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혼식은 허례허식…결혼식도 식당서 같이”






▲본지가 입수한 ‘사회주의생활문화’ 10월호.
북한 당국이 최근 관혼상제(冠婚喪祭)를 검소하게 치를 것을 강조하고 있다. 최근에는 약혼식과 신랑 신부간 선물 교환, 복잡한 제사절차까지 허례허식이라고 비판하고 있다. 또한 ‘세계화’를 제국주의 국가의 책동으로 규정해 맹렬히 비판하고 이색적인 외래풍습을 관혼상제에서 철저히 배격해야 한다고 선전한다.  


데일리NK가 최근 입수한 월간 ‘사회주의생활문화'(근로단체출판사) 10월호에는 ‘관혼상제를 사회주의 생활양식에 맞게 하자’는 제하의 사회과학원 학사 장성남의 글을 싣고 “관혼상제를 당의 요구, 현실 발전의 요구에 맞게 해나가야 한다”고 선전했다.


글은 “관혼상제를 사회주의적 생활양식에 맞게 해나가는 것은 새 세기 선군시대의 새로운 사회주의 생활양식을 확립해 나가는데서 더는 미룰 수 없는 절실한 문제로 나서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낡고 뒤떨어진 봉건적, 미신적, 허례허식과 이색적인 외래풍습들이 없어지지 않기 때문에 이러한 문제를 강하게 요구한다”고 밝혔다.


또한 “이색적인 외래풍습을 배격하는 것 역시 ‘세계화’의 간판 밑에 진행되는 제국주의자들의 민족말살정책을 짓부시고 조선민족의 유구성, 단일성, 우수성을 고수해나가는 민족의 존엄과 관련되는 문제”라고 강변했다.


그러면서 글은 관혼상제에 대한 구체적 생활양식도 조목조목 거론하고 있다.


글은 약혼을 ‘식’을 차려 크게 하는 것, 례장(예물을 담은 함)을 교환하는 것, 신랑, 신부에게 큰상을 따로 차려주는 것, 여러 가지 명목으로 제사를 자주하는 것, 까다롭고 복잡한 제사절차 등을 ‘의의가 없는 허례허식’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약혼은 두집 부모들과 당사자들이 모여 정식으로 결혼할 것을 확인하면 되는 것이고 결혼식도 결혼식당이나 어느 한집에 모여 공동으로 하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장례 절차와 제사에 대해서도 “사람이 사망할 때에는 고인의 사진 앞에 훈장과 메달, 명예증서 등을 놓고 꽃송이를 놓아주는 것으로 추모하며 3일제요, 생일제요 하는 여러 가지 명목의 제사를 없애고 사망한 당일에 하는 제사만을 지내야 한다”고 권고하고 있다.


또한 글은 봉건적이며 미신적인 풍습들과 이색적인 외래풍습을 없애고 관혼상제를 현대적 미감에 맞게 민족적 색체가 나게 해야 한다고 선동했다.


일종의 구습 타파 의지로 보인다. 구체적인 예로 ▲결혼식 날을 미신적으로 해석하여 정하는 것 ▲궁합을 보는 것 ▲신랑 신부가 흰 장갑을 끼는 것 ▲사람이 사망했을 때 여러 가지 미신적인 행위를 하는 것 ▲밖에서 사망한 사람을 집에 들여오지 않는 것 ▲화장을 꺼리는 것 ▲제사 때 미신적인 행위를 하는 것 등을 낡고 이색적인 것들이라고 규정했다.


그러나 신랑 양복 색깔에 대해서만은 “검은색, 곤색 양복만을 입는 굳어진 관습을 버리고 계절에 맞게 밝고 화려한 색깔의 양복을 입어야 한다”며 색상 변화를 주문하는 이례적 모습도 보였다. 


상사(喪事)가 났을 때는 낡고 뒤떨어진 봉건적이며 미신적인 관습을 단호히 없애버리고 건전하고 문화성 있게 장례를 치러야 하고, 추석날 산소에 가서는 봉분에 꽃을 놓고 고인을 추모하면 좋다고 지침했다.


북한 당국이 잡지를 통해 관혼상제에 대한 구체적 지침을 선동하고 있는 것은 최근 한류(韓流) 등이 빠르게 확산, 생활양식에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을 경계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또한 관혼상제에 들어가는 비용을 절감해 경제난에 대응하려는 의지로도 볼 수 있다.


한편 ‘사회주의생활문화’는 매월 초에 군(軍)부대를 제외한 사회 모든 기관, 기업소 등에 배포된다. 근로단체출판사는 ‘사회주의생활문화’를 비롯해 ‘조선녀성’, ‘노동자’, ‘농업근로자’ 등 대중잡지를 발간하고 있다.


근로단체출판사는 당선전선동부 직속 중앙기관이다. 북한에서는 노동신문 다음으로 근로단체출판사의 출판물을 선전활동의 ‘강력한 무기’라고 표현하기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