써비차가 낳은 新풍속…”내자식은 운전수로 키운다”






▲써비차 운전원이 이용할 주민을 기다리고 있다.(자료사진)ⓒ데일리NK
북한당국이 지난 18일부터 인민보안부를 통해 개인 돈벌이용 차량에 대한 단속 및 몰수를 전격 단행함에 따라 2000년대 이후 등장한 신종 직업군 주민들이 적지 않은 타격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각급 기관 및 기업소에서 업무 외 이윤 창출을 위해 주민들에게 돈을 받고 차량을 운행하던 것에서  비롯된 북한의 ‘써비차(service-car)’ 문화는 2004년 상설시장의 등장으로 인해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경제난으로 인해 1996년부터 가동율이 현격이 떨어졌던 철도를 대신해 등장했던 써비차가 북한 사회의 시장화 현상과 맞물리면서 새로운 돈벌이로 급부상하게 된 것이다.


북한에서 써비차로 인해 돈을 버는 계층은 실로 다양하다.


중국 등지에서 승합차나 화물차를 밀수해오는 차주(車主)를 비롯, 차주의 자동차를 서류상 자기 기업소 소유로 처리해주는 한편 기업소 명의의 ‘자동차 운행증’까지 발급해주고 차주로부터 돈을 받는 기업소 간부들, 차주에게 고용된 운전수, 차량을 전세내 대규모로 물류를 옮기는 도매상인, 도매상인에게 물건을 넘겨받아 시장에서 장사를 하는 소매상인, 그리고 차주와 기업소 간부에게 뇌물을 받고 ‘자동차등록증’을 발급해주는 인민보안부 간부들, 주요 도로에서 차량 검열을 하며 써비차 차주에게 뇌물을 받는 ‘초소’ 간부들, 써비차 운영에 필요한 연료를 암거래하는 장사꾼 등이 복잡한 사슬구조로 얽혀 있다.



양강도 백암군 양정사업소의 실례는 이를 잘 반영하고 있다. 이 양정사업소는 1998년부터 써비차를 운영하기 시작했다. 지배인은 혜산 시내 모 외화벌이 사업소가 부품 부족으로 방치하고 있던 차량을 넘겨받아 양정사업소 모든 일꾼들에게 무조건 여행증명서를 발급해주고 필요한 부품을 구해오라고 지시했다. 한 달 만에 필요한 부품들을 모두 조달해 수리를 마치자 써비차로 운행하는데 손색이 없었다.


써비차는 도매상인들의 화물을 먼거리까지 운반주고 돈을 받는 한편, 장거리 여행에 나서는 주민들까지 화물칸에 태워주면서 이중으로 돈을 벌었다. 써비차 2대가 첫 달에 벌어들인 돈이 당시 북한돈 15만원이었다. 당시 장마당에서 쌀 1kg에 120원 하던 시절이니 써비차 두 대가 한 달 만에 쌀 1.2t을 벌어들인 것은 양정사업소 관계자들조차 놀랜 ‘대박’이었다.


2000년대 이후 나름대로 수완을 발휘해 돈을 모은 사람들은 앞 다퉈 중국에서 화물차나 승합차를 밀수해 써비차의 주인이 되려 했다. 명목상 국가 기관의 재산으로 등록될 뿐 아니라 간부들의 비호를 받을 수 있으니 영원히 망하지 않는 ‘사업’으로 인식된 것이다. 도매상인들이나 환전상인 중에는 직접 써비차를 소유하는 사람도 늘었다.


최근에는 북한 젊은이들 사이에서 ‘운전수’가 각광받는 직업으로 부상한 것도 써비차가 낳은 새로운 유행이다. 통상 써비차 운전수가 되면 생계를 유지하는데 유리할 뿐더러 법기관 일꾼, 기업소 간부들과 광범위한 인맥을 형성할 수도 있다. 대학 진학이나 노동당 입당을 꿈꾸기 힘든 출신성분을 갖고 있는 부모들이 자신들을 운전수로 키위기 위해 투자를 아끼지 않는 이유다.


써비차의 확산으로 인해 2000년대 이후 자동차 연료를 밀거래하는 사람들도 늘었다. 북한에서는 차량 연료가 제대로 공급되지 않기 때문에 써비차는 대부분 암거래를 통해 연료를 조달한다. 암거래 상인들은 주로 군부대 간부들에게 뇌물을 주고 연료를 빼돌려 써비차 차주에게 웃돈을 얻어 판매한다. 2001년 40원(L)이던 휘발유 거래가격은 2003년 말 120원으로 급상승했고, 2004년에는 1,000원을 돌파했다. 올해 10월 1일 기준으로 북한내 휘발유 암거래 가격은 1,800원 전후다. 


연료에 대한 수요가 늘자 ‘연료 도둑’도 갈수록 늘고 있다. 자동차 연료는 현금으로 바꾸기 좋다는 장점이 있다. 대담한 도둑들은 써비차를 빌려 연료를 도둑질 해간다. 국가 수출품을 관리하는 임업사업소와 같은 곳에서는 상대적으로 많은 연료를 보관하고 있으므로 항상 도둑들의 ‘타깃’이 된다. 하룻밤 사이 1~2t씩 훔쳐가는 일도 허다하다.


써비차가 만든 신 풍속에서 가장 긍정적인 점은 주민들의 이동과 상거래가 활발해졌다는 점이다. 덕분에 북한 전역에 가격평준화가 실현되기도 했다.


2004~2005년까지만 해도 함경북도·양강도·평안북도 등은 중국과 밀수 덕에 공업품 가격이 싸고, 황해남북도·평안남도·강원도 등은 쌀과 옥수수 등 식량가격이 상대적으로 저렴했다. 그러나 써비차의 활약으로 인해 가격이 비싼 지역으로 물류 이동이 늘어나면서 이제는 지역별 가격차이가 10% 이내로 줄어들었다. 이러한 물류 거점으로 평성, 청진, 원산 등의 시장들이 ‘전국구 도매시장’으로 부각되기도 했다. 도매-소매업의 분화, 전국적 가격평준화는 북한 사회 전체의 시장화를 촉진시키게 됐다. 장사로 생계를 유지하는 수백만의 도시 주민들에게 써비차는 노동, 임금, 서비스를 전달 교환하는 동맥 역할을 하게 된 것이다.
 
써비차의 활약이 돋보이는 기업소는 ‘명절 특별 공급’도 다르다. 명절 공급이 ‘김정일의 하사품’ 명목으로 전해지고 있기 때문에 김일성·김정일 생일이나 당 창건 기념일마다 소속 노동자들에게 돼지고기, 콩기름, 쌀 등을 나눠주는 것은 간부들에게는 큰 ‘실적’으로 노동자들에게는 적지 않은 ‘위안’이 됐던 것이다.


결국 인민보안부가 써비차에 대한 단속 및 몰수를 전격 단행함에 따라 적지 않은 사람들의 활동과 생계가 큰 타격을 받을 것으로 전망된다. 단속의 정도가 강할수록 시장 및 주민들이 겪게 될 혼란이 커질 것이라는 분석도 이 때문이다. 상황에 따라서는 지난해 화폐개혁의 후과에 버금가는 내부혼란이 북한사회를 강타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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