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청 바빠진 김정일 현장시찰…계산된 두가지 목적

▲ 8일자 노동신문이 보도한 성진제강연합기업소를 찾은 김정일

최근 산업현장과 군부대를 찾는 김정일의 발걸음이 바쁘다.

노동신문은 13일 “위대한 영도자 김정일 동지께서 함흥목재제품공장과 정광사를 현지지도 하시였다”고 보도했다.

매체에 따르면 지난 7월 29일 함경남도 함주군 추상협동농장 지방선거 투표를 시작으로 공개된 김정일의 현지시찰은 북한군 제4318군부대(8.1), 제264연합부대(8.2), 제136군부대(8.3), 제273군부대(8.4), 라남탄광기계연합기업소(8.5), 함경북도인민병원(8.6), 김책제철연합기업소(8.7), 성진제강연합기업소(8.8), 2.8비날론연합기업소·용성기계연합기업소·제156군부대(8.11), 흥남비료연합기업소(8.12), 함흥목제품공장·정광사(8.13) 방문 등으로 이어지고 있다(괄호 안 날짜는 북한매체가 보도한 날짜. 김정일 실제 방문 날짜는 보도하지 않음).

지난 7월 29일부터 8월 13일까지 김정일은 군부대 5곳, 산업현장 10여 곳을 비롯해 총 15곳을 찾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와 같은 행보는 올해 6월까지 29회에 불과했던 김정일의 대외활동에 비하면 파격적인 활동이다.

김정일의 이번 현지시찰 보도에서 특징적인 것은 하루에 3곳을 방문하는 등 ‘불면불휴(不眠不休: 잠자지 않고 쉬지 않고)의 노고’를 바치고 있다는 점과 어떤 날은 한 방문지에서 수백리 떨어진 다른 방문지를 찾아가는 등 ‘일행천리(一行千里)’ 행보도 선보이고 있다는 것.

노동신문이 11일 보도한 시찰 대상은 2.8비날론연합기업소를 포함, 3개 단위이다.

또 13일 보도대로 함흥목재공장을 방문한 뒤 수백리 떨어진 이원군 정광사를 하루 코스로 돌았다면, 함경남도 지역의 열악한 도로와 철도 사정을 감안할때 엄청난 기동력을 보인 것이다.

북한 매체들은 ‘김정일이 어느 곳을 방문했다’만 보도하고, 실제 방문 날짜는 밝히지 않는다. 김정일의 동선(動線)을 묘연하게 하자는 의도가 있다.

정상회담서 남북경협(대북지원) 부각 시키려는 듯

김정일의 잇단 현지시찰은 첫째, 방문 대상이 대부분 산업시설이라는 점에서 이번 정상회담을 의식했다고 볼 수 있다. 즉 남한 대통령에게 경제에 관심있는 자신의 모습이 한반도 평화와 남북경협에 대한 적극적인 의지로 비쳐져 남한으로부터 대규모 경제지원을 유도하기 위한 계산된 행보라는 것이다.

미-북 핵협상이 순조롭게 풀려가는 조건에서 경제재건을 위해 남한의 경제지원이 필수적이라는 것을 이번 정상회담에서 주요 의제로 제기할 가능성이 있는 것이다. 또 김정일 자신은 경제에 관심이 있는데, 미국의 압력 때문에 핵무기를 개발했다는 인식을 남한 대통령에게 주려는 측면도 있다.

두번째는 국내외에 ‘민생에 관심을 두는 인민의 지도자’라는 이미지를 확산시키기 위한 목적이 있는 것 같다.

이번 남북정상회담도 “남한 대통령이 장군님(김정일)을 뵙기(상봉) 위해 다시 평양에 찾아 온다”고 선전하는 조건에서, 산업현장을 돌아보는 연출을 통해 ‘인민을 위해 마음을 쓰는 지도자’라는 이미지를 굳히기에 더없이 좋은 기회로 활용하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최근의 방문 지역을 90년대 중반 아사자와 탈북자가 대량 발생해 반(反)김정일 정서가 짙은 함경도를 택했을 가능성이 높다. 함경남북도의 민심을 추스르기 위해 이른바 ‘함경도 껴안기’로 볼 수 있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