을 내리지 못하는 상황이 지속되면 미국쪽으로 명분은 쌓여갈 것이다. 또 정권이 바뀌는 경우에도 이란 핵에 대한 미국의 입장은 변하지 않을 공산이 높다.
한편 미국이 사용할 또 다른 카드는 이란 ‘신정(神政) 정권’의 교체다. 미국은 이미 이란 민주화를 위한 예산으로 2006년도 회계에 1,000만 달러를 책정해 두고 있다. 부시 행정부는 여기에 7,500만 달러를 추가로 요청하는 안을 의회에 상정해 놓고 있다. 어떤 식으로든 이란 핵을 제거해야 겠다는 미국의 의지가 잘 드러나는 대목이다.
이종철 편집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