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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일 라이베리아 선거관리위원회가 여성 후보 존슨 설리프의 대통령 당선을 공식 발표하였다. 이로서 민주적 선거에 의한 아프리카 최초의 여성 대통령이 탄생하게 되었다.
아프리카 라는 지역적 특성, 극심한 내전 국가임에도 민주화 운동 출신 여성 대통령이 당선돼 특별한 기대와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제 과연 이 고통의 땅 라이베리아에도 민주주의와 평화가 찾아올 것인가?
세계에서 진보가 가장 더딘 지역은 어디일까.
우리는 한 나라를 민주주의 나라인가 아닌가, 인권이 보장됐는가 아닌가, 독재 국가인가 혹은 정상 국가인가로 분류할 때 많은 검토가 필요하다고 본다.
필자의 관점에서는 전쟁과 분쟁이 종식되고, 내전으로 치달을 수 있는 종파나 정파간 갈등이 심각한 문제로 존재하지 않는 상황이라면 우선은 해당 국가는 발전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 그런 면에서 비추어 보면 지역적으로는 아프리카의 상황이 전반적으로 가장 열악하며 불안한 상황이 아닐까 생각해 볼 수 있다.
라이베리아는 아프리카에서도 내부 분쟁이 특히 격심했던 곳이다. 종족 군벌 간의 분쟁으로 1989년에서 1992년 3년 동안에만도 20만명 이상이 사망하고 75만명의 난민이 발생하였다.
군벌과 종족 분쟁으로 혼란 지속돼
라이베리아는 아프리카 최초의 흑인 공화국이다. 1847년 미국에서 해방된 흑인 노예들은 라이베리아에 정착하여 독립 국가를 선포한다. 그러나 이들 아메리코 라이베리아인들은 백인들에게 당한 자신들의 치욕을 벌써 잊은 듯 이 지역의 원주민들을 착취한다.
라이베리아 인구 구성을 보면 원주민 90%에 이들은 고작 8%를 차지할 뿐이다. 그러나 그들은 지배층으로 군림하며 원주민들을 노예처럼 취급하였다.
1세기 이상 지속된 그들의 지배가 종식된 것은 1980년, 원주민 크란(Krahn)족의 지도자 도우(Doe)가 이끄는 구국평의회(PRC)가 군사쿠데타에 성공하면서 부터이다. 그러나 그후 라이베리아의 정국은 군벌간 전쟁과 종족 분쟁 양상으로 분쟁이 격화되어 갔다.
도우(Doe)의 집권은 불안했으며 1986년 정식 대통령으로 취임하였으나 1989년, 해방 노예의 후손으로 분류되는 또 다른 군벌 테일러(Tayor)가 리비아의 지원 하에 라이베리아국민애국전선(NPEL)을 결성하고 기습공격을 개시하여 도우를 살해하였다. 그 후 내전은 극으로 치달았으며 상상할 수 없는 인명 살상이 자행되었다.
다행스럽게도 국제 사회와 ECOWAS 및 ECOMOG의 중재와 노력으로 1997년 7월 12년 만에 선거가 실시되었으며 결국 테일러가 대통령에 당선이 된다. 그러나 내전의 당사자인 테일러의 집권은 라이베리아에 역시 평화와 안정을 가져다 주지 못하였다.
하버드 유학, 유엔개발계획 아프리카 국장 출신 대통령
결국 테일러 대통령은 국제 사회의 압력 속에서 사임하게 된다. 2003년 8월 10일 그는 고별 연설을 통해 미국의 압력을 비난하였으며 다음 날 공식 퇴임행사를 갖고 나이지라아로 떠났다.
그의 뒤를 승계한 부통령 모제스 블라는 반군 세력과의 합의로 같은 해 10월 14일 사업가인 기우드 브라이언트를 과도정부 수반으로 선출한다. 그로부터 지난 2월 과도정부는 대통령 선거를 공식 공표하였으며 지난 11월 8일 역사적 대선을 치른 것이다.
대통령 당선자인 존슨 설리프의 경력은 화려하다. 미국 하버드 대학을 유학하여 유엔개발계획(UNDP) 아프리카 국장을 지냈으며 세계은행에서도 근무하였다. 그런 그녀의 경력이 라이베리아 재건의 적임자로 자신을 내세우는데 훌륭한 뒷받침이 되었다.
뿐만아니라 1970년대 후반 윌리엄 톨베르트 정부에서 재무장관을 수행했던 그녀는 군사쿠데타로 집권한 도우 정권에 의해 탄압을 받았으며 이후 테일러 정권 하에서도 탄압을 받아 두 번의 투옥과 해외 망명 생활을 겪어야 했다.
2차 세계 대전 종료를 기점으로 세계 민주주의는 꾸준히 발전하고 확산되어 왔다. 특히 1980년대에는 남미와 동아시아 지역에 민주주의 물결이 고동쳤으며 1990년대에는 소연방과 동구의 붕괴로 동유럽과 중앙아시아에 민주주의의 전초가 마련되었다.
라이베리아 민주주의 발전, 여성 대통령에 달려
한편 중동과 아프리카 지역은 세계 민주주의 발전에 중대한 관심 지역으로 부상하고 있다. 과연 가장 극심한 분쟁 지역인 아프리카도 언제나 되어야 평화의 새날이 찾아오고 모든 국가들이 다소 차이는 있을지언정 궁극적으로 민주주의의 대열에 명실상부하게 합류할 수 있을까?
2004년 퓰리쳐상을 수상한 한 장의 사진이 있다. 그 장면은 슬리프를 신고 거리를 걷는 한 사람의 앙상한 발 아래에 마치 자갈처럼 무수히 깔린 총알의 탄피들이었다.
언뜻 징그럽고도 끔찍하게 흩뿌려져 있는 그 총알의 탄피들… 그곳은 라이베리아의 수도 몬로비아 였다. 어떻게 온 거리가 총알의 탄피로 뒤덮여 있을 수 있을까. 도대체 얼마나 총알을 쏟아부었길래 말이다. 이 사진은 라이베리아 내전의 실상과 비극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예이다.
이번엔 과연 라이베리아에 평화가 깃을 수 있을까? 새 대통령의 당선에 진심어린 축하와 소망을 담아 본다. 라이베리아의 민주주의와 평화 그리고 아프리카의 번영을 진심으로 기원한다.
이종철 편집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