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23일)부터 민족의 명절 한가위 연휴가 시작됐다. ‘여행의 자유’가 제한된 북한에서도 최근 시장활동을 통해 생활이 조금 나아진 주민들을 중심으로 가족끼리 여행을 가거나 친척을 찾아뵙는 현상도 포착되곤 한다.
다만 이번에는 평양 남북 정상회담이 겹쳐 친척에게 가기 보다는 돈을 보내는 ‘풍경’이 펼쳐졌다고 한다. 대형 행사 이후 바로 추석이었기 때문에 ‘여행증’을 발급받기엔 시간이 촉박했다.
물론 택시를 타면 초소를 통과하는 데 문제가 없을 수 있었지만, 이는 그나마 살림살이가 넉넉한 주민에게 해당되는 상황이다. 하루 벌어 하루 먹는 주민들에겐 이마저도 사치로 느껴지는 셈이다.
즉, 대다수의 일반 주민들은 ‘가족이 움직이려면 이동 비용이 드니 차라리 돈을 보내자’고 생판단했다고 한다. ‘돈이 최고’라는 인식 확산이 느껴지는 대목이다.
양강도 소식통은 이날 데일리NK와의 통화에서 “어느 한 주민이 함경북도에 있는 형에게 (중국돈) 100원(元, 북한돈 약 13만 원)을 보냈다고 한다”면서 “버스 안내원에게 부탁했는데 10%를 떼고 전달해 줬다고 한다”고 말했다.
이렇게 돈을 보내는 것이 이번 추석의 ‘달라진 풍경’이다.
또한 남북 정상회담 행사가 끝나자마자 주민들의 분위기가 당장 달라졌다고 한다. 특별 경비 기간(21일까지)이 끝난 후 추석 준비에 나섰다는 것.
다만 폭염에 폭우, 가뭄 등 자연재해로 인해 농사가 제대로 안 되면서 물가가 폭등, 제사상을 준비하는 주민들의 시름이 늘었다.
소식통에 따르면, 사과(1kg)가 5200원, 고사리와 도라지가 2000원, 콩나물이 5000원이었다고 한다. 또한 20일부터 시장에서 쌀이 6000원으로 지난주 대비 100원 가량 올랐다.
이런 상황을 반영한 듯 서로를 위하는 마음은 따뜻했다고 한다. 농장에서는 세대들에게 추석 선물로 쌀 1kg씩 배분했고, 또 힘이 있는 공장기업소를 중심으로 술 1병 공급했다. 다만 이를 추석 전날이 되어서야 공급했는데, 이는 ‘먼저 마실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었다는 것이 소식통의 전언이다.
소식통은 “생활이 아무리 어려워도 추석 준비에 다들 바빴다. 한 달 전부터 준비하려는 사람들도 많았다”면서 “모두 어렵지만 젯밥은 햅쌀로 지으려고 하는 등 조상을 섬기려는 마음은 잊지 않고 있다”고 소개했다.