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석]북, 경수로 카드 꺼낼 시점 언제쯤?

미북 관계정상화 실무그룹 회의에 참석하고 있는 김계관 북한 외무성 부상이 4일 찰스 카트먼 한반도에너지개발기구(KEDO) 전 사무총장을 만나 경수로 문제를 논의한 것으로 알려져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카트면 전 총장은 김 부상과의 만남뒤 ‘그들이 경수로에 관심을 표명했느냐’는 질문에 “물론이다. 그들은 그(경수로) 얘기만 해왔다. 그건 아주 일관된 것이다”라고 말해 북한이 여전히 경수로에 강하게 집착하고 있음을 시사했다.

북한은 ‘2·13 합의’ 이전인 제5차 6자회담 2단계 회의 때까지만 하더라도 경수로 문제를 강하게 제기했다. 그러나 ‘2·13 합의’를 도출한 6자회담 3단계 회의에서는 경수로 문제를 거론하지 않아 예상 밖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베이징 ‘2·13 합의’ 5조에는 에너지와 인도적 지원문제가 거론돼있다. 또한 ‘9·19 공동성명’ 3조에는 적절한 시기에 북한에 관한 경수로 제공문제에 대해 논의하는데 6자가 동의했음을 밝히고 있다.

북한이 경수로에 대한 강한 집착을 버리지 않는 조건에서 핵폐기 조건으로 경수로 문제를 제기하는 것은 시간문제로 보인다. 미북 관계 정상화 실무회담을 위해 미국을 방문 중인 김계관 부상이 경수로 문제를 짧게 언급했다. 일부 전문가들은 북한의 본격적인 핵폐기 과정인 불능화 조치 단계에서 이 문제를 본격적으로 제기할 것임을 시사하는 것으로 보인다.

北, ‘제네바합의’에서 북핵폐기 ‘경수로 완공 시점’ 못박아

이와 관련, 1994년 제네바합의 당시 미국측 대표단이었던 조엘 위트 전략국제연구소(CSIS) 선임 연구원은 지난달 평양을 다녀온 뒤 “북한 관리들은 200만kW의 전력을 생산할 수 있는 경수로를 제공받으면 모든 것을 포기할 용의가 있다고 말했다”고 밝힌 바 있다.

위트 연구원은 북한이 핵폐기와 경수로 제공의 교환을 생각하고 있는 3단계가 어떻게 될지 확신을 갖기 전에는 2·13 합의의 2단계를 진척시킬 것으로 보지 않는다고 전망했다.

결국, 경수로 제공에 대한 확실한 보장 없이는 영변 핵시설에 대한 폐쇄(shutdown) 조치 이후 다음 단계인 불능화(disabling) 단계에서 고농축우라늄(HEU) 문제 등과 함께 경수로 문제가 큰 걸림돌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다.

이는 북한의 핵폐기 의지에 대한 진정성을 읽을 수 있는 대목인 동시에 북핵 문제를 장기화 하는데 주요한 카드로 쓰일 수도 있다는 의미로 받아들여 진다.

이와 관련, 6자회담 미국측 수석대표인 크리스토퍼 힐 국무부 동아태 차관보는 지난 1일 “북한의 (심각한) 에너지 필요를 우리는 유념하고 있다. 그러나 북한은 경수로를 핵무기 비즈니스에 써버려 오늘을 상황을 자초했다. 정말 경수로를 원한다면 더러운(dirty) 핵무기 비즈니스로부터 확실히 벗어나야 민수용 핵에너지 지원 논의가 가능해진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한반도 비핵화의 핵심 요소로 북한의 플루토늄 생산 중단과 함께 기존에 추출한 플루토늄 및 HEU 프로그램의 신고·폐기 등 세 가지를 강조했다. 이어 북한이 이 세 가지를 해결하고 핵확산금지조약(NPT)에 복귀하며 비확산을 입증해야 경수로 지원 논의에 들어갈 수 있다고 못박았다.

불능화 단계에서 신포 경수로 건설 재개될 수도

북한이 경수로 문제를 본격적으로 제기하는 시점부터 ‘2·13 합의’가 시련에 봉착할 가능성이 있다고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북한이 경수로 문제를 본격 제기할 시점으로는 19일로 예정된 제6차 6자회담이 우선 거론된다. 차기 회담은 6자회담 참가국들이 2·13 합의에 따라 30일 이내에 열기로 되어 있는 실무그룹의 논의 결과를 청취하고, 다음 단계(불능화) 행동에 관한 협의를 목적으로 하고 있다.

북한이 생각하고 있는 ‘불능화’ 개념에 대해 정부 고위 당국자는 지난 3일 뉴욕에서 진행된 천영우 한반도 평화교섭본부장과 김계관 북한 외무성 부상간 면담에서 “김 부상이 ‘북한은 불능화(disable)를 되돌릴 수 없는(irreversible) 것으로 개념 규정을 하고 있다’고 분명히 이야기를 했다”고 밝혔다.

북한이 ‘불능화’에 대한 개념을 정말로 ‘되돌릴 수 없는 것’으로 규정하고 있다면 ‘불능화 단계’에서 ‘완전한 폐기 단계’로 넘어가기 전에 경수로 지원에 대한 확실한 보장을 요구할 가능성이 크다.

때문에 초기 조치 이후 불능화 단계를 논의하는 차기 6자회담에서는 북한이 경수로 문제를 언급할 경우 ‘선(先) 핵폐기와 NPT 복귀’를 요구하는 미국과의 마찰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북핵 시설에 대한 불능화 조치가 일정 정도 진전된 상태에서 작년 5월 31일 공정률 34.5%로 죵료된 금호·신포지구 경수로 건설을 재개해 북핵 폐기와 경수로 건설이 병행 추진될 가능성도 전혀 배제할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