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자 절실한 북한 ‘투자보장 파기’ 선택?

북한 조선아시아태평양평화위원회(아태위)가 금강산 지구 내 남측 부동산 소유자에게 25일 금강산에 방문할 것을 통보한 가운데 북한이 공언한 ‘남측 부동산 동결’ ‘새로운 사업자와의 관광사업’ 등의 초강경 조치가 이어질지 주목된다. 


일각에선 북한의 이번 사업자 소집 통보가 관광사업 완전중단까지 염두에 둔 조치일 경우, 남한 정부의 입장 변화를 지켜본 뒤 관광사업 완전중단을 위한 구체적 조치를 밟아갈 것이라는 전망도 조심스럽게 나온다.


일단 남북 당국의 관광재개 관련 입장은 여전히 평행선을 달리고 있다.


우리 정부는 북한이 밝힌 금강산 지구 내 남측 부동산에는 이산가족면회소가 포함돼 있지만 ‘관광시설’이 아니므로 북측의 요구에 응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신변안전보장’ 등 관광재개를 위한 조건에도 변화가 없다고 밝혔다.


북한의 관광사업 재개에 대한 입장과 향후 추가 조치 가능성은 25일 남측 사업자 방북 과정에서 보다 분명해질 것으로 보인다.


북한이 ‘관광사업 합의와 계약 파기’ ‘남측 부동산 동결’ 등과 관련한 구체적 조치에 나설 경우 현 정부에서의 남북교류 사업은 완전히 중단될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도 나온다.


북한이 실제 조치를 할 경우 금강산 관광지구 내 투자자 재산 침해 문제로 남북 관광 사업에만 그치지 않고 개성공단으로 확대 적용될 수 있는 문제라는 것이다. 개성공단 내 기업들의 자재, 설비 등의 투자에도 불안감을 줄 수 있어 정부가 남북간 합의에 벗어난 북한의 행동을 문제 삼을시 남북교류의 전면 중단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지난 2000년 6·15 남북공동선언에 따라 진행된 경제교류에 따라 그해 12월 만들어진 ‘남북사이의 투자보장에 관한 합의서’에서는 ‘남과 북은 자기 지역 안에서 법령에 따라 상대방 투자자의 투자자산을 보호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또 ‘남과 북은 수용조치를 취한 날부터 지급일까지의 일반 상업이자율에 기초하여 계산된 이자를 포함한 보상금을 보상받을 자에게 지체 없이 지불한다’고 했다. 금강산 지구 내 민간투자 총액은 현대아산 2,263억 등 3,593억 원 규모다. 현금부족에 시달리고 있는 북한 당국으로선 ‘투자금 상환’이 부담일 수밖에 없다.


또 북한의 일련의 조치가 개성공단이나 해외 자본의 ‘투자 기피’ 현상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북한의 핵실험에 따른 국제사회의 제재국면에서도 현금(달러) 획득이 이뤄지는 개성공단에 ‘몽니’를 부리지는 않을 것이라는 주장이다. 또한 올해 외자유치를 위해 관련법까지 개정하고 있는 북한으로서 투자자들의 투자심리를 자극하는 조치를 취할 가능성이 희박하다는 분석이다.


이처럼 ‘부동산 동결’ 등 일련의 조치로 인한 파장을 감안할 때 북한의 극단적 선택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때문에 최근 조치들은 남한 정부의 금강산·개성관광 재개에 대한 입장변화를 압박하기 위한 ‘벼랑끝 전술’일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실제 아태위가 남측 투자자 소집 통보를 한 다음날인 지난 19일 북한은 금강산·개성관광 사업을 주관하고 있는 명승지종합개발지도국 상보를 통해 “이제 관광길이 열리는가 마는가 하는 것은 전적으로 남조선당국의 태도여하에 달려있다”고 정부의 태도변화를 주문했다.


상보는 또한 지난달 8일 열린 금강산·개성관광 재개를 위한 실무접촉에서 우리 측에 제시한 합의서 초안 2항에서 ‘2009년 8월 17일 북측의 조선아시아태평양평화위원회와 남측의 현대그룹사이에 합의발표한 공동보도문에 따라 관광에 필요한 모든 편의와 관광객들의 신변안전을 철저히 보장하기로 하였다’는 내용을 담았다고 소개한 점도 이같은 해석을 뒷받침한다.


반면 국제사회의 만류에도 핵실험을 두 차례 실시한 국가인 북한이 ‘투자에 대한 보호’라는 국제관례를 무시하는 일은 어려운 선택이 아닐 것이라는 관측도 일각에선 제기된다. 북한이 남측 부동산을 동결하는 것은 그동안 남측에 제공된 혜택을 철회하는 것에 불가한 것이란 주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